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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5/16 MIT 대학에서 얻은 세 가지 깨달음 (6)
KBS, ‘TV, 책’ 살려내세요

<TV, 책을 말하다> 첫 회 패널로서 한마디 하렵니다. 이 프로에 몇 차례 출연했었고, 책 관련 방송을 열광적으로 지지하고, 글에 대한 존중심이 깊고, 20 여권 이상 책을.....

고양이는 쥐의 무서움을 모른다, 아니, 너무 잘 안다

지난 주 <백분토론 400회>에서 유시민 전 의원이 했던 ‘고양이는 쥐가 얼마나 무서워하는지 모른다’말이 많이 회자됐었다. 힘센 고양이는 ‘뭐 그래, 별 거 아닌데’ 하면서 발.....

대학생 멘토링, 참 어렵군요!

이번 학기에 <셀프 리더쉽(리더십)과 자기 비전 만들기>라는 과목을 수강하고 있는데요. 이번 기말 과제가 ‘자신의 role model을 찾아서 인터뷰하기’입니다. 그래서 선생님.....

MIT 도서관에서의 생생한 행복감

행복감이 생생하던 시간들이 있다. 그 중 하나로 나는 유학 시절 도서관에서 하염없이 책을 뒤지며 보냈던 시간을 꼽는다. MIT 도시건축학부에는 로치 라이브러리(The Rotch.....

MIT 유학 첫날은 아주 유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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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한가운데로 큰 길이 통과해서 별로 캠퍼스 같지 않은 캠퍼스, 자꾸 덧대서 지은 캠퍼스라 미로처럼 얽히고 얽힌 복도를 따라 헤매던 중 화장실을 찾아 들어갔더니, 글쎄, 남자 소변기가 주르르 늘어서 있는 게 아닌가. 깜짝 놀라서 나왔다. 그런데 분명 여자 화장실’이라 표시되어 있는데... 황당한 마음을 가라앉히고 겨우 학과 사무실을 찾아가니 입구 위에 휘황찬란한 네온사인이 붙어있었다. 학교 안에 네온사인이라, 당시로서는 생각도 못할 유쾌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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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T에 있는 내내 유쾌한 놀라움들이 벌어졌다.
아마 내가 잘 모르고 갔기 때문에 더 그러했으리라.
우선, MIT는 공대만이 아니었다.
경영대학원의 세계적 경쟁력이 아주 높았고, 그 유명한 언어학자이자 진보 지식인인 노엄 촘스키가 교수로 일하고 있었다.


(위 사진: 언어학자이자 철학자이자 진보지식인인 노엄 촘스키, '살아있는, 미국의 양심'이라고 불불리는 촘스키 교수는  MIT의 '지적 양심, 행동하는 양심'이라고 할까. 베트남전쟁이후 미국의 패권주의적 외교정책과 인권에 대한 미디어비평으로 핵심을 찌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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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너무도 유명한 ‘MIT 미디어 랩’을 만든 니콜라스 네그로폰테라는 사람은 당시 학교 한 귀퉁이의 허름한 창고 건물에서 일하는 희한한 괴짜 인물로 여겨졌었는데, 어느새 미디어혁명의 핵심 트렌드를 주도하는 거물로 등장하였다.


(사진: 니콜라스 네그로폰테. 그 상상력 가득한 혁신적 실험으로 유명한 MIT 미디어랩의 창설자. MIT의 문제창조정신, 창업정신을 대표한다고 할까. '지나치게 기업적'이라는 비평도 달고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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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남표 카이스트 총장은 MIT 마인드를 대표하며 우리나라에서 일하고 있는 인물이다. MIT 기계공학과 교수로 오래 재직하면서 미국 과학기술계를 주름잡았었는데, 과연 우리 사회에서 성공할 것인가. 최근 혁신 지향적 행보들로 뉴스를 만들어내고 있는데, 과연 '서남표 쓰나미'가 우리 대학에 선순환을 만들어낼까?

오른쪽. 나는 서남표 총장과 함께 '도시에 대한 좌담'을 한 적이 있다. '정답은 세포처럼 자라는 자급 도시'라 말했던 서남표 총장. 그의 책 <카오스>를 선물로 받았는데, 이 시대 복잡계를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책. 만난 소감? 역시 '공격적일 정도로 적극적'이셨다.)



내가 처음 갔던 과정은 건축 석사였는데, ‘경제학’과 ‘인식론’이 필수과목이었다. 경제학이 필수라는 것은 이해할 만하지만, ‘인식론’이 필수라니 얼떨떨했다. 경제학 만큼은 나도 꽤 날렸지만(?), 인식론 과목에서 짧은 영어로 철학과 인류학과 사회학을 논하려니 진땀을 뺐다. 하지만  모든 인간 행위의 기본은 인문학 아닌가. 도시와 건축도 마찬가지다. 담당 교수(유대인 인류학자)가 되뇌었던, “Suspend your belief!(너의 믿음을 흔들어보라!)”라는 말은 나를 흔들었다. 고정관념, 선입견, 고정 틀을 벗어나 발상의 전환을 이루라는 말로 지금도 나의 생각의 기본이다.  

건축 석사과정을 마치고 진학했던 도시계획 박사 과정에서 계획론 토론 코스를 이끌던 철학 출신 교수(Don Schon, 돈 션)가 제시했던 ‘성찰적 실무자(Reflective Practitioner)’라는 말은(책으로도 나왔다) 지금도 나의 실천 좌표가 되고 있다.
쉽게 말하자면, ‘생각하며 행동하라’라는 것이다. 무엇이 더 중요할까? 행동일까, 생각일까? ‘생각 있는 행동, 행동을 전제한 생각‘만이 ’실천’으로 이어지는 것 아닐까?

***

되돌아보면, 내가 MIT에서 얻은 것은 학위나 전문지식이나 네트워크가 아니었다. 그 어떤 ‘기본’이었다. 그 깨달음을 나는 다음 세 가지로 정리한다.
흥미로운 것은, 당시 MIT에서는 별로 생각지 않던 것들이다. 교수나 학교 측에서 특별히 강조한 적도 없다. 오히려 유학에서 돌아와 몇 년 일하고 나서 보니니 ‘아, 그렇구나, 그 때 그게 이런 뜻이었구나!’ 하면서 실감하게 되었다.

첫째는 문제 창조 마인드(problem-creating mind. Design your problem!).

많은 사람들이 문제 해결 능력을 강조하지만 문제를 잘 설정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문제 자체에 해결의 단서가 녹아있기 때문이다. 창의적으로 문제를 풀려면 독창적으로 문제를 창조하는 것이 핵심 마인드다. ‘문제를 만든다, 문제를 디자인한다’는 정신을 가지면 훨씬 더 적극적으로 세상을 보게 된다. ‘왜?’ 라는 핵심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내부에서 나온 호기심이 동기가 된다.

둘째는 현장 감각(sense of real life, sense of real world ).

굳건하게 현실에 뿌리를 내리는 정신이다. 땅에 뿌리를 박지 않으면 어떤 나무가 자랄 수 있으랴. 현장의 문제로부터 출발하는 사고에서 실천 방식과 해결 방법이 등장할 수 있다. MIT의 강의에 등장하는 사례들은 항상 현실에 근거했고 모든 프로젝트들은 현장의 문제에서 출발했다. 수많은 사례들 중에서도 내게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도시의 부도 사태’에 대한 것이었다. 지자체가 부도날 수 있다는 것도 신기했거니와, 그런 위기로 인해 생긴 문제들과 그 위기를 극복하는 해결책들이 입체적으로 다루어지는 것이 흥미진진했다.

셋째는 창업정신 / 기업가정신 (entrepreneurship).

창업정신(또는 기업가정신)이란 꼭 기업 경영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어느 활동에서나 필요한 정신이다. ‘만들어낸다, 해낸다’는 정신이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서는 '돈버는게 기업가정신'으로 잘못 해석되기도 하지만, 진정한 기업가정신이라 아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무언가 실제적으로 만들어서 인간과 사회에 유익함을 돌려주는 실천 정신이다. 기업가정신이란 말이 자칫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으니 '창업정신'이 더 좋은 어휘일 수 있다.

유난히 벤처 활동과 프로젝트들이 많던 MIT는 조용한 가운데 끊임없이 무언가 만들어내는 게 신기했다. 앞서도 얘기했던 ‘미디어 랩’도 그렇거니와, 내가 일했던 ‘도시건축 랩’에서도 조용한 듯싶으면 여기서 차이나 프로젝트, 저기서 남미 프로젝트, 일본 프로젝트가 등장하는 것이었다. 그런 프로젝트들의 성과가 공공 정책으로, 프로그램으로, 벤처로, 기업의 혁신 노하우로 변하면서 현실 세계를 조금이라도 낫게 만드는 것이다.

문제 창조 정신, 현장 감각, 창업 정신의 뿌리는 ‘실천’이다.
‘성찰적 실천’이라 해도 좋다. 생각하며 행동하는 것이다.

어떤 전문 지식 이상으로 중요한 깨달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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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서도 이런 정신이 꽃피기를 나는 정말 바란다. 비단 학교 교육 뿐 아니라 기업에서도 행정에서도 정치에서도, 개인도 또 사회집단도. 우리 사회는 아직도 원론주의, 총론주의, 관념론, 추상론, 서열주의, 정답주의에서 그리 크게 벗어나고 있지 못하다. 상상력과 창의력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대라 부르짖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사고를 옥죄고 행동을 제약하는 프레임들이 알게 모르게 사회 곳곳에 엄연히 존재한다. 그 틀을 과감하게 뛰어넘는 동기란, ‘실천’을 해내고자 하는 의지다. 이것이 바로 ‘성찰적 실무자’를 움직이는 동기이기도 할 것이다.(그림은 MIT 엔블럼, 이 그림이 박힌 티셔츠를 입고 다시는 우리 학생들을 꽤 많이 보았다.)

우리의 청소년들이 ‘성찰적 실무자’가 되기를 꿈꾸었으면 좋겠다. 돈과 출세라는 세속의 성공 기준에 얽매이지 말고 생각하는 행동인으로서 세상을 바꾸는 과정 그 자체를 즐기기를 바란다.

  • 자신이 문제를 새롭게 창조할 수 있는 생생한 호기심,
  • 현실이라는 땅에 굳건히 뿌리를 박을 수 있는 냉철함과 애정,
  • 언제나 무엇을 만들어내겠다는 의지를 키워보자.

    우리도 유쾌한 놀라움을 만들 수 있다.


    *** 스승의 날 다음 날 새벽 김진애 생각:

    MIT 유학 첫 1년을 제 인생의 카메오라 부르곤 합니다. 머리 부풀고, 날개 돋는 듯, 가슴 뛰던 시간이었지요. 그 유쾌한 놀라움의 분위기를 우리 사회에서도 꼭 만들고 싶답니다. 우리라고 못할리 없으니까요. 제가 공식교육계에 종사하지 않으면서도 자라기에 관심많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요새 트렌드인 '학교를 기업적으로 운영'하는 것은 문제 있습니다.'기업가정신'을 독려하는 MIT지만 학교로서 MIT는 '공공성과 지적 모험과 사회적 양심을 중시하는 기본'을 지킴으로써 생명력이 길어지지요. MIT는 초기에 이른바 전쟁 기술로 큰 학교지만, 기술에 인문과 철학을 통섭함으로써 인류적 학교가 되었지요. 과학기술적 근거에 기반한 인문적 통찰. 또는 인문적 통찰에 근거한 과학기술 마인드...

    어떻게 보면 미국 패권지향적인 하버드 대학보다 MIT는 더 세계보편적 대학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MIT 역시 미국대학임에는 분명하지마는요.

    '스승의 날'은 바로 '학교의 날' 아닐까요. 진정한 배움, 속깊은 자라기, 사회와 이웃에 대한 애정을 흠뻑 받을 수 있는 학교와 스승. '스승'이 굳굳이 버텨주는 학교, 우리 그렇게 되어야 하지요. 물론 이 세상은 가장 큰 학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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