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공간 그리고 정치 :: '선생님 영화'가 대히트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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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영화'는 '성장 이야기'다. 아이들도 자라고 선생님도 같이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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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에서는 선생님 영화가 꽤 많다. 히트작도 무척 많다.

<<선생님께 사랑을(To Sir with Love)>>이 나에게 첫 선생님 영화였고(영국을 배경으로 한 흑인 교사 이야기),

<<죽은 시인의 사회>>는 청소년 시절의 선생님을 다시 생각케하면서 대히트를 쳤고,

<<굿윌 헌팅>>은 MIT가 배경이 되어 더 흥미로웠고 자신의 한계를 알면서 학생의 재능을 발견해주는 선생의 역할에 감동을 먹었고,

<<파인딩 포레스터>>는 청소년 성장 소설로 50년 이상 베스트셀러라는 <<호밀밭의 파수꾼>> 작가가 오랜 은둔생활을 했다는 것에 착안되어 만들었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다 히트작들이다. 이 외에도 성장을 다룬 선생님 영화가 꽤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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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선생님 영화'는 히트작이 별로 없다는 것을 이 글을 쓰다가 깨달았다. 확 기억에 남는 선생님 영화가 없다.

재미있게 본 <<내마음의 풍금>>은 풋사랑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고, 
<<선생 김봉두>>는 지나치게 코미디스럽다는 것이 좀 유감이었다. '섬마을 선생님'이라는 대중적 선생님 상에도 풋사랑 이미지가 덧칠되어 있다.

우리 사회에서는 '선생님에게 반항하는 학생들'이 오히려 주역이고, 이른바 '꼰대스럽다'는 선생님을 조롱하는 장면이 영화에서 많이 나오는 것(예컨대 <친구>)을 보면, 우리 문화에서 '제도권 선생님'에 대한 존경이 상대적으로 약한 것 아닐까? (일제강점기, 독재시대를 거치면서 제도권에 대한 거부감이 뿌리깊다는 것도 작용할 터이고.)

이제는 달라질 때도 되었는데, 우리의 '좋은 선생님 영화'를 기다린다. 영화의 문화 영향력에 기대해보고 싶은데... 좋은 소재도 많을 터이다. 그 어려운 시대를 거쳐오면서 선생님이 없더라면 우리 사회가 이만큼 왔겠는가? 새로운 변화, 아이들 눈높이 맞우고 아이들 편에 서서 같이 자라는 '좋은 성장 영화'가 우리 사회에서도 인기 있었으면 좋겠으련만. 선생님과 아이들이 같이 성장하는 영화를 기다려본다. 선생님 영화가 대히트를 친다면, 우리 사회도 뭔가 내공이 깊어진다는 뜻 아닐까?




요즘 새삼 생각나는 선생님은, 초등학교 3학년부터 5학년까지 3년 동안을 같이 했던 선생님이다.

‘과외 선생님’ 보다는 ‘그룹 리더’라 하면 맞을 것이다. 일주일에 두세 번, 네다섯 학생들과 만나서 반은 놀고 반은 공부했다. 공부를 잘 가르쳤는지 아닌지 당시 나로서는 판단이 안 선다. 3년을 계속했다면 잘 가르쳤기 때문 아니었을까.

홀로 외아들을 키우던 ‘열심 엄마’가 이 그룹을 만들었다. 단칸방 한켠에서 조용히 바느질을 하던 그 엄마는 우리들이 마당에서 놀고 있으면 툇마루에서 선생님과 소곤소곤 얘기를 나누곤 하셨다.   

선생님이 나에게 남겨 주신 세 가지 특별한 기억.

첫째 기억, 우리를 여기저기 데리고 다니셨다.

말하자면 현장 교육이다. 많이 놀러 다녔고 영화도 보러 갔다. 그 중에서도 위문편지를 쓰라고 했던 군인 부대에 위문을 갔던 것은 무척 기억에 남는다. 버스 타고 타달타달 걸어서 고생은 죽도록 했는데, “아, 저 군인 아저씨가 선생님 애인인가 보다!” 하고 번갯불처럼 깨달았던 순간. 나에게 남녀 관계의 묘미를 일깨워주셨다고 할까. 

(*** 물론 우리들은 그 때 '얼래리 꼴레리'하면서 선생님을 놀려댔다.^^
연애란 얼마나 아름다운가.)


둘째 기억, ‘한자’를 배우던 각별한 분위기다.

한 획 한 획 마치 그림 그리듯 하고, 부수의 어원을 가르쳐주고, 한 부수 한 단어마다 관련 단어들을 뜻으로 찾아보던 기억. 마치 ‘퍼즐 조각 맞추기’ 하듯이 신났었다. 열 살 내가 너무 멋있어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 덕분에 나는 그 또래에 비해서 한자에 상당히 능숙해졌는데, 이 실력은 언제 발휘되었나 하면, 10여 년 전 미국 친구들 30여 명과 중국 여행을 하면서 한문으로 된 메뉴를 보고 주문하던 때다. 그림처럼 생긴 한문을 보고 뜻을 풀이하는 나를 보고 그 미국 지식인들은 내가 마치 라틴어를 하는 듯, 존경스런 눈으로 봐줬다.^^)

셋째,‘초청 강사’를 수시로 부르셨던 기억이다.

아마 당신 친구들 아니었을까? 한번은 어떤 분이 오시더니 우리들에게 자기 왼손을 스케치하라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그 어설픈 손 그림을 보고 하나하나 우리의 성격을 해석해주고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끌어냈다. 내가 뭔가 해낼 듯 싶어서 그 날 밤은 가슴이 두근두근 했었다.   

(*** 내가 그린 왼손을 보고, 그 선생님이 하는 말은 계속 기억에 남는다. '맺을 듯 말듯한 선에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는 말... 5학년 학생에게 얼마나 근사한 말인가.^^  덕분에 나는 아직도 계속 무한한 가능성을 찾는 모양이다.)


                                          ***

왜 요새 이 선생님이 새삼 생각날까. 『자라기』라는 화두에 몰두하고 있어서 그런 것 같다. 나에게 ‘끊임없이 자라기, 매일매일 조금씩 자라기, 이왕이면 재미있게 자라기’ 같은 비법을 스스로 깨닫게 한 것은 바로 이 선생님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섬광처럼 떠올랐다.

아, 그 때 그렇게 같이 한 3년, 그런 의미였구나!” 


‘젊은 리더’로서 어린 나에게 스스로 뭔가 하도록 깨우쳐 주신 선생님. 지금은 어디 계실까? 그 군인 아저씨와 결혼은 하셨나? 전공은 뭘 하셨던가? 성함은 무엇이었을까?(성함도 모른다. 우리에게 선생님은 그냥 선생님이었다.) 지금은 누구에게 뭘 깨닫도록 하고 계실까?

당신에게 나 같은 어린 제자가 있었다는 것을 기억하실까?
무럭무럭 자라고, 지금도 열심히 자라고 있고,
또 젊은이들의 ‘자라기’에 대해서 열심히 생각하게 만드는데
당신이 한 역할을 아시기나 할까?

선생님은 얼마나 소중한가? 특히 어릴 때의 선생님이란….  


*** 080515 스승의 날에 김진애 생각

요즘 선생님들 너무 힘드시지요. 예전보다 학생 수는 줄었지만 훨씬 더 힘들다는 말씀을 많이 하시더군요. 초중고 학생들이 광우병 촛불문화제에 많이 참여하고, 학교당국과 교육청은 하지말라고 지도하라고 하고, 궁여지책 '교복은 입고 가지 말라'고 하신다고 하고, 혹시나 무슨 일 생길까 싶어 걱정하신다는 얘기를 주변에서도 많이 듣습니다. '같이' 참여한다면 더 좋을 텐데요.

선생님, 아이들이 현장에서 스스로 깨닫고 배우게 해주세요.
초교시절 저의 선생님, 오늘 각별히 더 생각납니다.
선생님과 아이들이 같이 자라는 좋은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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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3/15 23:41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사실 진짜 가슴 떨리게 하고 변화와 성장을 이끌어 내는 교육은 단순한 것일텐데요..

    학교 현장에서 중학생들과 창의적 재량을 진행하며 부딪혔던 어려움은
    결정적으로 제 자신의 미숙함 탓이겠지만
    아이다운 천진함을 죽이며 지식을 주입해온 교육체계 탓도 무시 못하겠죠...
    진짜 중1때 저요,,저요, 하고 손들고 엉뚱한 질문을 해대던 녀석들이
    중3땐 입에 지퍼를 채웁니다...ㅜ.ㅠ

    상상력과 단순한 열정으로 아이들에게
    다양한 만남을 열어줄 수 있는
    그런 힘을 얻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2. skyworker 2008/05/15 14:23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교육자가 소위 말하는 제도권의 대변자 역할을 하던 70-80년대에도 실력과 소신, 열정을 갖춘 멋있는 선생님들은 계셨지요.

    건방진 얘기인지는 모르지만 많지 않았던 존경하는 소수의 선생님들이 각 급 학교별로 떠올려집니다. 이제는 고인이 되신 분들도 계신데, 어쩌면 나이가 마흔에 접어드는 즈음에 큰 사고는 안치고 살도록 만들어 주신 분들에게 항상 감사하고 머리가 숙여집니다.

    말씀처럼, 진짜 교육자에 대한 영화가 한번 나와야 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여야를 막론하고 부끄러운줄 모르고 똑똑한 국민을 오도하는 철없는 '政治者'들이, 자신들의 기회주의적이고 무책임한 태도에 본인들을 가르치신 선생님이 얼마나 가슴아파 하실지를 생각하게도 좀 되었으면 하구요.

    선생님들은 이 사회의 소금이고, 미래의 한국을 이끌어갈 젊은 국민들이 바른 생각을 가질 수 있도록 해주시는 분들입니다. 불신의 대한민국 사회에서, 그래도 선생님들만은 신뢰하고 존중하는 대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BlogIcon 김진애 2008/05/15 16:48  댓글주소  수정/삭제

      '선생(앞서 태어난 분, 앞서 산 분)의 지혜'에서 배울 줄 알고 나눌 줄 알려면, 신뢰와 존경이 근본이 되얄텐데요, 우리 사회에서 신뢰가 자꾸 깨져서 걱정입니다. 촌지 얘기로 물들고 상품권 뉴스가 나오는 스승의 날, 이래서 되겠습니까? 오늘 몇 분들과 점심하는 중에 우리 영화 중에 좋은 성장 영화가 없다는 것, 좋은 역사 영화도 없다는 것, 너무 시장사회에서 코미디물이 많아지는 것이 지나치다는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최근 중국 영화 <Still Life> 가 그렇게 좋다면서... 우리 사회에 '돈, 돈, 돈' 만하지 말고, 건강한 가치가 자연스럽게 녹아들어야 하는데, 선생님의 역할이 크지요. 스카이워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