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광장, 잔디 걷고 진짜 광장을 만들라
- Posted at 2008/06/20 10:18
- Filed under 김진애의 공간정치/공간정책-이슈
50일을 넘은 촛불집회가 규모가 커지면서 시청앞 서울광장에 안착했다.
촛불집회와 안티 촛불집회가 이어지면서 서울광장의 잔디는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하다못해 주류 언론에서는 ‘서울광장 잔디훼손 걱정’도 해주고(조선일보 080613일 자), 서울광장과 현재 만들어지고 있는 광화문광장에 아예 나무를 빽빽이 심자는 기사(동아일보 080617자 사설)가 뜬 적도 있다. 광장 만들기 열풍을 주도했던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대통령이 되면서 '주류언론의 광장공포증'을 만들어내고 있으니 아이러니다.
(사진은 지난 현충일 '수행자 위령제' 행사 준비 사진. 한겨레, 오른쪽 위편이 서울시청이 만든 무대 행사장. 겨울이면 스케이트장으로 쓰이는 공간)
차제에 서울시에 제안하고 싶다.
시청앞 광장의 공공 광장 성격에 적합지 않은 잔디를 걷어내고
광장 이용에 적합한 재료로 바꾸는 변신을 단행해보라.
물론 서울 한복판에서 푸른 잔디밭에 앉는 기쁨을 만끽하는 시민들이 많다. 잔디밭은 누구나 좋아한다. 나도 좋아한다. 하지만 광장에는 적합지 않다. 이용을 제한해도 법적으로 어쩔 수 없는 사유 공간이 아니라 공공 광장이라면 걱정하지 않고 모든 시민들이 1년 365일 24시간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광장 공공성의 요체다.
잔디광장은 2005년 당시 개장 때에도 문제가 제기되었고, 지난 4년 종안 꾸준하게 문제가 제기되었다. (사진은 봄에 서울광장에 잔디 갈기 위해 땅을 정지하는 모습. 봄마다 연례행사다)
지나친 관리비 문제(지난 4년 동안 잔디교체비만 9억 원), 지나친 사용 제한, 집회 성격에 따라 사용허가 잣대가 불분명한 문제 등.
서울시청이 서울광장 이용의 1순위자라는 것도 공공성의 기준으로 보면 그리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겨울의 스케이트 장, 하이서울 축제, 이번 여름부터 계획되었던 10월까지의 매일 문화행사, 겨울의 루미나리에 축제 등. 돈도 많이 들 것이다.) 서울시청에 의해 기획연출된 것을 즐기라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서울광장의 변신, 지금이 좋은 계제다. 시간도 있다.
촛불집회가 잦아들면 또 잔디 깔겠다고 하지 말고, 차제에 좋은 대안을 만들어보라. 어차피 장마가 한 달 여 이어지고, 촛불집회도 당장 없어지지 않을 것이고, 한여름에 잔디 깔면 제대로 뿌리를 내리기도 어렵다. 그동안 잔디를 곱게 간수하느라고 얼마나 세금은 많이 들었으며 사람 손은 얼마나 많이 들었는가. 시민행사들을 통제하느라 가외비용은 얼마나 많이 들었겠는가.
다음의 고민을 가지고 시민들과 함께 머리를 짜내면 좋은 대안이 나올 것이다.
- 하루 24시간 365일 사람들이 밟아도 튼튼한 포장이 무엇일까?
- 최소한 10년 이상(30년 이상 가면 더 좋다) 갈 수 있는 포장이 무엇일까?
- 리사이클링 할 수 있는 포장은 무엇일까?
- 광장의 개방성은 견지하되 몇 군데 나무그늘을 만들 방법을 없을까?
(나무 또는 어떤 장치, 한여름 뙤약볕 아래서 시민들이 너무 뜨겁다.)
- 많은 시민들이 깔고 앉을 수 있는 재활용 방석을 제공할 수 없을까?
(서양의 시청앞 광장에서처럼, 자유롭게 쓰는 의자를 제공하는 방식은 없을까?)
- 무대로 쉽게 쓸 수 있는 장치를 할 것인가?
(현재 서울시가 만들어 놓은 무대장치는 솔직히 너무 거해 보인다.)
- 귀한 잔디밭을 부분적으로 만들어 귀하게 사용하게 할 수 있을까?
이 외에도 여러 기준들이 있을 것이다. 이미 지난 4년 시민들의 활동, 집회를 많이 관찰한 만큼 아이디어가 많이 나올 것이다.
(사진은 지난 6월 10일. 시청앞 잔디광장을 '구국기도회'가 차지하는 바람에 촛불시민들은 진디광장에 들어가지 못했다. 사진, 오마이뉴스.)
이 모든 과정을 시민들과 함께 민주적으로 결정했으면 좋겠다. 2005년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설계경기 안을 단번에 취소하고 잔디광장을 만들었던 것은 비민주주의적이었다. 이제 서울광장을 진정한 광장으로 만드는 전 과정을 시민들과 함께, 인터넷으로 제안도 받고, 인터넷으로 인기투표도 하면서 같이 결정하면 안 될까?
서울광장은 역사적으로도 그래왔지만
이번 촛불집회로 새로운 축제적 민주주의의 광장으로 자리매김했다.
차제에 민주주의의 상징, 서울광장을 제대로 자리잡게 하자.
오세훈 시장의 치적이 될 것이다.
*** 080620 새벽 김진애 생각...
서울시청앞 서울광장은 우리 모두의 숭고한 상징공간 중 하나입니다.
광화문 네거리부터 시청앞광장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역사적 장면이 여기에 담겼지요.
지난 50일간의 촛불집회는 평화적이고 축제적인 시민민주주의의 새로운 가능성을 우리 사회에 열어주었습니다.
안티촛불도 있지만, 그것은 거리시위로 인한 일부 폭력대치 때문에 생긴 일부의 문제이고, 공권력과 시민들이 평화롭게 만나는 방식을 또 고민해야 겠지요.
촛불이 이어지면서 서울 뿐만 아니라 여러 도시들에서 촛불집회가 열렸는데, 서울은 청계광장, 서울광장에서 하지만 지방도시들에서는 광장 공간이 없어서 주로 거리에서 열린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광장유전자의 마술을 위하여'라는 글(http://jkspace.net/owner/entry/edit/142)에서
서울 강남에도 광장이 있으면 좋겠다는 제 의견에 많은 찬반의견들이 달렸었는데요,
'새로운 광장성의 발견'에 대해서 시민들의 관심이 이래저래 높아진다는 것이 저는 좋습니다.
사실 서울광장의 잔디를 변신시키는 것은 가장 최소의 비용으로 가장 큰 민주주의의 상징을 만들어내는 일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아마, '잔디 그대로 좋다'는 시민들도 무척 많으시겠지요. 하지만 푸른 잔디 밟고 앉을 때의 그 기분 좋음 이상을 생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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옳으신 이야기입니다. 정말 좋은 광장을 만들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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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댓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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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광장보다는 푸른광장이 좋지만,
쓰임에 맞지않으니 고려해봄이 좋겠네요.
좋은 기사 잘 읽었습니다. -
원래 서울광장 만들기 전에, 시민들 상대로 공모전을 했었지요..
당시 1위에 입상한 작품이 '빛의 광장' 이라는 작품이었는데,
서울시는 이를 무시하고, 원안( 현재모습 ) 대로 추진했다는..
그런 내용의 기사를 예전에 읽은 적이 있습니다. -
좋은 기사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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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늦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창의적인 방법으로 광장이 만들어지면 좋겠습니다.
이좋은 생각을 오시장은 아실려나 모르겠습니다.
이기회에 오시장께 추천해보면 받아들일려나^*^ -
여러 네티즌님들, 이미 서울광장의 역사에 대해서 잘 아시고 문제점에 대해서도 잘 아시지요. 제 기대라면, 이미 서울시에서도 현재 고민하고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마는, 이른바 '대통령의 작품'이라 변화를 도모한다는 것에 껄끄러워할 지도 모르지요. 이런 사안이야 말로 '실용'으로 접근해야 하는데...
워낙 사회에 중차대한 사안들이 많아서 이런 공간사안에 관심이 덜하지만, 사실 아주 중요한 인프라지요. 혹시 '아고라 청원'이라도 해야 하나, 감자기 생각이 미치는 군요.
관심에 감사드립니다. -
4년동안 잔디 교체비만 9억원이라면 매년 2억5천만원이 들어갔다는 이야기인데 이 비용을 기초예술에 지원했다면 또다른 효과가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쯤되면 광장을 모시고 있다는 표현이 적합한 것인데 보여주기 위한 광장이 아니라 실제로 즐기는 광장이 필요하다는 말씀에 적극 공감 합니다. -
이번에 중남미를 여행하면서 느꼈던 내용들이 담겨 있어 반가운 마음에 글을 남깁니다. 중남미의 대도시에 있는 광장들 (멕시코 시티의 Zocalo, 페루 리마의 Plaza de Armas, 부에노드 아이레스의 5 de Mayo)은 모두 시민들의 자유로운 문화활동의 공간이자, 정부를 향해 목소리를 내는 집회의 공간입니다. 음악, 연극, 미술 등 전시하고 보여주는 행위가 자유로울 뿐더러 그것을 즐기는 행위 역시 시민들 자율적으로 이루어집니다.
심지어는 각 광장 바로 앞에 통치자의 집무건물(대통령궁)이 있고 그 앞에까지 가는데 너무나 컨테이너벽을 쌓는 짓은 하지 않지요. 집회가 광장에서 벌어지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경찰들도 그들의 편의를 돕고 안전을 지키는 것이지 싸우거나 시비를 걸거나 하지 않습니다. 대규모 집회시에 광장 주변에 임시 화장실을 설치해주기까지 합니다.(아르헨티나) 이런 모습에 비하면 우리는 청와대에만 들어가면 자신이 무슨 왕궁속에 있는 줄 착각하는 모양입니다.
잠시 어긋나긴 했지만, 유지비에 신경쓰지 않는 열린 광장은 꼭 필요한 개념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좋은 생각이시네요. -
5년전 시청광장 공모가 열렸던걸 아시는지요.. 그때 당선되었던 것은 지금의 잔디광장이 아닌 빛의 광장이었습니다. 그런데 빛의 광장은 이명박대통령 (시장시절) 기술력과 자금력의 핑계로 무산되어지고 지금의 잔디광장이 만들어 진것입니다. 그렇게 자기마음대로 계획을 바꿀생각이었으면 도데체 왜 공모전을해서 사람속을 들뜨게 만들어 놓는지...
여튼,
그기록을 가지고 계신분이 있으신지 모르겠지만, 꾀나 멋지게 계획되어있던 광장이었습니다. 시민들에게 열린, 해외여느 시청앞 광장 못지않은 열린광장의 형상을 하고있었지만,,,,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당시에도 많은 사람들이 안타까운 맘을 표현했지만, 결국 지금이렇게 되었네요.
그 빛의 광장의 모습을 다시 되살릴 수있었으면 좋겟네요. -
당시 공모 당선작이 취소된건 이명박 시장 임기내에 광장 오픈을 서둘러야 했기 때문이죠. 하이서울 페스티발 일정에 맞춰서. 이명박 하는일이 다 그래요. 자기 업적으로 삼기 위해 청계천도 후다닥 밀어버리고. 얼마나 똥줄이 급했으면 FTA를 빨리 체결하기 위해 쇠고기 시장 개방은 어쩔수 없었다는 논리를 내세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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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업체는 모르겠고 설계 공모안으로 서현 교수님의 '빛의 광장'이 당선작이 되서 시공하려는데 시측에서 시공비가 많이나온단 이유로 "걍 잔디깔래."라고 하자, 서현교수측은 '광장조성에 필요한 티비나 일체의 전자설비같은 건 협찬으로 해결가능한데 무슨소리'라고 하자 계속 둘러대고둘러대서 결국엔 잔디가 깔렸다고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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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현, 김정아, 최혁제, 김대현님, 시청앞광장의 설계공모 과정-취소에 대해서 잘 알고계시네요. 도시건축계에서 무척 관심이 컸던 프로젝트였기 때문이겠지요. 급조된 잔디광장의 사후 이야기가 복잡다단합니다.
당국의 촛불 원천봉쇄, 강경진압이 불붙으며, 서울시청은 잔디 다시 복원하겠다고 지난 주말부터 줄을 쳐놧는데, 6월 30일 밤에 천주교 미사를 시작으로 계속 촛불미사가 열릴 터인데, 어찌 나올지 모르겠습니다. 잔디 떼 입혀놓고 못들어가게 하려나요? 우리 주목해 보지요.
'시민이 먼저인 공간'을 만드는 일은 아주 중요한 일이지요. 많은 활동을 기대합니다.
도시건축계에서도 공간을 매개로 하여 촛불과제들에 대한 연결고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제 생각입니다마는... 향후를 기약해봅니다. 건강하시고, 건투를!!! -
옳으신 말씀입니다.
캐나다나 호주의 도시들처럼 한적하고 넓고 가만둬도 잔디가 쑥쑥 자라는 곳이라면 모르겠지만, 서울처럼 천만이 바글바글거리는 도시 한복판 광장에 잘 자라지도 않는 잔디를 깔겠다는 발상 자체가 비이성적인 것 같습니다. 서울시 공무원들은 위에서 시킨다고 그냥 다 하는 무뇌아들인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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