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성공’은 글러버렸나?
- Posted at 2008/05/22 11:52
- Filed under 김진애의 좋은 새벽/이명박정부
이명박 정부의 캐치프레이즈인 ‘국민성공시대’.
하지만 아무래도 ‘국민성공’은 글러버린 것 같다.
애당초 나는 이 말 자체를 위험스럽게 생각했다. 특정한 사람에게 성공이란 말을 붙이는 것조차 경박한 현상인데, ‘국민’이라는 인간군이자 개개인의 세속적 성공 이상의 가치로 존재하는 ‘국민’에게 ‘성공’이라는 말을 붙이는 것은 천박하기조차 하지 않은가.
더욱 위험스런 이유들도 있다. 첫째, 그 캐치프레이즈에 숨어있는 지나친 자신감, 둘째, 세속적 성공과 수치적 성공에 대한 부풀려진 기대를 맞추기 어려운 국내외 상황. 셋째, 국민 전체에 세속적 성공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엄연한 사실.
우려는 현실로 바뀌었다.
취임 석달만에 지지율 20% 대의 대통령이 되는 나라에서 어떻게 ‘국민성공시대’가 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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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국민 안전’이 가능치 않은데 어떻게 국민성공이 가능한가?
“아무리 재산이 많으면 뭐하나, 건강을 잃으면 세상을 잃는데”라는 경구가 생각난다. 국민들은 안전하게 느끼지 않는다. 미국쇠고기협상을 둘러싼 현상은 ‘광우병 파문’이 아니라 근본적인 국가의 안전수호 역량에 대한 회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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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국민 자존심’이 가능치 않은데 어떻게 국민성공이 가능한가?
자존심 높은 우리 국민들의 자존심은 자꾸 상처받고 있다. 미국에는 쇠고기협상 자체와 사후처리를 두고 미국 정부, 상무장관, 통상대표들에게 수모를 당하고, 급기야는 주한 미국대사가 으름장을 놓지않나, 미국의 일개 축산협회 회장이 우리나라의 정책을 알고 먼저 마케팅을 하지 않나. 이건 정말 자청한 수모다.
‘과거를 거론 않겠다’는 대통령 발언에 일본은 당장 독도를 교과서 참고서에 쓰겠다는 것으로 당장 나오니 어떻게 자존심을 지키겠는가. 한미동맹 한다며 끊임없이 빚어지는 한미 외교 마찰은 상식선을 벗어나 위태로워 보이거니와, 일본은 ‘경제동물적 감각’으로 어떤 일을 밀어붙일지, 게다가 불안해지는 중국과의 관계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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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국민 신뢰’가 가능치 않은데 어떻게 국민성공이 가능한가?
오늘은 또 무슨 일이 터져 시끄러워질까 불안한데 어떻게 국민성공이 가능한가? 아직 광우병 파동에 대한 근원적 접근이 이루어지고 있지도 않은데, ‘변형 대운하, 변형 민영화’의 파도를 자꾸 만들고 있는데 어떻게 신뢰할 수 있는가?
지난 정부의 모든 것을 뒤집어엎는 것조차 용납할 수 있다쳐도, ‘무엇을 위해 뒤짚어 엎느냐’에 대한 최소한의 논리는 국민들에게 설명하지 않으니, ‘불도저를 위한 불도저, 자기 사람 바꾸기, 사업 건수 만들기’를 위한 것이 아니라 믿어질 수 있느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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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희망도 찾아보자.
이명박 정부가 설정한 ‘국민성공시대’는 글러버릴지 몰라도,
‘역설적인 국민성공시대’가 될 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깨인 국민이 되는 것이 곧 성공국민’ 아닐까?
투표권 없다고, 그저 ‘예비 국민’, ‘보호 국민’ 정도로만 치부되었던 초중고 학생들도 진짜 국민으로 다시 태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선거철에나 동원되는 대상이 되거나, ‘잘 속는 소비자’ 정도로 여겨지고 취업시장에서 예비군으로 여겨지던 여성들도 깨어난 국민으로 다시 태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 깨어난 국민들이 역설적인 국민성공시대를 만들어가기 바란다.
이명박 정부가
국민 마음을 진정으로 겸손하게 읽는 태도를 갖추고 신중하게 국정을 운영할 때까지.
한 시간 전 대통령의 ‘국민담화’를 듣고 이 글을 올린다.
숨을 죽이고 기다렸다. 무언가 진정성 어린 대통령의 태도 변화를 읽기를.
최근 ‘소통, 겸허, 겸손, 사과’라는 단어들이 많이 나왔기 때문에.
솔직히 실망하다 못해 꾸역꾸역 가슴에서 뭔가 치밀어 오른다.
미국쇠고기 협상에 아무 변화가 없는데(국민들의 원초적 걱정거리인 월령제한, 위험부위 수입, 동물사료 사용제한 등), 정부는 국민건강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며 걱정하지 말라니
도대체 담벼락이다.
거기에 한 주 밖에 남지 않은 17대 국회에서 한미 FTA 통과해 달라는 것이 최우선 메시지이고 담화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것이 과연 국민의 마음을 읽은 것인가? 이것이 겸손이고 사과인가? 어떻게든 모면하고 FTA 국회 통과로 위기를 모면하려는 시도 외에 어떤 진정성이 보이는가?
정말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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