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공간 그리고 정치 :: 잔인한 4월 봄날, 씨앗을 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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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4/12 잔인한 4월 봄날, 씨앗을 뿌리다 by 김진애
흰소리, 큰소리, 립서비스

- 흰소리: 터무니없이 자랑으로 떠벌리거나 거드럭거리며 허풍을 떠는 말 - 큰소리: 남 앞에서 잘난 체하며 뱃심 좋게 장담하거나 사실 이상으로 과장하여 하는 말. - 립서비스.....

휴가지 ‘베개’ 잃어버린 소동

“어머나, 내 베개!” 차는 마산시로 막 접어들고 있었다. 잠깐 눈을 붙이겠다고 뒷좌석에 던져둔 베개를 집으려다가 깨닫고 말았다. 이런, 호텔에 두고 왔구나. 나에 대한 비밀.....

추석 다짐 세 가지

올 추석은 여러 이유로 넉넉한 한가위가 되기 쉽지 않군요. - 여름과 너무 가깝다. - 토일월 사흘, 너무 짧다. - 장바구니 물가 너무 올랐다. <?xml:namespace.....

철거 시장 오세훈?

오세훈 서울시장이 철거전문가가 될 줄이야 꿈에도 생각 안했었다. ‘문화시장’을 자처하고 ‘디자인 서울시장’을 지향한다고 천명한 오세훈 시장이 이럴 줄이야. 철거 서울시청 기습철.....

“오늘은 파란 하늘 밑에서 아빠와 함께 옥상에서 꽃씨를 심었다.”

딸의 어릴 적 일기에서 나온 대목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대목이다.
집 지어 이사 왔던 해, 식목일의 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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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그 날은 정말 기억에 남는다. 집 지어 온 첫해, 남의 눈치 안 보고 무엇이든 맘껏 할 수 있었다. 집과 사무실이 한 건물 안에 있으니 딸들은 너무 좋아했고 나도 마음 가볍고 몸 가벼워졌었다. 그러다가 맞은 식목일. 그야말로 ‘파란 하늘’이었다.

매년 식목일마다 우리 가족은 큰 의식을 치른다. 집에서 벌어지는 그 많은 의식 중 가장 특별하게 느끼는 의식이다. 새벽이면 꽃시장에 다녀온다. 씨앗도 사 오고 모종도 사 온다. 호박, 토마토, 고추, 상추는 항상 메뉴. 봉숭아꽃과 나팔꽃은 언제나 메뉴. 그러다 기분 내키면 온갖 봄꽃도 곁들이고 안 심어 본 야채도 곁들이고 집 안에 들여놓을 화분도 곁들인다.

이번 봄에는 선거운동 하느라 식목일을 그냥 넘겼지 뭡니까?

투표일 4월 9일에 당장 아침에 가서 꽃 사와서 심었지요. 제가 좋아하는 한련화, 백일홍. 튤립, 그리고 처음보는 호주 벚꽃. 꽃망울일이 아주 작더군요.


파란 하늘 밑에서 씨앗을 심으니 마치 하늘로 날아 올라갈 듯싶었다. 텃밭은 비록 두자 깊이밖에 안 되지만 어떻게 그렇게 잘 자라 주는지. 그해 가을 거름이나 되라고 던져 놓았던 썩은 감자가 이듬해에는 갑자기 감자를 주렁주렁 달고 나오는 것 아닌가. 강원도 감자가 도시 옥상에 나타났으니 알은 작아도 어찌 그렇게 맛있던지.

많이 심고 싶은 욕심에 텃밭 외에도 집 안에 있는 모든 화분을 총 동원하여 모종을 심고 씨앗을 뿌려 댔으니 딸은 그날 엄청난 노동을 하였지만 그날 밤 좋은 꿈을 꾸고 기억에 남는 일기를 쓸 수 있었다.

***

‘4월은 잔인한 달’이라는 T.S. 엘리어트의 시.

하늘 눈부시고 꽃 아름답고 아지랑이 피어오르며 가슴 설레고 봄비마저 촉촉이 적셔 주지만 그렇게 눈부시게 아름다워서 더욱 잔인하게 느껴지는 봄이다.

그 잔인한 4월을 잔인하게 느끼지 않을 작은 묘수, 생명을 키우는 일이다. 일 년 열두 달을 버티어줄 생명 프로젝트다. 어린 딸은 매일매일 옥상에 올라가 싹이 트는 것을 관찰했고, 물을 꼬박꼬박 주었으며, 하물며 장마철에 큰비가 오자 비닐을 가지고 올라가서 텃밭과 화분을 덮어 주기까지 했다. 첫 호박과 첫 고추와 첫 상추는 딸의 차지가 된 것은 물론이다. 아이가 아이 돌보는 듯한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막내는 옥상에서 도시의 밤하늘도 발견했다. 북두칠성도 카시오페이아도 큰곰, 작은곰도 찾아내었다. 옥상에서 잠을 잘 수 있는 정자를 지어 주면 분명 샛별도 찾아내리라 약속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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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방죽’의 벚꽃과
          나무에 오른 소년

선거 덕분에 여의방죽 밤 벚꽃놀이도 제대로 했답니다. 너무 사람 많아서 밤에는 한번도 안가봤거든요. 그런데 4월 8일 밤에 갔더니 교통 통제하고, 시민들 정말 많이 나오셨더군요. 저도 덕분에 10여분 꽃길을 걸으며 즐겼습니다. 나무에 오른 소년, 스냅 한 커트.
이 소년 나중에 꽤 자랑하겠지요?
‘윤중제’라는 말은 일본식 말이라니,
‘여의방죽’이 더 좋은 우리 말 같아요.

 

***


경험상, 식물을 키우는 것은 가장 보람 있는 행위 중의 하나다. 집안의 화분도 물론 보람 있지만 햇볕 쨍쨍, 비바람 통하는 바깥에서 키우는 것은 더 보람 있다. 식물 키우기란 가장 돈 안 들고 가장 노력 안 들면서 가장 살아 있는 맛을 선사한다. 아이들에게도 농담처럼 말하듯이 “얘네들은 물만 주면 자라잖니?” 물론 전문 농사꾼이 들으시면 어디 농사가 그렇게 쉬운가 하시겠지만, 보통 사람이야 씨앗만 심으면 싹이 나고 잎이 나고 꽃이 피고 열매가 열리는 것이 여간 신기한 것이 아니다.

학교에서 이론으로만 배웠던 ‘광합성’도 새삼 체험하고,
‘삼투압’도 새삼 알게 되고,
노래에서 나오는 것처럼 ‘벌과 나비와 꽃과 나무’가 벌이는 사랑 이야기도 배울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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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 우리 모두 기억하는 조그만 땅뙈기. 도시에 사는 사람도 다들 기억하지 않을까?
집 안에 있는 것만이 아니라 대문 앞에도 당연히 만들었고, 담장 옆에, 대문 위에, 발코니에 옥상 위에도 곳곳에 텃밭을 만들어 야채와 꽃을 심었다. 신식 아파트 동네에 가면 멋도 없이 잔디밭이나 장미넝쿨이나 보이지만, 사람 사는 맛이 나는 동네에 가 보면 지금도 곳곳에 텃밭투성이다. (인사동 골목 안에 가면 너무너무 재미있다.)

올봄에 집 어느 한쪽에 꼭 텃밭 하나 만들어 보자. 집 앞이건, 발코니건, 담장 밑이건, 옥상이건 작은 땅뙈기를 마련해서 씨앗을 심고, 물을 주고, 열매를 따고, 꽃을 보고, 씨를 받는 그 생명 프로젝트의 맛을 음미해 보자. 집집마다, 동네마다 ‘텃밭 프로젝트’가 유행하게 된다면!
(내가 심은 호박이 자라는 모습....)



“식목일엔 꼭 뭔가 심어요.”

했더니 시인 친구가 당장 시를 하나 지어주었다.

“식목일에 무언가 안 심으면 손에 물집이 생긴다.”

그럴듯하다.

봄날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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