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청취자 전화에서 ‘요새 노블레스 오블리주 라는 말이 아예 사라져버렸다’는 한탄을 듣고, 정말 그렇구나 싶었다. 자주 들리던 말이었는데, 요새 정말 안 들린다. 이른바 그 노블레스들이 모든 권력을 장악하더니 이제 ‘오블리주’ 라는 말을 아예 쓰기 싫어져서 그런가?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란 ‘사회신분에 상응하는 공공 의무’라는 정통적 개념인데, 이상하게도 우리사회에서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기업가나 재력가의 기부 행위를 지칭하곤 한다. 정통적인 개념이 아니라 가외 활동을 지칭하는 개념으로 쓰이는 것이다.

기부 행위는 물론 바람직한 것이지만, 이것도 ‘천박한 자본주의화’함으로써 ‘돈으로 명예를 사는 수단’으로 악용되는 경우도 적잖다. 때로는 ‘돈으로 속죄하는 수단’이 되는 경우도 있다. 에버랜드 관련하여 2007년 말 삼성이 8천억 재산을 사회에 환원했던 것이 대표적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재산 환원 약속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다시 원칙으로 돌아오자.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정통 개념은 ‘선뜻 내키지 않는 의무를 솔선수범하여 지는 의식, 즉 ‘공공 의무를 솔선수범하는 의식’이다. 정통적인 노블레스라면 정통적인 오블리주를 해내야 한다. (사진: EBS 기획시리즈)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정규 기초 과목이라면 두말할 것 없이 ‘세금납부의 의무’와 ‘병역의 의무’다. 다 나라를 지키는 의무다. 자기 이익보다 더 큰 사회의 이익, 공공 이익을 지키기 위한 의무다.

그런데, 권력 잡은 노블레스들, 오블리주 줄이려고 난리다. 대기업에 주로 혜택이 돌아가는 법인세 감면, 부유층에 주로 혜택이 돌아가는 양도세 감면, 상속세 감면, 그 중에서도 종합부동산세 무력화는 대표적이다.

발상을 바꿔보라!

                     종합부동산세는 노블리스 오블리주다.

이 시대의 경제 노블레스들이 우세한 한나라당, 그 중에서도 초(超) 노블레스들이 모여 있는 강남지역 국회의원들이 나서서 감세법안을 발의하는 것을 보면 ‘노블레스 오블리주’라는 말이 무색하다.

진정한 노블레스라면 명사층의 딜레땅뜨적(취미적) 의무가 아니라, 상대적으로 하기 어려운 공공 의무에 솔선수범 나서야 하지 않는가? 나는 특권층이라거나 특혜층이라는 말을 꼭 쓰고 싶지는 않다. 다만 상대적으로 혜택을 더 누리게 된 사람이라면 이 시대의 노블레스다. 아무리 자기 능력이 있다 하더라도 더 많이 배울 기회, 더 많이 일할 기회를 가진 사람, 더 높은 수입을 올리게 되고 더 큰 재산을 얻게 되고, 직업적으로 더 안정된 사람들은 스스로 노블레스 의식과 오블리주 의식을 가져야 하지 않는가? 노블레스도 되어보고 오블리주도 가져봐라.

 한나라당의 ‘초 노블레스 국회의원' 트리오

서초구 이혜훈 의원이 18대 국회 첫 입법 발의를 기록한 것이 하필이면 ‘종부세 완화’냐? 이를 강남구 이종구 의원이 받아서 종부세에 더하여 양도세 완화도 해야 한다고 하더니, 또 다른 강남구 공성진 의원은 ‘종합부동산세 때문에 중산층이 핍박받고 있다’라는 말까지 더한다.

이른바 이 트리오 의원들은 여러 면에서 명실상부한 노블레스라 할 만하다. 학력으로도 최고 학위를 갖춘 노블레스에, 경력으로도 정부 정책 통으로 더 많은 권한을 누렸던 노블레스에, 명예 면에서도 학계를 주름잡던 노블레스다. 그런데 그 지역 국회의원이 되면 그렇게 ‘오블리주’의 개념이 흐려지는 걸까?

여하튼 지금은 한나라당은 정부의 종부세 완화를 원안 당론으로 채택하였으니, 한나라당 노블레스들의 오블리주는 다 어디로 갔나?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묻고 싶다.

1. 종합부동산세를 완화(6억 기준에서 9억 기준으로 상향조정)하면 이른바 부동산 부자들의 세금이 줄어드는 외에 어떤 이득이 있는가?

(당장 세수 줄고, 특히 지방 교부금 줄어드는 것을 어떻게 막을 건데? 다른 소득세 올려 다수 국민의 부담을 늘리지 않고 어떻게 세수 확보 할 것인가?)

2. 종합부동산세 완화하면(그리고 양도소득세 완화하면) 과연 지금 이 마당에 부동산 시장 활성화가 되는가?

(이미 미분양 쌓이고 부동산 폭락에 자칫 세계금융위기에 따라 자산가치 하락은 불보듯 뻔한데, 지금 해야 하는 이유가 뭔가?)

3. 세금으로 부동산을 잡으려 하면 안된다고? 이것은 대표적으로 강만수 장관의 발언이다. 그런데, 이 세계 어느 나라에서 세금 정책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데가 어디 있는가? 공공부문에서 가장 원칙적으로 다스려야 할 도구가 세제다.

4. 종합부동산세는 외국에 없는 우리나라만의 것이라 불합리하다고? 그게 왜 문제인가? 제도란 그 사회의 문제, 그 사회의 상황에 맞춰서 만드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고 가장 창의적인 행위다. 종부세는 우리 상황에 맞는 제도다. 보유세는 늘이되 높은 부가가치를 누린 세대가 세금을 더 내고, 그 더 낸 세금을 지방의 균형발전을 위해 나누어줄 수 있으니, 우리나라처럼 집중과 낙후가 동시 문제가 되는 사회에서 아주 적시타의 제도다.

(원칙적으로 재산세에 합산하는 방식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부동산 가격안정과 지방균형발전이 이루어진 후 이후에 검토할 사항이다.)

5.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가 징벌적 세제라고? 이건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 대다수 의원의 발언이다. 왜 징벌적이라는 말을 쓰나? 사회상류층의 오블리주라고 불러주면 어디 덧나나?

6. 납부자의 세부담능력을 고려하지 않아서 불합리하다고? (이것은 강만수 장관의 ‘실업자 시절의 추억’으로 유명하다. 수입은 없어도 살고있는 아파트만큼은 지녀야 하는 우리 사회 특유의 체면 문화와도 통한다.) 그 사정은 충분히 이해한다. 이런 고민 상황을 처리하기 위해 부동산 처분시 납부하는 ‘납부 유예제도’ 등을 도입해도 큰 문제없을 것이다.

*** 081017 김진애 한탄합니다:

쌀 직불금 빼먹기도 부동산 세금 회피 수단이라면서요?

한참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는 쌀 직불금 문제... 저 역시 쌀 직불금 제도를  이번에 제대로 알았습니다. 그 얼마 안되는 지원금이던데, 부자가 더 욕심을 부린다는 말이 진짠가, 이상도 하다 싶다가, 그게 글쎄 부동산 양도시 양도소득세 줄이는 최적의 수단이라는 감사원 해설을 듣고 ‘아!’ 했습니다. 아니 부동산 관련해서는 왜 이리 머리가 빨리 도는 사람들이 많습니까?

게다가 공직자들, 언론인, 공기업, 전문인, 기업인 등 이른바 우리 사회의 노블레스가 1/4을 차지한다는 것을 듣고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그리 부재지주가 많습니까? 그리 농토에 까지 땅 투기를 했던  것이었습니까? 농민의 집안에서 상속 받은 사람들이 그리 많지는 않을 것 같은데... 저 역시 제 할아버지 시대까지 농민 세대지요. 저의 아버지 세대에 이미 논밭은 다 정리되었는데, 여전히 직접 경작을 못해 판 그 땅을 또 보유하기 위해 사는 사람들이 있었던 모양이지요?

이런 모럴 해저드로 어떻게 우리 사회를 지켜내겠습니까? ‘헤맹이가 빠진 도덕적 폐인’들이 그렇게 많은가요? 믿고 싶지 않습니다.

쌀 직불금 문제는 국정조사든, 감사원 조사든, 행정부 조사 든, 모든 수단을 거쳐 밝혀내야지요. 그 과정에서 종합부동산세 무력화같은 반(反) 개혁적 시도도 걷어들여지게 되야지요.

한나라당 의원들, 이명박 정부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기대합니다.
워낙 노블레스들 아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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