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당선자, ‘회장’처럼 대통령 하지 마시오!
- Posted at 2008/01/23 13:52
- Filed under 김진애의 좋은 새벽/이명박정부
대통령직 인수위의 정부조직개편(안)이 0121 국회에 제출됐다.
28일까지 통과되지 않으면 장관 없이 이명박 정부가 출범 할지도 모른다는 으름장도 곁들여졌다. 44개 법안을 행정위에서 일괄 처리해달라는 요청을 보면, 마치 대기업이 구조조정과 핵심간부 발탁을 하면서 ‘회장의 의지’이니 이사회에서 통과시켜달라는 것 같다. 이렇게 대기업 회장처럼 대통령 하려 든다면, 세계경제 규모 12위의 선진 대한민국 호가 순항할까?
국회의 민주적 입법 절차는 엄연하다. 발의-입법조사-입법예고-토론회-공청회-상임위-법사위-본회의. 그런데 이 모든 절차를 초급행으로 처리하면 도대체 뭐가 좋다는 것인가. 새 정권이 들어서니 정부구조개혁을 할 절호의 기회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무대뽀 밀어붙이기는 문제다. 바쁠 때일수록 원칙을 지켜야 한다.
인수위에서 정부조직개편안을 만든 것은 불과 한 달 동안이다. 대선 과정에서 정부조직개편에 대해서 충분히 검토되었으면 또 모르겠다. 온갖 비리 여부 사건들 때문에 정책 검증은 전혀 이루어지지 못하지 않았는가. 압도적으로 당선되었다고 당선자의 맘대로 될 수 없는 것이 ‘국정’ 아닌가.
차기 이명박 정부의 기조를 보면 4가지 증상이 두드러진다.
- 시장 만능 주의: 과잉 시장주의, 민영화 만능주의
- 민주절차 생략 주의: 시민사회 무력화 주의, 전문가 무력화 주의
- 공공성 약화 주의: 정책 검증 생략 주의, 속도주의, 외형 지상주의 등.
이런 기조가 과연 현재 우리 사회에 맞는 것인가. 건국 60년의 성과와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룬 성과를 바탕으로 세계자본주의 시대에 따른 양극화 현상을 이겨내고, 일자리를 만들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조하며, 튼실한 세계통상국가이자 건강한 복지국가로 갈 수 있는 기조인가는 의문할 만하다.
기실 새 정부 기조의 첫 단추가 정부조직개편이다. 조직에 따라 인사, 예산도 따라가고, 국정 운영방식과 의사결정구조가 정해지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인수위 정부조직개편의 목표가 ‘대부처화’와 ‘대통령 직속주의’로 단순화되는 것은 큰 문제다. ‘공공조직의 생산성을 높이는 목표’는 아주 중요하지만, 대한민국과 같은 큰 나라의 국정에는 ‘대부처화와 직속주의’ 보다 더 중요한 원칙이 검토되어야 한다.
정부조직개편을 검토하는 원칙은 다음 4가지일 것이다.
- 행정 생산성: 칸막이주의를 지양하고 복합융합을 이루면서도 생산적인가?
- 미래 지향성: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고 새로운 사회비전을 창조하는가?
- 현장 안착성: 변화를 과시하기 위해서 공연히 시스템을 흔들지 않는가?
국회는 이러한 검토 원칙에 따라 엄밀하게 검토해야 할 것이다.
공공성을 유지할 수 있는가(국가인권위, 방송통신위의 독립성과 자율성 유지),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라는 대한민국 특수성을 반영하는가(통일부 존속 여부), 미래지향적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가(과학기술부, 여성가족부의 역할), ‘변화’를 과시하기 위해 오히려 과욕을 부리지 않는가(과학과 기술을 쪼개서 교육부와 산자부로 보내는 문제, 청와대를 키우고 총리실을 약화하는 문제) 등.
사실 이런 정도의 급격한 정부조직개편이라면 상당한 논의를 거쳐서 국민공감대를 형성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 맞다. 당선자의 의지를 모두 받들어 산뜻하게 시작하고 싶다는 것이 최선의 목표는 아니다. 과연 정부조직개편 안이 이 시대 대한민국의 상황을 적절하게 반영하며 미래 대한민국의 향방을 적절하게 조타할 수 있는 시스템인지 검토하여야 한다.
이럴 때 국회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당선자의 의중만 맞추려들지 말기를 바란다. 다른 정당 의원들은 총선에 미칠 영향에 신경 쓰기보다는 의회의 절차와 민주적 의견 수렴 절차에 따라 제대로 논의하라. 언론과 시민단체와 전문계가 검토 과정에서 큰 역할을 하겠지만 그 논의 과정 수렴의 중심에 국회가 있다. 혹시나 대통령이 기업 회장처럼 무소불위로 독주하려 든다면 그것을 견제하는 것은 국회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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