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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TV, 책’ 살려내세요

<TV, 책을 말하다> 첫 회 패널로서 한마디 하렵니다. 이 프로에 몇 차례 출연했었고, 책 관련 방송을 열광적으로 지지하고, 글에 대한 존중심이 깊고, 20 여권 이상 책을.....

고양이는 쥐의 무서움을 모른다, 아니, 너무 잘 안다

지난 주 <백분토론 400회>에서 유시민 전 의원이 했던 ‘고양이는 쥐가 얼마나 무서워하는지 모른다’말이 많이 회자됐었다. 힘센 고양이는 ‘뭐 그래, 별 거 아닌데’ 하면서 발.....

대학생 멘토링, 참 어렵군요!

이번 학기에 <셀프 리더쉽(리더십)과 자기 비전 만들기>라는 과목을 수강하고 있는데요. 이번 기말 과제가 ‘자신의 role model을 찾아서 인터뷰하기’입니다. 그래서 선생님.....

MIT 도서관에서의 생생한 행복감

행복감이 생생하던 시간들이 있다. 그 중 하나로 나는 유학 시절 도서관에서 하염없이 책을 뒤지며 보냈던 시간을 꼽는다. MIT 도시건축학부에는 로치 라이브러리(The Rotch.....

이 글은 지난 2007년 5월 월간 중앙에 제가 기고했던 글을 재 편집한 글입니다.

내가 행복해할 때는 어려운 과제에 도전할 때, 그리고 남들이 내가 한 일로 즐거워할 때다. 필연적으로 나는 공공적인 일을 좋아한다. 예컨대, 사적 건물 짓기보다 공공적인 성격이 강한 도시 만들기와 도시공간 만들기가 더 좋다. 훨씬 더 복잡하고 어려운 한편, 더 많은 사람들을 즐겁게 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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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2000년 인사동길 설계를 내 인생 중 인상적인 행복 순간 중 하나로 꼽는다. 설계부터 완공까지 2년 동안 긴장하고 애태우고 치열했던 매 순간이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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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공모에 당선된 날은 밤잠을 설쳤다. 인사동이란 이 중요한 서울의 공간, 내가 흠모해왔던 공간을 다루게 되니 얼마나 설레던지. 서울시에서는 길 위만 가꾸기를 주문했지만, 봄철이면 몇 곳씩 수도가 터짐을 알고 있던 나는 몇 달 동안 서울시를 설득하여 드디어 길 밑의 상하수도, 가스, 전기를 정비하게 했다. 중간에 욕 잔뜩 먹었고 남들이 몰라줘도 나는 뿌듯하다. 

사람들은 그 내막을 잘 모르지만, 바닥의 기왓장 색깔의 전벽돌을 깔게 하는데 얼마나 힘들었던지. 돌 깔자는 사람, 흙 깔자는 사람 등 갖가지이고 12가지 옵션을 검토한 후 내가 제안한 전벽돌은 깨져서 안 된다고 말도 많았다.


보고 시 당시 고건 시장이 외국도시에서는 벽돌이 깨져도 자연스럽다면서 설계자 제안을 받아들이자 해서 안심했던 순간도 잠깐이었다. 공사 시작하며 벽돌 샘플을 깔아놨는데, 전벽돌은 안 보이는 게 아닌가. 구하기 쉬운 유럽풍의 적벽돌이나 갈색 벽돌만 샘플로 깔린 거였다. 다시 동분서주해서 겨우 관철해냈다. 지금도 찻길 위에는 전벽돌이 꽤 깨졌지만, 여전히 인사동에 가장 잘 어울리는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남인사마당’ 만들기도 행복했다. 인사동길 자체는 워낙 폭이 좁은 편이고, 쓸 만한 광장을 만들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 이곳이었다. 문제는 종로구청에서 이미 리노베이션을 했다며 건드리지 못하게 하는 것이었다. 나는 두 방향으로 설득했다. 한편으로는 영 폐쇄적인 공간이어서 낮에도 술판이 곧잘 벌어진다는 문제를 제기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공중화장실을 만들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라 설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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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 끝에 만든 남인사마당은 종로와 바로 붙어 있어서 사시사철 사람들이 끓고, 거의 모든 인사동 행사가 이곳에서 열린다. 별로 크지 않지만 쓸모 있는 마당이다. 내가 만든 공간 중에 가장 잘 쓰이는 공간이라 할 만하다. 행사가 열리는 남인사마당을 지나칠 때마다 나는 그냥 행복하다.

공사 중에 조선일보에서 대문짝만하게 인사동길에 띄엄띄엄 놓은 물확 돌을 ‘세상에서 제일 커다란 재떨이’라고 비판하는 기사를 실어서 한동안 곤혹스러웠는데, 지금은 물확 돌 하나하나마다 관리하는 가게 이름을 박아 넣고, 여름이면 물옥잠화를 곱게 피우고 있다. 도시란 사는 사람들이 직접 가꾸어야 한다는 내 소신이 맞아들었으니 나는 또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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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행복하지 못했던 사건도 있다. 공사 중에 차도 폭이 넓어져서 계획했던 나무 심기가 대폭 줄었고, 중간 중간 만든 작은 ‘텃밭’은 준공 몇 년 후에 결국 사라져 버렸다. 인사동 깊은 골목 속의 작은 텃밭들처럼 큰길에도 텃밭이 있다면 얼마나 좋은 도시겠느냐 하며 겨우 몇 개 만들었는데, 결국 관리 문제 때문에 사라져버렸으니 속상하다. 하지만 언제나 완벽하게 행복할 수는 없는 것 아니겠는가.

이 글을 읽는 블로거들은 짐작하시리라. 인사동길은 하나의 예일 뿐이다.
내가 하는 대부분의 일은 어렵게 도전하고 다른 사람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미리 찾아내서 남을 설득하고 만들어내는 일이다.
그러니 사실 나는 언제나 행복하다고 해도 좋다. 일하는 과정 자체가 행복하다.

세속의 성공 잣대가 아니라 ‘행복 순간’의 성격에 따라 일을 선택하고 그 일에 전념할 때가 가장 행복한 것 아닐까. 가능하면 더 어려운 일에 도전하고 싶고, 가능하면 더 많은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 일을 하고 싶다. 그래야 나도 행복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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