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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TV, 책’ 살려내세요

<TV, 책을 말하다> 첫 회 패널로서 한마디 하렵니다. 이 프로에 몇 차례 출연했었고, 책 관련 방송을 열광적으로 지지하고, 글에 대한 존중심이 깊고, 20 여권 이상 책을.....

고양이는 쥐의 무서움을 모른다, 아니, 너무 잘 안다

지난 주 <백분토론 400회>에서 유시민 전 의원이 했던 ‘고양이는 쥐가 얼마나 무서워하는지 모른다’말이 많이 회자됐었다. 힘센 고양이는 ‘뭐 그래, 별 거 아닌데’ 하면서 발.....

대학생 멘토링, 참 어렵군요!

이번 학기에 <셀프 리더쉽(리더십)과 자기 비전 만들기>라는 과목을 수강하고 있는데요. 이번 기말 과제가 ‘자신의 role model을 찾아서 인터뷰하기’입니다. 그래서 선생님.....

MIT 도서관에서의 생생한 행복감

행복감이 생생하던 시간들이 있다. 그 중 하나로 나는 유학 시절 도서관에서 하염없이 책을 뒤지며 보냈던 시간을 꼽는다. MIT 도시건축학부에는 로치 라이브러리(The Rotch.....

“요리란 물과 불로 하는 황홀한 장난,

요리란 순간을 만끽하는 시간 예술,

요리란 손과 눈과 코와 혀가 얽히는 몸의 예술,

요리란 창조와 소멸을 음미하는 철학적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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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를 예찬하는 나의 정의들이다.

요리란 즐겁고
아름답고 영양 높고
철학적이고 창조적이다.

     


날렵하게 칼을 놀리며 사과를 깎는 나를 보고 남자 동창들이 던지는 말,

“그런 것도 할 줄 아네….”

이런 유감스런 바깥 이미지와 달리 나는 요리를 정말 즐긴다. 그리고 불출하게도 자랑을 해보자면, 나는 요리를 아주 잘한다.

요리를 즐긴다는 증거라면?

맛있게 먹은 음식은 꼭 한번 내 손으로 해봐야 직성이 풀린다,
여행길에서 요리 재료 하나는 꼭 사들고 온다,
뭔가 항상 새롭게 만들어 본다.
이 정도면 충분한 증거 아닐까. 

요리를 잘한다는 증거는?
글쎄다.
인공 조미료를 전혀 안 쓴다는 것,
한번 먹어본 요리는 대충 만들 줄 안다는 것.
요리 하는 중에 먹어보지 않는다는 것,
혀보다 코가 예민하고 코보다 눈이 예민하고 눈보다 손이 더 예민하다는 것,
물론 내가 한 음식을 사람들이 즐겨 먹는다는 것도 빠뜨릴 수 없다.
(맛있는 척만 하는 게 아님을 나는 물론 깊이 믿고 있다.^^)


물론 그렇다고 요리를 항상 하느냐, 이건 전혀 아니다.
이른바 일하는 여자로서, 정신없이 바쁠 때면 한 달 이상 부엌 근처에도 가지 않는 때도 있다. 그러다 여유가 생기면 매일매일 정신없이 새 요리 해먹느라 도저히 무게 관리가 안 될 정도다. 두 딸의 흉보기. “나중에 우리 결혼하면 본 척도 안하다가 갑자기 불러서 온갖 요리 안겨주고는, ‘맛있지, 맛있지, 맛있지?’ 연발할 거야!” 나는 딸들 손바닥 위에 있다.^^   

그렇지만 딸들아, 내 요리 솜씨에 감사할 날이 올 거다!
나의 두 어머니(친정 엄마와 시어머님) 요리 솜씨에 내가 감사하듯이.
요리 솜씨는 우리 핏속, 세포 속, 유전자 속에 흐른단다.
이럴 때 아들이 없다는 사실이 아쉽다.
아들이 있었더라면 요리 재미 알고 요리의 이치를 몸에 익힌 근사한 남자 하나를
세상에 내놓을 수 있었을 텐데.  

요리란 몸으로 익혀지는 예술이다. 체험과 훈련과 도전이 요건이다.

얼마나 맛있게 먹으며 컸나,
얼마나 많이 해봤나,
그리고 얼마나 도전을 해봤나,
   

  이 세 가지가 관건이다. 요리도 다른 어떤 것과 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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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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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애, , , 순간예술, 요리, 인생은의외로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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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란 엄마와 시어머님 스타일

요리 스타일 전혀 다른 두 어머니를 거친 것은 나의 행운이다.
두 어머니는 정말 다르다.
식솔 많고 집안 대소사 많은 내력과 손 큰 것은 비슷하지만 요리 스타일은 어떻게 그렇게 다를까.

친정 엄마는 한마디로 ‘우르르 쾅쾅’ 스타일이다. 빠르고 거침없이 해낸다. 산본 시댁과 수원 친정과 인천과 서울을 오가며 젊은 시절을 단련했고, 열 명의 아이를 낳은 크나큰 배와 일곱 아이를 키워낸 큰 그릇 덕분 아닐까. 별로 하는 것 같이 안 보이는데 어느새 다 되어 있는 식이다.

시어머님은 한마디로 '조근조근' 스타일이다. ‘진즉 요리계로 나가셨더라면 한 달인 했을 텐데’ 할 정도로 체계적이시다. 그 옛적 일제강점기 기간에 진주여고를 다니셨기 때문일까?(박경리 선생과 비슷한 시기에 다니셨다.)
'첫째, 둘째, 셋째’ 조목조목 짚고, 재료는 이렇게 다듬고, 썰기는 이렇게, 재두기는 저렇게, 담기는 요렇게…, 요리책에 다 쓰기에는 너무도 사소한 그러나 절대적으로 중요한 노하우를 실전으로 가르쳐주신다. 물론 지금도 조근조근 그 잔소리를 그치지 않으시는 것이 유감이지만^^, 요리 배우는 초급 과정에서 시어머님의 ‘조근조근 스타일’은 아주 유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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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아 차일드, 미국 셰프의 전설. 2004년 별세했을 때 <타임>지 표지 모델이 될 정도(좌). 50여 년 동안 미국 요리를 주름잡았다고 할까?  젊은 시절(중), 나이들어(우). '미국 엄마'의 이미지. 튼튼하고 손 크고, 억세고, 일 잘하는... 몸집 크고 갈라진듯 쉬어터진 목소리로 요리하는 TV 프로가 무척 인상적이었다. 요새같으면 전혀 매력없다고 하련만, 그야말로 '실력으로 일가를 이루었다. 나역시 미국에 유학할 때 열심히 그의 프로를 봤다. '미국 고유 음식인 '터키' 굽는 것도 배우고...

요리하는 중
친정 엄마의 레퍼토리는 “빨리 해”.
시어머님의 레퍼토리는 “‘개미’가 있어야지”

‘빨리’와 ‘개미’.
‘빨리’는 나의 모토가 되었고, '개미'는 나의 철학이 되었다.
‘개미’라는 말은 내가 아주 공감하는 진주 사투리다. ‘맛있다’는 말보다 더 진한, 입에 달라붙는, 뭔가 손맛이 느껴지는 정겨운 말이다. '깊은 맛', '바로 그 맛'이라고 하면 어떨까. 나는 ‘빨리’와 ‘개미’를 입에 붙이고 산다. '우르르쾅쾅' 요리하는 사이사이 조근조근 '개미'를 내는 비법을 낸다고 할까. ('개미'란 말은 경상도 사투리인줄 알았더니, 전주사투리라는 설도 있다. 여하튼 '깊은 맛'이라는 뜻의 '개미', 정말 정겨운 말이다.)

친정 엄마와 시어머님의 메뉴 중 영원히 못 잊을 맛들이 있다.
친정 엄마의 ‘굴깍두기’와 시어머님의 ‘갈치속젓 김치’,
친정 엄마의 ‘갈비찜’과 시어머님의 ‘도미매운찜’,
친정 엄마의 ‘북어찌개’와 시어머님의 ‘된장찌개’,
친정 엄마의 ‘오징어국’과 시어머님의 ‘대구 매운탕’,
친정 엄마의 ‘고사떡’과 시어머님의 ‘빈대떡’,
친정 엄마의 ‘도루묵’(알배기 도루묵을 연탄불에 매운 양념으로 굽는다)과
시어머님의 ‘볼레기’(남해 연안에서 잡히는 우럭처럼 생겼지만 훨씬 작은 생선. 그 고소함은 누구도 못 잊는다) 등 등 등.

친정 엄마와 시어머님의 모든 노하우를 전수하지 못한 것은 정말 아쉽다.  
특히 친정 엄마의 굴깍두기는 명절 때면 온갖 기름진 음식으로 느끼해졌을 때, 모든 딸, 사위, 아들, 며느리, 손주들이 마지막 밥 한 공기 비벼먹기로 유명했는데, 배우려고 맘 먹을 때 그만 엄마가 돌아가셔서 지금도 두고두고 아쉬워하고 있다. 몇몇 딸들이 옛 맛의 기억을 따라 흉내를 내고는 있는데, 엄마의 그 맛은 아니다. 요리란 얼마나 섬세한가.

시어머님의 조근조근한 체계적 요리 전수 방식은 두고두고 요긴하다.
오히려 나는 시어머님의 노하우는 상당히 전수한 듯 싶으니, 체계적 배우기는 그래서 좋은 것이다.
손맛도 체계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래야 진정한 전통의 진화가 이루어지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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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화되고 있다고 하는 '줄리아 차일드'.  영화 속 메릴 스트립이 분장한 줄리아 차일드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너무 줄리아 차일드 같지 않은가. 연어를 든 모습이 너무 그럴듯하다. 우리도 요리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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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대가의 영화화를 기대해볼까.












나도 죽기 전에 요리 책 하나 만들어 보련다.
이 꿈을 이룰지는 모르겠지만...^^
 
무엇을 먹느냐 이상으로 어떻게 만들어 먹느냐가 중요하다.
(요새는 '무엇을 먹느냐'도 너무나 중요해졌지만^^...)
 
요리는 그 사람의 스타일이다.
엄마와 시어머님의 스타일에서 진화한 나의 요리 스타일.

*** 김진애 생각:
언젠가, '요리란 아빠와 시아버님 스타일'이란 말도 나올 것으로 나는 굳게 믿는다.
'요리'란 인생의 가장 큰 맛 중의 하나이기 때문에,
남자에게서 요리의 즐거움을 뺏는 것은 분명한 차별이라는 것이 나의 소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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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애, 스타일, 시어머님, 엄마, 요리, 인생은 의외로 멋지다, 줄리아 차일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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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엌은 당신과 나의 놀이터

‘물과 불로 하는 황홀한 장난.’
요리라는 행위를 극찬하는 나의 대사다.
그런 장난이 일어나는 공간,
‘부엌은 신나는 놀이터’다. 부엌을 찬양하는 나의 대사다.

물장난만큼 신나는 것 있으랴. 이 세상에 아무리 더러운 것도 물로 씻으면 어찌 그리 깨끗해지는가. 흐르는 물에 손을 담그노라면 심산유곡이 따로 없다. 물방울 맺힌 푸릇푸릇 야채는 싱그러운 축복이다. 뽀드득뽀드득 소리 나게 접시를 닦으면 오장육부까지 다 시원해진다.

불장난만큼 신나는 것 있으랴. 불이란 정염이고 불이란 변신이다. 불이란 새로운 탄생을 약속한다. 타닥타닥 타오르는 장작불, 펄펄 살아 있는 숯불까지 바랄 것도 없다. 불기 앞에서 달아오르는 느낌, 마치 뜨끈뜨끈 다시 한 번 연애하는 기분 아닌가.

다른 놀이들도 곁들여진다. 칼부림(?), 가위 부림(?), 뒤집기, 섞기, 뿌리기, 다지기, 꽂기, 끼우기, ‘몰랑몰랑’ 주무르기, 색깔 맞추기, 어여삐 담기. 게다가 물과 불로 한바탕 장난을 치고 나면 기막히게 맛있는 먹을거리가 차려지니 요리란 그야말로 꿩 먹고 알 먹는 장난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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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만든 요리, '라자냐' , 놀라셨지요?^^

영화 자체는 별로지만 리처드 기어가 ‘셰프(chef)’로 나와서 괜찮은 요리 대사를 읊은 <뉴욕의 가을>에서 그는 ‘요리는 유일하게 beautiful as well as nourishing한 것’이라 정의한다. 아름다운 여인을 쫓아다니는 바람둥이 남자의 해석인 셈이다. 여자가 아름답고도 영양가 높기는 얼마나 어려운가. 그러나 요리는 아름답고도 또 영양가 만점이다. 요리 찬가다.

요리하는 맛을 모르는 남녀는 아직 삶의 맛, 사랑의 맛을 모르는 것이다.

‘사랑의 첫 탐색 단계’는 ‘같이 먹는 것’이다. ‘애프터’를 위해서 분위기를 무르익게 만드는 행위다. 먹기 욕망은 사랑 욕망과 통한다.

‘사랑의 둘째 단계’는 ‘그대를 위해 요리를 하는 것’이다. 그 여인을 기다리며 상 차리는 남자의 두근거림, 그 남자를 떠올리며 장 보는 여인의 설렘, ‘나의 공간에서 나의 손으로 그대를 위해 무언가 해 주고 싶다’.

‘사랑의 셋째 단계’는 ‘그대가 해 주는 요리를 맛있게 먹어 주는 것’이다. 그대 손길과 그대 마음이 담기면 맛이 없어도 맛이 있다. 그대가 나를 위해 무엇을 해 준다는 것만도 감격스럽다. 당신의 사랑을 삼키는 것이다.

‘사랑의 경지’는 ‘같이 요리해서 같이 먹는 것’이다. 서로에게 손이 되어 주고 발이 되어 주고 입이 되어 주고 눈이 되어 준다. 무엇보다도 시간을 같이 보낸다. 사랑의 경지를 맛본 사람은 모두 아는 비밀이리라. 근사한 섹스 후에 배가 고파져서 둘이 함께 만들어 먹는 요리란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요리라는 것을.

물론 ‘사랑이 깨지는 단계’는 같이 먹기조차 죽어도 싫은 것이다. 모래알 씹는 듯, 독약 마시는 듯, 쓴 약 삼키는 듯, 죽어도 함께 먹기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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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식남녀>, 대만의 리안 감독의 너무 근사한 영화였지요?
                   
우리나라 남녀의 사랑이 무르익으려면 아무래도 부엌이 근사한 놀이터가 되어야겠다. 요리하지 않는 남자가 그렇게 많아서야, 요리하기 지겨워하는 여자가 그렇게 많아서야, 우리나라의 사랑은 부실할 수밖에 없다. 사랑이 부실하면 나라도 부실해진다. 그러니 부엌이 근사해야 나라가 근사해진다. ‘요리 찬가’로 시작한 것치고는 무척이나 큰 선언으로 자라 버렸구나. 하하하!

여하튼, 부엌이란 집에서 가장 흥미진진한 공간임엔 분명하다. 불과 물이 있고, 만물상에, 작업장이자 카페이고 레스토랑이다. 신나는 놀이터? 소꿉장난 놀이터일 수도 있고 세련된 남녀가 희롱하는 놀이터일 수도 있다.

혼자 있는 부엌은 징그러운 노동이지만 둘이 하는 노동은 사교가 된다. 장난거리가 된다. 둘 이상이 왁자왁자 놀 수 있는 부엌을 만들어 보자.

물론 여자는 자천타천 부엌의 대장이다. 대장 노릇을 제대로 하자. 부엌을 당신만의 성으로 독점하지 말라. 탁월한 대장의 리더십이란, 부하들(?), 팀원들(?)을 배려하는 것이다. 끌어 주고, 격려하고, 야단치고, 칭찬하고, 그리고 함께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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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디 남자에게서 물장난, 불장난을 빼앗지 말라.
그 황홀한 장난에 맛을 들이게 하자.
부디 아이에게서 물장난, 불장난을 빼앗지 말라.
그 황홀한 장난의 묘기를 익히게 하자.
근사한 남자, 멋진 아이들로 다시 태어날 것이다.

눈을 서로 마주 보게 할 구상을 해 보자. 벽을 보는 뒷모습은 절대로 보이지 않게 한다. 외로워 보이니까. 안돼 보이니까. 왠지 미안한 맘이 들지도 모르니까. 손이 마주 닿을 수 있게 해 보자. 손을 내밀면 당신의 젖은 손을 잡을 수 있게 하자. 젖은 손가락, 젖은 손바닥의 마주침은 또 다른 느낌이다. 누구든 무엇이든 찾기 쉽게 하자. ‘무엇무엇’ 하면 바로 대령할 수 있도록 누구나 아는 약속을 만들라. 내가 물을 쓰면 너는 불을 쓴다. 내가 칼을 쓰면 너는 가위를 쓰고, 네가 접시를 꺼내면 나는 컵을 꺼낸다.

소품도 마련해 볼까. 근사한 앞치마는 부엌의 필수 패션이다. 돈 별로 안 들이고도 패션 감각을 즐길 수 있다. 셰프 모자까지 쓰라는 소리만 안 하면 앞치마쯤은 기꺼이 걸치지 않을까?

요리의 순간 예술을 같이 만끽하자. 그 예술적 순간을 같이 맛보자. 재주 없다고 타박하지 말고, 못한다고 잔심부름만 시키지 말고, 내가 더 잘한다고 나서지 말고, 역시 내가 최고야 유세 떨지 말자. 불기를 머금어 더 파릇파릇해지는 순간을, 기름 한 방울로 비단처럼 보드라워지는 순간을, 간 하나로 희한한 맛으로 변하는 순간을, 과감하게 양념을 뿌리는 순간을, 냄비 속에서 볼품없어 보이던 것이 접시 위에서 마술적 예술로 변하는 순간을 즐겨 보자.

그러고는 물론 먹어서 없애는 것이 요리다. 그래서 요리란 순간 예술이다. 그 잠깐의 10분, 길어 봤자 1시간의 순간 예술. 먹는 행위를 통해 우리는 매일매일 퍼포먼스 아트를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소멸하기에 요리는 더욱 창조적이다. 더욱 새로운 창조를 위해 이 순간 소멸한다.

그러나 먹는다고 없어지기만 할까.
먹은 것은 사랑이고 마신 것은 애정이다.
먹은 것은 너의 손이고 마신 것은 너의 입술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같이한 그 시간의 기억은 내 몸속 어디엔가
아름답고도 영양가 만점으로 새겨졌을 것이다.
요리는 정말 ‘beautiful as well as nourishing’ 하다.

‘웬 헛꿈?’ 하고 몰아붙일 독자도 계시겠다. 도대체 될 일을 얘기해야지? 아니 부엌이 어디 놀이터냐, 지겨운 노동터지. 요리가 어디 그리 황홀하냐, 해도 해도 끝이 없는 쳇바퀴지. 그리 여기시면 나도 별 도리 없다. 그저 나의 장난 상상력이 지나치다고 할밖에.

그렇지만 나는 상상한다. 부엌이라는 신나는 놀이터에서 황홀한 장난을 하는 너와 나를. 너는 물이 되고 나는 불이 될까? 네가 불이 되고 나는 물이 될까? 물과 불의 상극을 기꺼이 섞어 보자. 요리란 장난이다. 요리란 사랑이다.

이번 주말,
신나는 놀이터 부엌에서 당신과 나, 한바탕 놀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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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애, 놀이터, 부엌, 사랑의 단계, 요리, 음식남녀, 인생은 의외로 멋지다, 장난,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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