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콤플렉스, 성공 콤플렉스 = 이명박 콤플렉스?
- Posted at 2008/01/31 09:52
- Filed under 김진애의 좋은 새벽
영어 콤플렉스, 성공 콤플렉스 = 이명박 콤플렉스?
“아니, 너희 나라는 대통령이 새로 취임하는데 무슨 영어 교육이 그렇게 큰 이슈냐?”
외국인이 하는 말에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다. 한 나라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웬 영어타령이냐!
대통령직 수행을 준비하려면 대비할 게 오죽 많은가. 굵직굵직한 국정과제들에 집중해도 바쁜 판인데, 무슨 영어몰입교육 운운인지 모르겠다. 국사 과목까지 영어로 가르친다고 공약했다가 영어 과목만 영어로 가르친다고 후퇴한 것만 해도 다행으로 여겨야 하나?
‘국민성공시대’라는 캐치프레이즈가 이명박 당선자의 성공 콤플렉스에 국민을 중독시켰다면, ‘영어몰입교육’은 이명박 당선자의 영어 콤플렉스에 국민을 중독시키려 하고 있다. 마치 ‘사회적 성공 못하면 국민 자격 미달이다, 고등학교 졸업하고도 생활 영어 못하면 국민 노력 부족이다’라고 하는 듯하다. 도대체 왜 이렇게 대다수 국민을 불행하게 만들 콤플렉스를 퍼뜨리는가.
바로 보자. 대다수 국민들은 절대로 이명박 당선자 또는 인수위 사람들처럼 성공할 수 없다. 그렇게 돈을 많이 벌수도, 그렇게 승승장구 할 수도, 그렇게 높은 지위에 올라갈 수도 없다. 대다수 한국 국민들은 절대로 영어를 편하게 할 수도 없다. 혹시 영어권 식민지 생활을 30년 이상 하면 모를까.
“외국인들이 한국에 오면 시민들이 영어를 못해서 불편해한다”고 하는 이명박 당선자의 말은 전형적인 식민지적 사고다. 외국인들이 자국인들과 편하게 영어로 소통할 수 있는 나라들은 대개 영어권 식민지를 거친 나라들이다.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필리핀, 인도, 홍콩, 두바이 등. 이들 나라들이 세계화 시대에 다른 나라들보다 관광 산업, IT 산업, 유통 사업들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것은 아이러니지만 인정한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영어권 식민지 생활을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세계화 수준과 함께 이른바 일반 국민의 영어 수준이 상당히 높다는 네덜란드나 핀란드에서도 영어 못하는 국민들이 많다. 다만 그들은 영어 콤플렉스에 걸려있지 않다. 떳떳하다. 우리처럼 영어 못한다고 자리를 피하거나 눈길을 피하지 않는다. 아는 단어 몇 마디로도 유쾌하게 소통한다. 정 통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을 데려온다. 여하튼 궁극적으로 통한다.
네덜란드에서 델프트라는 작은 마을의 시청 앞 광장 시장에서의 경험. 세계 관광객들이 몰려드는 곳이다. 남대문 시장통 아줌마 같은 가게주인이 하던 영어는 단 두 마디. ‘홧 두 유 원트?’와 ‘굿’, 그리고는 알지 못할 네덜란드 말로 설명하더니 계산기에 찍힌 금액을 보여준다. 나는 샌드위치 잘 샀고, 그 아줌마 분위기로 샌드위치 맛을 알아챘고, 계산도 잘했고, 네덜란드에 대한 인상도 아주 좋아졌다.
도대체 우리 국민의 몇 %가 영어를 잘해야 하나? 잘 모르겠지만, 이것은 인수위가 제시해야 할 수치 아닌가? 영어몰입교육을 수조원의 재정을 들여 ‘국가 프로젝트’로 만들겠다고 한다면, ‘생활영어를 편하게 한다’는 막연한 목표가 아니라 ‘어떤 전문 수요, 어떤 산업 수요, 어떤 영어 역량 수요’가 필요한지 정확한 목표를 세워야 한다.
우리 사회의 영어 콤플렉스를 보여주는 일화들은 수없이 많다. 영어 단어 섞어 쓰는 것도 좋지 않게 봤던 적이 얼마 전인데 언제 이렇게 변했나?
얼마 전 신문에서 정몽준 특사가 부시 대통령과 통역 없이 대화를 나눴고 이명박 당선자가 외국 기업인들과의 회의에서 통역 없이 대화를 나눴다는 둥 칭찬성의 기사가 나왔던 적이 있다. 참 적절치 않다. 언론은 오히려 통역을 안 쓴 것이 잘못되었음을 지적해야 했다. 어떤 경우에나 외교란 통역을 통해서 해야 한다. 첫째, 국익을 위한 정확성을 기하고 둘째, 국가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이고, 셋째, 공적인 기록을 위해서다. 준비된 연설문을 읽는 자리나 사교 자리가 아니라면 통역을 통하는 것이 프로토콜의 정석이다. 이런 프로토콜을 어기면 오히려 아마추어 외교라고 비판해야 하는 것 아닌가?
나는 영어가 여전히 불편하다. 영어로 박사논문을 썼고 국제회의에서 발표하고 국제 비즈니스도 처리할 정도이니 남들은 내가 영어를 잘한다고 생각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전문적인 일, 확실한 업무 처리가 필요한 경우에, 예컨대 협상이나 계약 업무에서, 나는 전문 통역의 힘을 빌린다. 나의 영어는 어디까지나 제2 외국어 영어 사용자의 수준일 뿐이며 내가 아무리 영어에 상대적으로 익숙하다고 하더라도 체크용, 사교용, 준비용으로 영어를 쓰는 것이 정상이고, 공적인 업무에 대해서 절대적으로 전문 통역이 필요하다.
생활영어를 본토 발음으로 할 수 있다고 해서 아무 일이나 맡지 못한다. 영어 역량과 직능 역량은 다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업무들은 영어 역량 때문이 아니라 직능에 필요한 역량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쓰는 것이다. 예컨대 내가 하는 업무에서 영어가 필요한 일은 5% 미만에 불과하다. 영어를 못하더라도 나는 내 업무를 할 수 있다.
물론 영어 역량과 직능 역량이 동시에 필요한 직업들이 있다. 그런 역량이 필요한 수요는 초중고를 마치고 하는 생활영어 수준이 아니라 상당한 고급 수요다. 인수위는 준비 없이 나서지 말고 새로 출발하는 교육부에 어떤 수요가 필요한 것인지 일단 분석하게 하고, 그에 합당한 영어 교육 방식을 고민하게 해야 한다. 말하기, 듣기, 쓰기 역량이 모자란 것은 비단 영어 교육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교육 전반의 문제다. 우리말로도 제대로 말하고 듣고 쓰지 못하고 있는데, 어떻게 영어로 잘 할 수 있는가?
영어 잘 한다고 전문 역량이 모자라면서도 설치는 전문가들이 가끔 있다. 내가 일하는 분야에서도 이런 사람들이 있다. 정말 꼴갑이라 눈꼴시다. 눈꼴신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전문 역량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더 우려된다. 이런 사정인데, 영어 잘한다고 국가에서 교사로 채용해주고 병역 특례까지 준다니,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겠는가? 직능 내공은 없이 영어 입만 살아있는 사람들이 온갖 거품을 만들어낼 것 아닌가?
하나 더 지적하자. ‘시장’을 중요시하는 이명박 정부 아닌가? 왜 영어에 대해서 공급 주도형이 되고자 하는가?
평소의 내 소신인데, 오히려 영어 시험으로 하는 모든 선발 방식을 없애는 것이 좋다. 공무원 시험이나 직업 채용에서는 특히. 영어 잘해서 채용된 사람들이 일을 잘하리라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토익시험, 토플시험’도 모자라서 이제 국가영어평가제도까지? 아니 영어 교육 광풍으로 대다수 국민을 무기력하게 만들려고 작정했나? 이명박 당선자와 이경숙 위원장은 정신 차리기 바란다.
바로 보자. 국민 대다수에게 영어는 결코 필수가 아니다. 대다수 국민이 영어를 못해도 상관없는 나라가 좋은 나라다. 마찬가지로, 대다수 국민이 이명박 당선자처럼 외형적 성공을 하지 못하더라도 행복감을 느끼며 살 수 있는 나라가 좋은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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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 오뤤지, 아~륀쥐... 우리말은 어디로?
Tracked from 민주주의는 소중한 것!! 2008/02/01 03:18 Delete외래어와 외국어 외래어와 외국어는 다르다. 외래어는 ‘국어의 체계에 동화되어 사회적으로 그 사용이 허용된 단어’로서 국어의 한 부분이다. 물론 외국어는 말 그대로 외국에서 쓰이는 말로 국어가 아니다. 이 초등학교 상식을 다시 언급하는 것은 이경숙 인수위원장의 ‘오뤤지’ 사건 때문이다. 이 위원장은 미국에서 ‘오렌지’라고 했더니 아무도 못 알아듣고, ‘오뤤지’라고 했더니 그제서야 알아 듣더라며, 외래어표기법을 바꾸자고 주장했다. 불행히도 인수위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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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당선자가 불쌍한 초중고 학생들, 학부모 괴롭히지 말고 공약대로 서민 경제만 살리는 정책만 냈으면 하는 개인적인 소망이.. 있습니다.(경제를 살릴지는 모르지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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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필립핀,말라시아,아프칸등 많은 나라가 영어을 유창하게 해도 선진국은 아니다
영어는 필요하지만 주체성 없는 나라시민은 결코 문화선진국이라 할수없다
선진국이란 꼭 경제선진국만 있는게 아니다 -
돈없어서 유아교육부터 영어를 배우지못한 나는 초등학교에서 영어로만 진행되는 영어시간은 무슨 말인지 조차 알아듣지 못하고 결국 대한민국 국민임에도 낯선 외국에 있어야만 했다. 20년후 나의 딸이쓴 일기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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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명박정권이 하는거 보고 증말 미칠것 같습니다. 새해부터는 사회의 발고 긍정적인면만 볼라고 하는데 티비만 틀면 복장터지는 소리들을 쏟아내니..
제 주변에는 미국땅 한 번도 안밟고도 영어 기가 막히게 잘하는 사람 무지 많습니다. 그 사람들 영어에 대한 환상도 없고 미국에 대한 막연한 동경도 없이 자기 적성에 맞고 열씨미해서 그케 된거죠.
지금 우리 교육에 필요한 건 초등학교 부터 그 어린 우리 아이들 고문하며 몰입교육하는게 아니라 자기가 하고 싶은건 미친듯이 파고 들고 집중하게 하고 개방적이고 트인 사고 방식을 갖게 하는 바른 가치관과 소신을 가르치는 거 아닐까 합니다. 그러나 그걸 지시하는 사람들이 편법과 눈가림으로 평생으로 일군 사람들이니 그런 가치를 알까 못내 두렵습니다. -
seoprise.com 대문글 링크 타고 왔습니다. 저는 미국에서 어딜가나 남다르게 bi-lingual하다는 말을 듣는, 전문직에 일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절대 동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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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애=>이명박 컴플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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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 시원한 명쾌한 글,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절대공감!!!
영어를 잘해야 잘 산다고 윤리선생까지 자처하는데, 잘 산다의 가치가 언제 그렇게 퇴보했단 말입니까. 초딩들도 콧방귀 뀝니다. 영어를 잘 하는 것이 장점일 수는 있어도, 그것이 만능은 아닐진데 말입니다. -
사기꾼 이명박, 숙대출신 인수위원장, 숙대 테솔과정 팔아먹으려는 개수작일 뿐이지.....김진애 님, 아직도 살아있군요.....그 명석한 판단력 본받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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