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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2/24 문학 상상력∙공간 상상력을 위해서 by 김진애 (2)
  2. 2008/02/19 『Out of Control」: 뭔가 창조하려면 우아함 따위는 잊어라 by 김진애
  3. 2008/02/11 어릴 적 달달 외우도록 읽은 책 3권 by 김진애 (2)
휴가지 ‘베개’ 잃어버린 소동

“어머나, 내 베개!” 차는 마산시로 막 접어들고 있었다. 잠깐 눈을 붙이겠다고 뒷좌석에 던져둔 베개를 집으려다가 깨닫고 말았다. 이런, 호텔에 두고 왔구나. 나에 대한 비밀.....

혁신도시, 적극적으로 승계하라

내 그럴 줄 알았다. 이명박 정부는 지역균형발전에 대해서는 참여정부의 맥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 아무리 정책 이름을 ‘균형발전’에서 ‘지역발전’으로 바꾼다 하더라도, ‘광역경제.....

'딸‘은 완벽하다

나는 딸딸 엄마고 나의 남편은 딸딸 아빠다. 아들만 있는 엄마 아빠에게 미안한 말이지만, 딸의 존재가 얼마나 큰 축복인지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정도다. 기를 때 ‘아.....

나라 망신시키는 6가지 요령

요즘 시대에 우리는 누구나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다. 국제외교를 담당하는 외교관뿐 아니라, 해외비즈니스, 유학, 여행 뿐 아니라 해외상품에 대한 구매를 하고 인터넷으로.....

“작가요, 건축가요?” 건축하는 사람이 왜 그렇게 글을 많이 쓰느냐는 질문을 받곤 한다. 글쎄다. 건축하는 일이나 글 쓰는 일이나 나는 그리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고 똑같이 사랑하는 일이다.

그러나 “둘 중 하나만 꼭 골라야 한다면?” 하는 질문에는 별 서슴없이 ‘글 쓰는 일’이라 답하곤 한다. 글쓰기의 자유와 상상력이 더 매력적이라서다. 건축은 현실에서 손으로 만질 수 있는 그 무엇을 만들어낸다는 것이 더없이 매력적이지만 바로 그 현실 때문에 고달프기 짝이 없고 마음껏 자유롭거나 또 상상력을 발휘하기에도 훨씬 더 제약이 많으니 말이다.

글은 자유롭고 상상을 불러일으키기에 좋다. 공간에 대해서 감동과 상상의 파워를 발휘하여 더욱 좋다. 공간을 느끼게 하는 글, 공간을 상상케 하는 글은 정말 매혹적이다.

유치환의 시, 「깃발」은 무한한 푸른 하늘을 바탕으로 한 점의 깃발이 전파하는 기를 느끼는 긴장감과 자유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여 좋다. 박경리의 소설, 「토지」를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는 나로 하여금 우리 강산과 옛 건축의 정서와 아름다움과 뜻에 대해 호기심을 갖게 책이기 때문이다. 집, 대문, 담장, 대청, 사당, 나룻터 등의 공간들이 자아내는 사람 이야기의 단서들을 찾게 해주었다.    

토지 (전21권) 상세보기
박경리 지음 | 나남 펴냄
경남 하동의 평사리를 무대로 하여 5대째 대지주로 군림하고 있는 최참판댁과 그 소작인들의 이야기를 담은 박경리 대하역사 장편소설. 1860년대부터 시작된 동학운동, 개항과 일본의 세력강화, 갑오개혁 등이 『토지』 전체의 구체적인 전사(前史)가 된다. 동학 장군 김개주와 윤씨 부인에 얽힌 비밀이 차차 풀려나가고, 신분문제와 이기적 욕망에 사로잡혀 귀녀와 평산 등이 최치수를 살해하는데... 세트(전21권) ☞ 한국간행

「메밀꽃 필 무렵」「소나기」의 서정적인 공간 분위기에 마음이 그윽해지다가, 이상화의 시「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의 한 구절,

“나는 온몸에 해살을 밧고,
푸른 한울 푸른 들이 맛부튼 곳으로,
가름아 가튼 논길을 따라 꿈속을 가듯 거러만 간다.“

에 이르르면 참으로 공간과 사람의 몸과 마음과 정신이 얽히는 글의 파워에 생생한 떨림을 느낀다. 

이 상의 글은, 그가 건축을 공부했기 때문이기도 했겠지만, 공간 상상력이 펼쳐지는 것이 즐겁다. 그의 글을 읽으면 ‘그림이 온다.’ 「날개」에서 그 골방과 그 집과 골목, 그리고 휘황한 거리의 냄새가 날 듯 하다. 

외국 작가들의 글에서 펼치는 공간 파워 역시 좋다. 브론테 자매의「폭풍의 언덕」「제인 에어」는 아마도 그 황량한 영국의 자연이 없이는 태어나지 않았으리라. 움베르토 에코의 글은 아마도 중세의 미로와 같은 공간이 없었다면 가능치 않았으리라. 지식의 미로가 그대로 반영된 것 같은 중세의 공간에서 에코의 상징은 복합적인 의미로 태어난다.  

미셸 푸코 작업의 의미를 새삼 깨달은 것은 그의 다른 어떤 뛰어난 책 들보다도 ‘파놉티콘‘이라는 원형 감옥의 공간을 통해 사회의 권력구조와 컨트롤 방식을 분석한 글 덕분이다. 공간이란 역시 사람에게 파워풀한 컨트롤 수단임을 알 수 있다.    

도시의 역학을 기막히게 그리기로는 시오노 나나미를 따라갈 작가도 없을 듯 싶다. 그의 저작 중에서도 베니스의 탄생과 흥망성쇠를 그린 「바다의 도시 이야기」는 도시가 인류문화의 집대성이고 인간사의 무대라는 것을 웅변하는 책이 아닐까. 도시는 눈에 보이는 그 이상이다.

바다의 도시 이야기(상) (르네상스 저작집 5) 상세보기
시오노 나나미 지음 | 한길사 펴냄
베네치아의 정치외교 기술과 국가를 '경영'하다시피 한 베네치아인들의 정치 마인드, 그리고 실현불가능한 '완전무결'을 고집하지 않는 대신에 실제 피해를 되도록 줄이는데 힘썼던 그들의 현실적인 합리주의 노선을 되짚어보는 대하 서사시이다.


그러다가, 이탈로 칼비노의 「보이지 않는 도시」책에 이르르면 나는 ‘공간의 시성, 공간의 상징성’과 함께 ‘글의 시성, 글의 상징성’을 깨닫는다. 역시 글의 파워는 놀라운 것이다.
글을 쓰는 작가와 공간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일 것이다. 작가의 공간 감성은 아마 누구보다도 예민하고, 떨릴 듯 섬세하고 또 흔들림 없이 힘이 있을 것이다. 글을 통해 그러한 공간 감성을 느끼는 체험, 감동적인 순간이다. 

보이지 않는 도시들(세계문학전집 138) 상세보기
이탈로 칼비노 지음 | 민음사 펴냄
선과 악, 질서와 혼돈이 공존하는 도시에 대한 한 편의 시와 같은 소설. 보르헤스, 마르케스와 함께 현대 문학의 3대 거장으로 꼽히는 작가, 이탈로 칼비노의 대표작으로, 그의 소설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작품으로 꼽힌다. 매우 섬세하면서도 이곳저곳으로 뻗어나가는 소설은 도시를 심리적, 물리적, 감각적 상태로 그리며, 공간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에 관한 통찰을 보여준다. 소설은 베네치아의 젊은 여행자 마르코 폴로와

『이 집은 누구인가』라는 책을 쓰면서 나는 제발 건축하는 사람으로서의 나의 모습이 드러나지 않도록, 부디 독자가 글을 읽으며 자신의 집을 상상하는 글을 쓰려 애썼다. 그러나 ‘상상하게 하는 글’을 쓴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깊이 실감했다. 책을 다시 읽어보면 전문가로서의 나의 투가 곳곳에 튀어나오는 것이 아쉽기 짝이 없고 나의 한계를 느낀다. 아, 공간에 대한 글을 쓴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가. 글이란 얼마나 쓰기 어려운가.  

그래서 나는 부디 우리의 작가들이 그들의 감성과 지성으로, 그들의 상상력과 필력으로 공간을 묘사하고 상상하고 감동하게 만드는 글을 쓰기를 마음 속 깊이 기대한다.

실재하는 공간이든, 머릿속에 피어오르는 상상의 공간이든, 아주 일상적인 공간이든, 평소 보기 어려운 초일상적인 공간이든 글을 통한 공간상상력을 느끼고 싶다.

평소 보면서도 느끼지 못하고 지나는 공간의 뜻, 많이 봄으로 해서 잃어버린 상상력, 보질 못해서 상상하지 못하는 공간, 또는 상상을 통해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내는 글을 더욱 접하고 싶다.

 집이건, 사람의 몸 공간이건, 우리의 길이건, 도시건, 하늘의 공간, 땅 속의 공간, 땅위의 공간, 사람과 사람 사이에 이루어지는 공간의 뜻을 새삼 깨우치게 하는 그런 글을 더욱 만나고 싶다. 우리의 문학에서 생생하게 우리의 도시, 우리의 골목, 우리의 집, 우리의 공간이 살아 숨쉬는, 그 미묘한 감성들이 퍼져나오는 기쁨을 만나고 싶다.

글과 공간. 그렇게 둘이 있기에, 서로 만나고 파장을 주며 때로 하나가 되기에, 사는 맛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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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격물치지 2008/02/27 09:20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대단한 통찰이십니다. 좋은 책들 많이 알게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

  2. laoju 2008/03/17 15:51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책 링크가 잘못됐네요. "보이지 않는 도시들"이 "보이지 않는 도시에서"란 책으로 잘못 연결되었네요.

어렸을 적에 문자 중독증에 걸렸다. 다른 놀이가 별로 없어서. 뒹굴뒹굴 골방에서 달달 외우도록 수십 번 읽었던 『그리스 로마 신화』, 『플루타르크 영웅전』, 『공자 일대기』 세 권의 책. 어른용 두툼한 책 속에서 만난 인물들과 인간적 신들의 매력 덕분에 나는 지금도 사람에게 관심이 많은 지도 모른다. 왜 사람은 사람일까? 영원한 궁금증이다.   

그러다가 이미지 중독증에도 걸렸다. 방과 후에는 만화, 주말에는 영화, 밤에는 미술 작품집. 만화는 그나마 허용이 되어서였고, 영화는 관람불가에 대한 반란용, 미술 책은 미술 공부하던 언니 덕분이었다. 건축 일을 그래서 택했을까. 만화가는 되고 싶었지만 자신 없었고, 화가는 절대로 하고 싶지 않았고, 영화감독은 언감생심 꿈도 꾸어보지 못했다.    

문자 중독증에 더하여 이미지 중독증에 걸린 것은 천만다행이다. ‘문자 + 이미지’라는 일을 택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문자만 다루는 사람이 되었더라면 머리 터지고 가슴 태우는 인생을 살았을지도 모른다. 이미지 다루는 사람도 가슴 터지고 머리 태우긴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손과 몸을 좀 더 쓰니 ‘노동적’이라 좋고 이미지란 좀 더 ‘쾌락적’이라는 것이 좋다. (물론 이것은 나의 편견이다. 문자에서 더욱 짜릿한 관능을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문제도 있다. 문자와 이미지에 대한 나의 잡식성은 내가 보는 책을 아주 복잡스럽게 만든다. 끌리는 책, 매혹되는 책의 종류가 너무 많아서 탈이다.

그래선지, 나는 ‘한 권의 책’이라는 말을 도통 믿지 못한다. 세상에 어떻게 한 권의 책이 있을 수 있나? 한 사람을 이루는 것이 수백만 수천만의 체험이듯, 수백만 수천만의 체험이 우러나오는 책이란 수없이 많을 것이다. 물론, 한 사람의 직접 체험이 한정적이듯, 그 수백만 수천만 책들을 읽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한 권의 책’이라는 말의 중차대한 의미는 있을 것이다. 그 상황, 그 욕구, 그 의문, 그 갈망, 그 허기에 다가오는 책, 우연이든 필연이든 바로 그 한 권의 책과 어떻게 만나느냐에 따라 사람은 꽤 달라질 지도 모른다. 또한 어느 순간에 빠지는 책이란 어차피 ‘그 한 권의 책’이다. ‘그 순간 그 책’에 어떻게 깊게 빠지느냐에 따라 체험의 깊이란 꽤나 달라질 것이다. 책과의 만남 역시 일종의 운명이다.

문자와 이미지를 오가는 나의 중독증, 한 권의 책을 영 믿지 못하는 나의 다독증, 그러나 ‘그 순간 그 책의 마력’을 믿는 나의 책 운명론. 내가 책에 매혹되기는 아주 쉽고 또 아주 어렵다. 어느 책에나 쉽게 매혹되지만 깊이 깊이 매혹되는 책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5년 전에 만나 삼켜버릴 듯 읽어버린 책 한 권을 기억해낸다.『Out of Control: The New Biology of Machines, Social System and Economic System』(직역하자면 『통제불능: 기계, 사회체계, 경제체계의 새로운 생물학』) 번역본은 나와 있지 않고 불행히도 번역되지 않을 듯싶다. 깨알같이 작은 글씨로 500쪽이니 우리 책 만들기 방식이라면 1,000쪽이 넘을지 모른다. ‘생물-지능-물리-철학-경제-경영-사회-심리-정치’ 분야를 넘나드는 책이니 아마 독자층이 적다는 이유로도 번역되지 않을 지도 모른다.
 
이 책을 가져 왔던 친구는 대학원생이었는데 강좌 참고서 중 하나라니, 그런 책들을 부지기수로 독파할 영어권 친구들이 부럽기도 하다. 부피 작고 가벼운 페이퍼백이니 몸에 붙이고 다니기도 쉽고 그런가 하면 내용은 내 온 몸의 세포와 촉수를 건드리는 것 같던 책이다. 한마디로 상상력을 자극하는 책이다.

그림은 하나도 없지만 문자를 통해 이미지를 떠올리게 만드는 책, 여러 세계들을 넘나들지만 그 엄청난 세계를 나의 세계로 느껴지게 만드는 책, 이 끔찍하게 변하는 세상에서 인간의 본성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 책. 이 책은 분명 나에게 마술을 부렸다. ‘그 순간 그 책‘에 깊게 빠지게 만들었다. 

이 책에서 나를 강타한 말.

"If you want to create something out of nothing,
forget elegance.
If it works, it's beautiful.
(‘무’에서 뭔가 ‘유’를 창조하려면, 우아함 따위는 잊으라,
작동하면 아름답다.)“

책에서는 지나치는 말처럼 묻혀있지만 나를 강타한 이유. 생명의 본질, 생성의 본질, 복잡 질서의 본질, 창조의 본질에 대한 나의 깊은 의문을 건드렸기 때문일 것이다. 마침, 헤매고 찾고 들쑤시고 목마르고 허기졌던 그 순간에. 내가 아는, 내가 체험한 모든 문자들과 모든 이미지들이 갑자기 살아나는 듯 싶던 그 순간, 매혹의 순간이었다. 

분명 ‘한 권의 책’은 있을 수 있으리라. 문자와 이미지에 대한 나의 갈증, 나의 수수께끼를 풀어줄 그런 책을 더 만나고 싶은 것은 물론, 그런 책을 왜 안 만들고 싶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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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번 맘에 든 책은 여러 번 본다. 때로는 수십 번씩. 좋아하는 노래 다시 듣는 것과 마찬가지다. 다만 노래는 몇 백 번 씩 다시 듣지만 책은 몇 십 번 다시 읽을 뿐이다.  

이런 습관은 어릴 적 책 귀했던 시절을 살아봤기 때문일까? 하얀 바탕에 검은 무늬 있으면 무엇이나 주워 읽던 시절, <그리스로마 신화>, <플루타르크 영웅전>, <공자 일대기> 세 권을 수십 번 읽어 달달 외웠다. 10살 무렵이었다. ‘복잡할수록 재미있다’는 것을 일찍 터득한 나는 요새 아이들이 복잡해서 더 좋아한다는 ‘해리 포터’ 열풍을 충분히 이해하겠다.

나는 그리스로마신화의 모든 신들 이름과 에피소드들을 달달 외웠고, 특히 재미있어 했던 것은 신도 아니고 인간도 아닌 요정들, 영웅들 이야기였다. 이렇게 그리스로마신화를 습득한 덕에 나는 서구의 문화 토양의 근원에 대해서 보다 잘 이해하게 되었는데, 나중에 어른이 되고 난 후에야 그 효과를 알게 되었다. 

풀루타르크 영웅전의 그 수많은 영웅들 중에서 나에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인물은 그리스의 작은 나라 ‘테베’의 ‘데모스테네스’였다. 다른 영웅들은 주로 칼로 이루어졌는데, 데모스테네스는 ‘세치 혀’, 즉 웅변을 통해 국민을 하나로 묶었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게다가 이 사람은 어릴 적 말더듬이였다니, 수줍음 많던 내 열 살 시절에 나도 뭔가 달라질 수 있다는 희망을 줬다고 할까?

플루타르크 영웅전 전집 1 상세보기
플루타르크 지음 | 현대지성사 펴냄
서양문화의 중요한 한 축을 이루고 있는 플루타크 영웅전을 번역한 책. 50명의 그리스와 로마의 영웅들의 생애를 이야기하면서 그리스인과 로마인을 비교한 전기문학으로, 사실의 나열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후세를 위한 선의 권유, 세계사의 위대한 시기를 이끈 영웅들의 삶과 이상을 그 내용으로 한다. <테세우스>, <크라수스>, <오토> 등 모두 50명의 생애를 들려준다. 양장본.


공자가 많은 제자들과 함께 그 수많은 지방을 다녔다는 것을 <공자 일대기>로 알았다. 이른바 군주들과의 만남들이 많이 그려져 있었는데, 영웅전처럼 재미는 없었지만 수십 번 읽은 이유는 뭘까. 수없는 만남과 헤어짐이 인상적이었다. ‘공자님’하면 근엄하고 권위 가득한 줄 알았더니 수없는 방황과 실패가 있었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물론 나이 들고 책 그리 귀하지 않고 좋은 책 너무도 많은 이 시절에는 수십 번 씩 읽는 책은 점점 귀해진다. ‘어느 부분’을 수십 번 씩 읽는 경우는 있지만. “그 뜻이었나? 어떤 단서였지? 어떤 어휘를 썼지? 어떤 표현이었더라? 왜 나는 이렇게 기억하지?” 다시 그 부분을 펴본다.

나의 서가 한 켠에는 그 부분을 읽고 또 읽는 책들이 한군데 모여있다. 어떤 ‘번득임’을 주었던 책들이다. ‘사람은 누구인가, 사람은 왜 있는가’에 대한 흥미로운 의문들. 


그렇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읽는 책은 역시 ‘스토리’가 있는 책이다. 이른바 소설. 애착 1순위는 <토지>. 그 중에서도 1부 1권. 초판본은 아니더라도 1973년의 ‘거의 초판본’을 위에서 아래로 내려 읽는 그 맛. 첫번 읽었을 때의 그 순간 그 느낌을 다시 더듬을 수 있다. 책이란 기억의 단서다. 책은 다시 한 번 살아보게 한다.    

토지 (전21권) 상세보기
박경리 지음 | 나남 펴냄
경남 하동의 평사리를 무대로 하여 5대째 대지주로 군림하고 있는 최참판댁과 그 소작인들의 이야기를 담은 박경리 대하역사 장편소설. 1860년대부터 시작된 동학운동, 개항과 일본의 세력강화, 갑오개혁 등이 『토지』 전체의 구체적인 전사(前史)가 된다. 동학 장군 김개주와 윤씨 부인에 얽힌 비밀이 차차 풀려나가고, 신분문제와 이기적 욕망에 사로잡혀 귀녀와 평산 등이 최치수를 살해하는데... 세트(전21권) ☞ 한국간행



‘추리소설’도 빠뜨릴 수 없는 수십 번 다시 읽기 대상이다. 숨어있는 ‘장치’들을 찾는, 즐거운 게임이다. 책 이름은 별로 못 외워도 작가 이름만은 절대로 못 잊는 아가사 크리스티, 반 다인, 레이먼드 챈들러의 고전들. 누가 뭐라 해도 나는 추리소설 다시 읽기가 즐겁다. 

최근에 바빠서 깊은 책읽기를 못하고 있는 중이다. 일 하기 용 읽기 외의 책읽기를 몇 달 못하니 스트레스 쌓인다. 헉헉 숨만 가쁘고 제대로 숨 못 쉬는 것 같은 이 답답함. 이럴 때 좋은 것이 읽었던 책 다시 읽기다. 익숙한 그 책들의 숨결 속에서 숨을 고를 수 있다. 수십 번 다시 읽게 하는 책의 숨결, 고맙기도 해라! 언제나 은퇴해서 읽고 싶은 책 다 읽는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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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격물치지 2008/02/13 15:28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어릴 적 책읽기가 지금의 글발로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 오랜만에 아주 좋은 블로그 발견해 좋습니다.

  2. 김진애 2008/02/13 20:29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그 3권의 책들은 다 어른 책들이었고,
    영어가 아니라 우리말 책들이었답니다.
    아이들을 아이라고만 여기지 않는 것,
    우리말을 잘하게 하는 것, 두가지가 참 중요합니다.
    어린이 과잉 보호, 영어 과잉 주입은 스스로 자라기를 방해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