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 숯덩이, 뻥 뚫린 생색 행정
- Posted at 2008/02/12 13:04
- Filed under 김진애의 공간정치/공간정책-이슈
사회를 뒤흔드는 사건이 생길 때마다 국민은 그동안 모르던 사실들을 알게 되고 황당해진다. 이번 숭례문 전소 사건을 보며 국민들은 우리 사회의 기본이 얼마나 부실함을 깨닫고 허무감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가슴이 뻥 뚫리는 아픔이다. 부끄럽다.
이번 숭례문 참사로 알게 된 사실들
2. 서울시는 중구청에 관리를 위탁했다는 사실
3. 중구청은 또 민간회사에 관리를 위탁했다는 사실
4. 하루 3명 관리요원이 있지만 밤 8시부터 아침 10시까지 상주인원이 없다는 사실
5. 밤에는 달랑 CATV 2대에 월 30만원으로 무인경비를 해왔다는 사실
6. 무인경비도 공짜 서비스 업체로 바꾼 지 열흘 만에 사고가 났다는 사실
7. 수문장 교대행사에 연간 17억이 쓰이는데, 숭례문 방재 관리는 1.7억이라는 사실
8. 사람이 써야 작동하는 소화기 8대와 소화전이 방재의 전부라는 사실
9. 이명박 전 서울 시장이 숭례문 개방을 추진했을 때 수많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방재와 관리 보강이 전혀 실현되지 않았다는 사실.
10.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숭례문 광장 개방 이후 다시 6개월 이후에
정동일 중구청장이 2층 누각 외의 숭례문을 개방했다는 사실.
11. 진화 초동 대처에서 ‘지휘 체계’가 명확치 않고 서로 눈치만 봤다는 사실
12. 전통 목구조 건축의 진화 매뉴얼에 대한 숙지가 되지 않았다는 사실
13. 국보 1호인데 목구조 관리로는 42호였다는 사실
14. 보험이 고작 9천 5백만 원이라는 사실
15. 복원에 2백억 원이 든다는 사실
그리고, 국민들이 깨닫게 된 상징 사실도 많다.
1. 600년 전 숭례문이 관악산의 화기를 막는 방패 상징으로 세워졌다는 사실
2. 숭(崇), 례(禮)라는 이름이 불을 불로 막는다는 의미라는 사실
3. 숭례문 휘호가 수직으로 쓰였던 것도 화기를 막기 위한 상징 사실
4. 숭례문이 임진왜란 병자호란과 한국전쟁에서도 기적같이 살아남았었다는 사실
5. 대한민국의 대표 이미지 상징이 숭례문이라는 사실
잡혔다는 방화범에 대한 진노가 들끓지만, 방화란 ‘언제나 발생할 수 있는 사건’이므로 그를 어떻게 막느냐, 즉 방재(防災)와 진화(鎭火)에 대한 우리의 기본이 갖추어져 있느냐가 관건이다.
국민은 허탈하고 부끄럽고 허무하고 뒤숭숭하다. 국가의 상징이 숯덩이가 된 사건을 어떻게 대해야 하느냐, 추모의 행렬이 이어지는 가운데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다. 아니 어떻게? 청계천의 연간 관리 예산이 70억이라는데, 시청앞 광장 관리비가 연간 20억은 된다는데, 숭례문에 잔뜩 조명을 하면서도 방재는 그렇게 뒷전이었다니, 숭례문 잔디광장 만들며 몇 십억을 썼으면 개방되는 숭례문의 방재 장치에 좀 돈을 썼으면 큰 일 나나, 문화재청은 돈 없다 하고 서울시는 돈 안 내겠다 한 것 아닌가, 서로서로 미루고 생색내기에만 나섰을 상황이 눈에 선하다.
전시 행정으로 생색내기에만 신경 쓰던 정치인들의 사죄, 아래로 또 밖으로 책임을 돌리는 정치인 행정가와 행정 관료들의 사죄를 듣고 싶다. ‘미리 현장 애로를 고치려는 강한 제안’을 하지 못했던 실무 행정인들의 자책도 듣고 싶다. 현장에서 눈치 보기에 급급했던 일선 담당의 반성도 듣고 싶다. 숭례문 전소로 꺼멓게 타버린 국민의 가슴을 위로하는 반성과 사죄의 말을 전해주기 바란다.
유명 일화가 된 ‘전봇대 뽑기’처럼 일회성 사안이 아니라 부디 체계적으로 ‘체계’를 고민해 주기 바란다. 이명박 차기 대통령, 오세훈 서울시장, 정동일 중구청장, 새롭게 등장할 각료들과 문화재 청장 등 모두 모두 ‘리더의 끈기 있고 차분한 기본’을 보여주기 바란다.
부디 우리 사회의 기본을 챙겨주기를 부탁한다.
부끄럽지 않게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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