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공교육이 제2의 청계천 프로젝트?
- Posted at 2008/02/01 13:54
- Filed under 김진애의 좋은 새벽/이명박정부
인수위가 ‘영어 공교육이 제 2의 청계천 프로젝트’라 했다는 기사에 열 받아서 쓴다. 언어 교육을 토목 사업에 비유하는 것도 한심무인지경이지만, 마치 청계천이 대단한 성공 프로젝트라 전제하는 자체가 갑갑하다. ‘선진화’가 이명박 정부의 지향 목표인 것 맞나? 선진국에서는 영어 콤플렉스를 강요하지도 않거니와 청계천 같은 후진적 인공토목사업은 절대로 하지 않는다.
인정한다. 청계천은 인기 높다.
인정한다. 별로 갈 데 없는 서울 시민의 마음을 끄는데 성공했다.
인정한다. 청계천은 주류 언론의 절대적 비호를 받고 성공 프로젝트로 띄워졌다.
하지만, 청계천 프로젝트는 절대로 좋은 도시환경 프로젝트는 아니다.
“청계천 복원은 좋은 공간정치의 효시가 될 수 있었는데,
결국 나쁜 공간정치의 도구가 되어버렸다.”
......『김진애의 공간정치 읽기』책 서문에서
그렇다. 청계천 프로젝트는 나쁜 공간정치의 도구가 되어버렸다.
나쁜 공간정치의 기준으로 딱 2개만 들어보자.
- 정치인의 실적 챙기기에 악용된 ‘나쁜 공간정치’ 프로젝트
- 지속가능한 방식을 외면한 ‘환경 후진화’ 프로젝트
1. 청계천은 정치인의 실적 챙기기에 악용된
‘나쁜 공간정치’ 프로젝트
이명박 전 시장의 임기 내 착공과 완공을 위해서 모든 것이 맞추어졌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시민, 국민, 언론 있을까?
서울시가 초청했던 외국 전문가들까지 열심히 말하던 ‘급하게 하지 말라, 최대한 자연 방식으로 복원하라’는 조언,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이 열심히 말하던 ‘꼭 그렇게 물을 많이 흘려보낼 필요 없다. 최대한 자연 방식으로 복원의 목표에 충실하자, 문화재를 잘 살리자’ 하던 조언들, 어디 하나 반영된 것 있나?
준공식의 그럴 듯한 사진 한 장, 우호 언론의 영웅화 기사들, 서울시의 홍보비 지원으로 만들어진 외국 케이블 TV 프로그램이 필요했기 때문에 그렇게 밀어붙였던 것 아닌가? 청계천 고가도로 철거하고, 제대로 된 복원계획을 세우기만 했어도 또는 착공만 했더라도 위대한 서울시장이 될 수 있었는데, 이명박 당선자의 대통령 꿈이 위대한 가능성을 무산시켜 버렸던 것 아닌가?
2. 청계천은 지속가능한 방식을 외면한 ‘환경 후진화’ 프로젝트
그래서
게다가, 인공 청계천 따라하기가 전국적으로 오죽 많아졌는가? 이건 더 문제다. 지자체 장들의 ‘이명박 따라하기’가 전국에 퍼지고 서울시 오세훈 시장도 계속 따라하겠다는데(한강물을 끌어들여 지천을 복원한다는 기사가 어제 났다), 이렇게 에너지 더 쓰고 환경 파괴하는 사업이 많아지는 현상이 바로 후진화의 전형 아닌가? 혈세 먹는 인공 조경, 환경 복원 잠재력을 갉아먹는 시류를 만들어 낸 청계천 프로젝트는 가장 영향력 높은 환경 후진화 프로젝트라고 할 만하다.
외국인들이 감탄했다는 식으로 나오는 칭찬성 기사들에 속지 말자. 글쎄 그 선진국 사람들이 사석에서 어떤 얘기를 하는지 아는가?
“대통령 되고 싶어서 너무 서둘렀나 보다, 물을 끌어와서 흘려보낸다니 그게 어디 복원인가, 콘크리트 옹벽 속에 갇힌 청계천의 기분이 별로 안 좋다, 너무 인공적이다, 디자인이 안 좋다, 자랑할 만한 사업은 아니다. 너무 보여주려는 데 치중한 것 같다.’
등이다.
시민들과 국민들께 호소하고 싶다.
청계천 때문에 이명박 당선자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것 까지는 용납하셨더라도, 대운하 사업이나 영어 교육에 청계천을 팔아먹는 것만큼은 용납하지 않으셔야 한다.
청계천은 서울시의 땅에 서울시민의 세금으로 건설업체들을 채찍질해서, 물 값 안내는 한강 물을 전기로 끌어들여, 연간 70억의 혈세를 먹게끔 하고, 발굴된 문화재를 깔아뭉개고 만든, 21세기 초 ‘대통령이 되고 싶던 서울시장’ 때문에 만들어진 전형적인 ‘나쁜 공간정치 프로젝트’이자, 선진국이 되려 애를 쓰던 21세기 초 대한민국의 ‘환경 후진화 프로젝트’다. 이런 청계천 프로젝트가 대한민국에 넘쳐나는 것을 부디 경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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