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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속 행복 순간'에 해당되는 글 6건

  1. 2008/06/17 이 집은 누구인가 by 김진애 (2)
  2. 2008/06/02 사랑을 지피는 하늘 공간 by 김진애
  3. 2008/03/16 자기 집을 그려보자 ... 국민 프로젝트 by 김진애 (2)
  4. 2008/02/24 문학 상상력∙공간 상상력을 위해서 by 김진애 (2)
  5. 2008/02/04 폐교 변신 ‘오마이스쿨’에서 희망의 길을 꿈꾸다 by 김진애 (6)
  6. 2008/01/30 요리파’와 ‘청소파’를 누비며 ‘머릿속 서랍’을 만든다 by 김진애 (1)
휴가지 ‘베개’ 잃어버린 소동

“어머나, 내 베개!” 차는 마산시로 막 접어들고 있었다. 잠깐 눈을 붙이겠다고 뒷좌석에 던져둔 베개를 집으려다가 깨닫고 말았다. 이런, 호텔에 두고 왔구나. 나에 대한 비밀.....

혁신도시, 적극적으로 승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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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망신시키는 6가지 요령

요즘 시대에 우리는 누구나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다. 국제외교를 담당하는 외교관뿐 아니라, 해외비즈니스, 유학, 여행 뿐 아니라 해외상품에 대한 구매를 하고 인터넷으로.....

집은 무엇인가? 보통 이렇게 묻는다.
      하지만 이렇게 한번 물어보자. "이 집은 누구인가" 하고.
다른 느낌, 다른 생각이 떠오를 것이다.
..............................................................................집은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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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대한 책을 쓰면서 내가 <이 집은 누구인가>라는 제목을 붙인 것이 바로 이런 이유이다. 통상 집을 창과 문과 벽과 지붕이 있는 물리적인 실체로 생각하지만, 부디 우리네 사람의 삶을 담는 그릇으로 보자. 정말, 집을 보면 사람이 보인다. 또 사람을 보면 집이 그려진다.

우리 시대가 지어내는 집들이 마땅찮은 것은 아무래도 별로 사람 같은 모습의 집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파트들은 너무 모델하우스 같거나 호텔 같다. 잡지에 소개되는, 이른바 잘 지었다는 집들을 보면 너무 박물관이나 전시장 같다. 너무 폼만 잡는다.

이건 영 아니다. 너무 남의 눈을 의식한다. 남들이 어떻게 볼까에 너무 신경을 쓴다. 어떻게 하면 남들에게 칭찬받을까에 신경을 쓴다. 자신만의 삶, 가족만의 모습을 집에 표현하는데 너무 주저한다. 나의 집이 나다운가, 우리 집이 우리가족다운가 생각해보자. (한옥이면 다 비슷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이 집은 층층이 쓴다.) 

..............................................................................집은 ‘추억’이다.

<이 집은 누구인가> 독자들이 책을 보고 공통적으로 하시는 말씀은 “옛날에 살던 집을 찾아다녀 봤어요!”였다. 왜 살던 집을 찾아보게 될까. 지나간 삶을 찾으며 자신의 존재 의미를 더듬어보고 싶기 때문이다. 옛날에 그 풋풋한 추억을 떠올려보고 싶고, 지금 사는 집의 편리하기는 하지만 뭔가 아쉬운 부분을 달래보고자 하는 것이다.

추억은 우리를 만든다. 어떤 추억거리를 갖고 있느냐에 따라서 우리는 아주 멋있는 사람이 될 수도 있고, 별 맛 없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 우리 가족이 아주 정겨운 가족이 될 수도 있고 무덤덤하거나 냉랭한 가족이 될 수도 있다. 나만의 추억거리, 우리 가족의 추억거리를 많이 만들어 내는 집에서 산다면, 우리는 마음이 큰 부자인 행복을 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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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 전 갑자기 나이드신 부모님께서 옛날에 살던 집을 가보시자고 했다. 다 없어지고 유일하게 인천 송화동의 한옥이 남아있었다. 부모님이 60여년 전 처음으로 갖게 된 '우리 집'이었단다. 옛 살던 집을 찾아보는 재미, 우리 사회에서도 계속되어야 할 터이다. 사진속의 동네는 한옥보전동네로 지정되어 지켜지고 있단다. 집에 새겨진 기억은 우리를 우리답게 한다. 마침, 그날 집에 있던 젊은 아들내미가 어리둥절해하면서도 집을 열어주어, 부모님은 모처럼 옛 추억에 잠기셨었다.)  


..............................................................................
집은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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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야기를 담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모습은 상대적으로 중요하지 않다. 어떤 재미있는 이야기, 어떤 의미 있는 이야기, 어떤 정겨운 이야기, 또한 어떤 아픈 이야기, 어떤 힘든 이야기들이 담길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집에는 우리 인생에서 겪는 모든 기쁨과 아픔, 그리고 괴로움과 슬픔이 담담히 녹아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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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빨강머리 앤> 시리즈 책을 그리 좋아했던 것도 그것이 인생 이야기이자 집 이야기였기 때문이었다. <백 년 동안의 고독>이라는 소설을 그리 좋아했던 것도 그것이 가족 역사의 이야기이자 그것이 펼쳐지는 집의 판타지를 담고 있기 때문이었다. 내가 박경리의 <토지>를 그리 좋아했던 것도 우리 전통 동네와 한옥이 빚어내는 무한한 이야기 때문이었다.

(내가 지은 세가족집의 옥상에는 이야기들이 많다. 세상에, 무지개도 뜬다. 아래 사진)

..............................................................................그래서 나는 다음과 같은 집을 꿈꾼다

부엌은 ‘물과 불로 황홀한 장난’을 하는 ‘당신과 나의 놀이터’로 보자. 그렇게 생각한다면 부엌에 모든 가족이 편안하고 재미있게 드나들게 부엌을 가족 사교장으로 중심에 놓고, 아무리 돈이 없어도 부엌에만큼은 우선적으로 투자할 것이다. 부엌이 행복하면 부부가 행복해지고 아이들이 행복해지며 우리 집이 행복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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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는 모쪼록 구석구석이 많아야 추억이 많아지며, 어른들만 폼 잡는 게 아니라 아이들이 마음껏 어지르고 마음껏 술래잡기를 하는 집이 되어야 이야깃거리가 많아진다. 넓은 거실만 만들려 할 게 아니라 구석을 많이 만들자. 숨을 구석, 비빌 구석, 기댈 구석, 걸 구석 등.

아이들 방을 너무 조용하게 하지 말자. 오히려 비사교적이고 내성적인 아이가 된다. 모쪼록 아이들은 방에서 나오고 싶은 유혹을 견디며 스스로 공부를 해야 큰다. 아이들은 모쪼록 마음껏 자기 방을 어지르고 스스로 바꿀 수 있어야 한다. 언제라도 바깥에 나가 맘껏 뛰놀며 동네 구석구석을 탐험하는 아이가 되어야 나중에 크게 자란다.

부부가 행복해야 집도 건강하다. 마스터 베드룸을 멋지게 장식한다고 부부 사이가 행복해지나? 부부 사이의 온갖 사랑 몸짓은 집 곳곳에서 일어날 수 있어야 한다. 스치는 손길, 오가는 눈길, 같이 젖은 손, 어깨를 보듬는 팔, 상쾌한 뽀뽀가 집 어디에서나 자연스럽게 일어날 수 있는지 한번 돌아보자.

동선 짧은 집은 나쁜 집이다. 체험 동선이 긴 집이 좋은 집이다. 사람들은 거닐면서 수많은 만남, 추억,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만나야 이야기가 생긴다. 어떻게든 동선을 줄이려는 아파트는 이제 다시 재고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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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은 체험 동선이 길기 때문에 집이 아무리 작아도 답답하지는 않은 반면, 아파트가 아무리 커도 갇혀있고 답답하다는 느낌을 주는 것은 동선이 짧고 모든 게 다 눈에 드러나기 때문이다. 한옥에서는 마당과 마루, 툇마루와 처마와 창문, 그리고 저 멀리 얼핏 보이는 한 조각의 하늘 때문에 항상 무언가 더 있을 듯한 기대감을 준다. 우리가 만드는 현대의 집에도 그런 기대감을 심어보자. 다 드러내는 게 아니라 어딘가 더 있을 듯한 기대심리를 불어넣어 서 집을 키워보자
.
..............................................................................
‘집은 사람, 집은 추억, 집은 이야기’임을 우리 모두 충분히 느끼고, 나와 우리 가족만의 이야기를 만들고자 작은 것이라도 직접 실천에 옮긴다면, 분명 우리가 만드는 집은 지금과 같은 메마르고 상투적인 모습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집을 보면 사람이 보인다.
             사람을 보면 집이 그려진다.
                                 집은 사람이다.


*** 080617 김진애의 느낌.

'집' 얼마나 정다운 말입니까. 제가 지은 책 중에서 <이 집은 누구인가>라는 이름이 가장 맘에 듭니다. 당시 편집장과 보름 여 고민하고 마지막에 100여개 제목을 앞에 두고 2시간을 토론하다가 완전히 새로운 제목으로 태어난 '이 집은 누구인가', 정말 그럴 듯한 제목 아닌지요. 자화자찬.^^  
이 집은 누구인가 상세보기
김진애 지음 | 샘터 펴냄
사람 사는 집에 대한 열두 가지 생각을 담은 건축가 김진애 에세이집. 삶의 면면이 배어들고 사람의 마음이 표현되며, 정서가 녹아드는 집에 대한 이야기를 그려낸다. 이 책은 추억을 만드는 집에서부터 비밀의 장소가 많은 집, 에로스를 즐기는 집, 집을 고르거나 짓고 집을 관리하는 법까지 열두 가지 테마로 나누어 주제별로 집에 대한 이야기를 섬세하게 풀어내고 있다.


집에 대한 12가지 생각

1. 추억을 만드는 집                     - 어떤 기억이 생생하세요?

2. 체험 동선 긴 집이 좋은 집
       - 거니세요!

3. 구석구석 많은 집
                    - 비빌 구석, 숨을 구석을 찾아서

4. 중심 잡힌 집
                           - 마당, 마루, 그리고 부엌

5. 신(神)과 함께 사는 집
             - 어떻게 집에 마술을 부릴까?

6. 여자의 집, 남자의 집
               - '타인의 취향'과 '적과의 동침' 사이

7. 에로스를 즐기는 집
                 - 성(性)은 집의 어디에?

8. 나 역시, 집 역시 자연
              - 빗소리, 흙내음, 눈 소리

9. 시간의 갤러리가 되는 집
         - 이 집은 몇 시예요?

10. 길에서 창문에서 동네에서 보는 집
         - 얘, 나와 놀자!

11. 길들이며 사는 집
                  - 집 고르기, 집짓기, 집

12. 혼자 있어보는 집
                  - 정말 집의 주인이세요?



여러 사회 쟁점을 얘기하지 않으면 안될 듯한 압박을 받고 있는 중에, 중간에 깊은 호흡을 좀 쉬어야 겠습니다. 정말 벼랑끝에 다다른 것 같을 때에도 '집'에 오면 숨쉬기 편해지는 그 느낌을 위해서. 우리 사회를 우리 집처럼 만들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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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그림 2008/06/17 18:39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전 집이나 사람에게 관심이 많습니다
    둘 다 같은 선상에 놓고 생각해도 되겠지요
    첨으로 인사드리고 갑니다

    • BlogIcon 김진애 2008/06/19 05:08  댓글주소  수정/삭제

      이그림님, 집과 사람을 같은 선상에 놓으면 여러가지가 더 보이지요. 도시와 사람도 비슷, 공간과 사람도 비슷, 사회와 사람도 비슷... 저도 인사드립니다. 자주 와 주세요, 아이디가 예쁩니다.

하늘과 만나는 이야기는 무궁무진하다. 사랑을 피우는 이야기는 무한하다.
하늘의 조화와 땅의 조화와 사람의 조화가 만나는 옥상에서 우리들의 사랑을 지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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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물랭 루즈>에서 두 남녀가 사랑을 속삭이는 곳은 옥상이었다. 두 남녀는 지붕 위 판타지에 빠져서 구름 위로 달님 곁으로 별 속으로 들어가 춤을 춘다.

남자가 노래 부르던 “Sat on a roof(지붕 위에 앉았지)" 대목이 너무 좋아서 지금도 귓가에 남는다. (원곡은 엘튼 존의 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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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노팅힐>에서 평범한 책가게 주인과 슈퍼스타 줄리아 로버츠가 사랑의 아침을 먹는 곳 역시 작은 옥상이다.


영국 특유의 좁고 긴 아파트의 옥상에서 굴뚝 잔뜩 붙어있는 지붕 사이로 아침 햇살을 쐬며 사랑의 따뜻함을 느끼는 장면이 인상깊었다. 보잘것 없는 공간이 사람이 씀으로서 살아나는 것이다.



프랑스 영화 <아멜리에>에서 깔깔 웃음이 나오던 대목이 있다. 열 살 소녀 아멜리에가 옆 집 아저씨에게 받은 마음의 상처를 보복하느라 옥상 굴뚝 옆 안테나를 뺏다 끼었다 하는 장면이다. 월드컵 축구 중계 클라이맥스 때 마다 화면이 지지직대니 그 아저씨는 울화로 대굴대굴 구르고 아멜리에는 회심의 미소를 짓곤 했다. 소녀의 장난기 어린 웃음 옆에서 피어오르던 하얀 구름은 하늘과의 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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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의 낭만, 옥상의 판타지, 옥상의 사랑은 아주 특별하다.
견우와 직녀가 만나는 오작교처럼 하늘과 만나는 곳이다.
하늘의 조화를 느끼는 공간이다.
파란 하늘, 피어오르는 뭉게구름,
하늘 농장 같은 양떼구름,
매일매일 모양이 다른 달님과의 만남,
북두칠성과 수많은 별, 바람, 햇살, 노을, 비, 눈, 그리고 무지개 ….

그 하늘과 만나는 공간에 땅이 만들어내는 온갖 조화, 풀과 덩굴과 나무와 꽃과 열매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하늘의 조화와 땅의 조화 사이에 우리 인간이 들어가면 옥상은 그야말로 천-지-인 삼위일체다. 새가 지저귀고 나비가 날아오며 우리를 축복한다.

내가 지은 <세가족집>에 옥상마당을 만들고 하도 옥상예찬을 하니까 사람들은 뭐 굉장한 것을 만들었나 보다 놀러왔다가, 너무 작고 소박한 공간이라서 한번 놀라고 머물러 놀고 난 후에는 이 작은 옥상의 오묘한 조화에 다시 한 번 놀란다.

“이사 가더라도 옥상만큼은 떼어가고 싶어” 할 정도로 나와 남편과 두 딸은 우리 옥상마당을 사랑한다. 우리 개 ‘울럼’이도 옥상이 좋다. 바깥이어서 좋고, 길을 내려다보며 온갖 세상 구경을 해서 좋고, 달이 뜨면 우렁차게 짖을 수 있어서 좋다.

지금은 다른 집에 이사 와서 살지만, 세가족집 옥상마당의 체험은 우리 가족에게 아주 깊게 남아있다. 우리는 어디서나 옥상마당의 체험을 살려낸다. 텃밭 가꾸기는 필수이고, 주말의 바비큐 파티는 물론 봄, 여름, 가을 대가족 모임 행사는 물론이다.

옥상에서 불을 피우며 사랑의 불을 지폈던 우리 부부는 지금도 불을 피운다. 불장난처럼 재미있는 장난이 어디 있는가. 두 남녀가 이사오자 마자 벽돌로 화로를 만들고, 나무에 불을 피우고, 노을에 변하는 하늘부터 달이 뜨는 때까지 앉아있으면, 말없이도 사랑은 피어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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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람들에게 옥상에, 정 안되면 발코니에, 마당을 만들기를 열심히 권한다. 집안에만 돈 들이려 하지 말고 가족이 같이 할 마당을 만들라고 권한다. 그 공간에는 비 피할 구석 하나, 이왕이면 큰 탁자 하나와 많은 접이 의자, 그냥 앉아있기만 해도 좋은 의자 둘, 주변의 시선을 피할 아늑한 구석 하나, 하늘과 직접 만나는 열린 구석 하나, 작은 부엌 하나, 텃밭 하나, 그리고 불 피울 구석 하나... 하늘과 만날 때 우리의 사랑은 피어오른다.


*** 080602 비오는 유월 첫날, 김진애의 좋은 생각 ***

공간 비좁게 쓰는 우리 문화지만, 의외로 우리 주변엔 버려진 공간들이 많지요. 그 중 하나가 옥상 공간이지요. 아파트 옥상은 굳게 문이 잠겨있고, 일반 건물 옥상은 물탱크나 잡동사니로 들어차있고... 이 공간을 버려두는게 너무 아깝지요.

옥상 '컨테이너 집'에 싼 임대비로 들어사는 분들의 말씀을 들어보면,
여름 태양은 못견딜 정도로 뜨겁지만
하늘 바라보고 텃밭 키우는 재미만큼은 쏠쏠하다고 하십니다.

우리 주변의 공간을 그냥 놔두지 말고 자연과 만나는 공간으로 만들어야 사랑도 불붙지요.
돈 들여 생태공간 만든다 뭐다 하는 건 별로고요. 일단 쓰기 시작하면 자기 손으로 돈 안들이고 뭔가 가꿀 묘수들이 생각나게 됩니다.

우리나라 모든 건물 옥상이 푸르게 되기를, 건물 옥상마다 사람들이 올라가기를 꿈꿉니다.  

건축가는 어떤 집에서 살까 상세보기
김인철 외 13인 저 지음 | 서울포럼 펴냄
집주인과 설계자가 같은 사람이게 마련인 건축가의 집은 얼마나 특별하고 근사할까? 사람들은 호기심과 기대를 갖는다. 이 책은 13 건축가들의 흥미진진한 집 스토리를 담고 있다. '친구와 결혼한다'는 꿈을 이룬 집, 한옥을 고쳐 사는 집, 집터가 백만 평이라는 집, 옥상파티를 하는 집, 상가 건물을 개조 증축한 집, 옷 입히는 것처럼 리노베이션을 한 아파트, 고향 산간벽지에 지은 별채 등, 건축가가 사는 집은 삶의 스토리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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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고학년 또는 중학교 때쯤 되면 꼭 나오는 숙제가 하나 있다. ‘자기 집 그려 오기’다. 아이들이 갑자기 줄자를 찾고 이 방 저 방 재러 다니면 바로 이 숙제 때문이기 십상이다. ‘평면’을 그리라는 숙제니까 같이 길이를 재자고 할지도 모른다. “나 못 그리니까 엄마가 그려 줘.” 할지도 모른다. 엄마라고 어디 잘 그리나? 끙끙대기는 마찬가지다. 

그림 실력이 별로인지라 나의 그림 실력에 대해서 열등감(?)을 갖고 있는 막내 역시 나에게 도와 달라고 했었다. 어디 해 달란다고 해 줄 녹록한 엄마인가? 줄자로 재는 방식을 가르쳐 주고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가르쳐 주고 차근차근 그리는 방식을 시범으로 보여 주고는 곁눈질만 했다. 그렇게 시범을 보여 주었어도 그려 놓은 것을 보니 한심하기는 퍽 한심했다. “아무래도 우리 집 같지 않은데?” 아이 역시 자기 그림 실력의 한계를 인정했다.    

“이런 숙제 왜 있는 거야?” 뜻을 헤아리지 못하는 아이는 그리면서 툴툴댔다. 하지만 그려 보고 나더니 얻은 게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 집에서 자기 방이 가장 작다는 것을 실제 수치로 알아냈고, 그 덕분에 보다 더 근거 있는 불만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큰아이 방보다 폭이 30센티미터만 짧은 데도 방 쓰는 방식에 왜 그렇게 제약이 많은가를 깨닫고는 한 자 폭의 귀중함을 알게 되기도 했다.

 이제는 집에 대해서 이렇게 해보자 저렇게 해보자 하는 아이디어를 수시로 그것도 아주 구체적으로 내놓는다.
                                   ***

나의 원대한 야망(?)이라면 우리나라 사람 누구나 ‘자기 집 그리기’를 하는 것이다. 1년에 한 번씩은 자기 집을 그려 보면 좋겠다. 이것이 너무 거창한 목표라면, 3년에 한 번도 좋다. 평균 3년마다 집을 바꾼다는 통계이고, 또 3년쯤이면 자기가 사는 공간에 대해 무언가 변화를 시도해 볼 만한 시점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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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도 용인에 있는 고 장욱진 화백의 고택.
                       (화백 생전에 직접 고르신 한옥, 직접 지은 양옥이 어우러진...
                         가 보세요.)  


왜 집을 그려 봐야 하는가? 집을 그려 보면 무엇이 좋을까? 학교 숙제를 내주는 것과 마찬가지 동기다.

“첫째, 그리면 보인다.”
자기 손으로 그려 본다는 것은 참 흥미로운 체험이다. 다 아는 것 같던 것도 실제 손으로 그려 보면 새로운 것이 보인다. 그리는 중에 새롭게 발견하는 것이 있고 그리고 나면 새롭게 깨닫는 것도 생긴다. 밑그림을 그릴 때와 마무리 그림을 그릴 때 또 다른 게 보인다.  

“둘째, 가장 쉽게 그릴 수 있는 대상이다.”
이른바 ‘그림’이라면 사람이든 풍경이든 선과 표정이 워낙 풍부해서 그리기가 영 쉽지 않다. 그렇지만 집이란, 특히 평면이란 상대적으로 선을 그리기가 쉽다. 바로 그 속에서 평소 익숙하게 알고 있는 공간이니 맘만 먹으면 언제나 그릴 수 있다.

“셋째, 합리적인 생각을 키운다.”
집이란 은근히 복잡한 공간이다. 단칸방만 해도 그리 간단치 않다. 여러 물건, 여러 설비, 여러 기능이 있고 또 가족 여럿에 관련된 여러 이야기가 있다. 그리다 보면 이들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요모조모 생각거리가 나타날 뿐 아니라 어떻게 해 볼까 하는 궁리도 생기게 된다.    

“넷째, 당신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사는 이야기라는 것이 얼마나 다양한가, 삶의 느낌이란 얼마나 미묘한가. 그런 이야기와 느낌에 대해서 상상하게 된다. ‘공간 상상력’이란 다른 어떤 상상력보다도 다채롭기도 하거니와 또한 아주 기분 좋은 것이다. 공간 상상을 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기쁨일 뿐 아니라 특히 손을 써서 그리면서 상상하면 그 기쁨은 더욱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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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사는 집 한 켠... 상상해 보세요.
                                  '마당있는 집'에 사는 축복을 누리고 삽니다.
                             집 자체는 보잘 것 없지만 삶의 이야기는 풍성합니다요.
 

나의 직업적 특기를 사람들에게 강요하는 걸까? 그러나 오히려 굳이 직업적 특기로 한정하는 고정관념을 깨고 싶다는 것이 나의 뜻이다. 자기 집 그리기란 특기가 아니라 일상의 취미가 될 수 있다.  

*** 

주택을 설계할 때면 나는 집주인을 유혹하곤 한다. 같이 그려 봅시다 하고. 직업상 나는 남들이 말로 표현하는 것 또는 몸으로 표현하는 것을 잘 파악해서 그림으로 그려 내는 사람이지만 살 사람의 마음 깊은 속, 심리 깊은 속까지 들어가기란 그리 쉽지 않다. 이럴 때 집주인이 뭔가 그려 주면 훨씬 더 가깝게 짐작할 수 있다. 힌트가 풍성해지는 것이다.
    
집주인은 쑥스러워들 한다. “못 그려요.” 그려 보고 나서는 “그리기 만만치 않데.” 하기도 한다. 내가 권하는 것은 건물의 형태나 전체의 구성은 아니다. 이것은 아무래도 어려운 일이고 전문적인 훈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권하는 것은,

주로 집 내부의 가구 배치, 컴퓨터 배치, 텔레비전 배치 같은 것들이다. 전문가인 나보다도 집주인이 훨씬 더 잘 아는 물품들, 습관들, 선호도가 나타나는 항목들이다. 


일단 평면에 대해서 어느 정도 동의하는 때에 이르면 축척 1:100(1미터가 1센티미터인 축척)으로 평면을 뽑아서 주고 그려 보는 시간을 충분히 갖도록 권한다. 이왕이면 가족과 함께 하면 더 좋다는 조언도 잊지 않는다. 아이들이 쓰는 자로도 충분하고 연필과 지우개만 있으면 되니 모처럼 부부가 알콩달콩 의논하는 시간, 아이들과 의논하는 시간이 될지도 모르잖은가.

이렇게 그려 보면 두 가지 이점이 있다. 안심이 되는 것이 그 첫째. 괜찮은지 아닌지 고민하다가도 실제 그려 보면 확신이 더 드는 심리다. 풍부하고 깊은 아이디어가 나오면서 섬세하게 안을 조정할 수 있게 되는 것이 그 둘째. ‘이렇게 바꾸면 이런 점이 좋겠다. 저렇게 바꾸면 저런 점이 좋겠다.’ 하는 세밀한 아이디어들이 떠오르며 주문이 구체적이 된다. 

이렇게 하면 설계하는 나도 좋다. 설계하는 과정에서 나도 확신이 더 생기는 것은 물론이고 다 짓고 나서 불만이 생기더라도 은근슬쩍 책임 회피(?)를 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때 그려 보셨잖아요?” 하고 말이다. 너무 약은 수법인가? 그러나 집주인에게 진짜 집주인 마음을 들게 하기에 더없이 좋은 방식이다. 그러고는 머리를 맞대고 다시 한 번 그려 보자고 권한다. 다시 그려 보면 또다시 새로운 것이 보이기 때문이다. 삶이란 끊임없는 변화이다.

***

자기 집에 대해서만큼은 사는 집주인이 가장 잘 안다.
가장 탁월한 전문가다. 이른바 전문가에게 무턱대고 기댈 이유가 없다. 전문가들을 너무 믿을 이유도 없다. 전문가를 자처하는 사람 앞에서 공연히 주눅들 이유도 없다. 

자기 집을 그려 보자. 내남없이 비슷비슷한 아파트에 산다고 지레 생각하지 말자. 모든 집은 다 다르다.

모든 방은 다 다르다. 모든 공간은 다 다르다. 당신 삶의 힌트가 어떻게 녹아 들어가느냐에 따라서 다 다르다. 그려보면 힌트는 많아진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담도 없는 한옥... 한옥은 그리기 무척 재미있답니다)

집을 그려 보면 줏대도 생긴다. 새봄맞이 단장이나 가구를 사겠다면 자기 집 평면 정도는 가지고 가자. 전문가가 이것저것 더 좋은 것이라 권하는 앞에서 꿋꿋하게 줏대를 지킬 수 있을지도 모른다. 지갑 속을 생각하면서.

집을 그려 보자.
혼자서 그려도 좋고,
부부가 함께 그려도 좋고,
아이와 같이 그려도 좋다.
그리면서 집에 정이 들 것이다.
그리면서 삶에 정이 더 들지도 모른다.
이번  봄맞이를 ‘자기 집 그리기’로 맞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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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프로그램 그려보기

    Tracked from Tasy.jaram.org 2008/03/17 08:22  삭제

    김진애님의 자기 집을 그려보자 라는 글을 보면서 문득 소프트웨어를 설계할 때도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다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관심을 가지게 된 부분은 이 부분인데요. 주택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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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헤이즐 2008/04/03 20:47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마당에 백구 한마리 놀고 있고, 담장 옆에 시원한 그늘을 드리우는 나무가 있는 집.
    서울 하늘 아래에서는 쉽지 않은 꿈이지만, 제 마음 속의 dream house입니다~.

  2. BlogIcon 김진애 2008/04/04 06:15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제나이 보다 더 먹은 집에서 살고싶다는 꿈을 꾸었었는데, 지금 사는 용산 향나무 집은 80살 된 집이랍니다. 요새는 백구 한마리와 유기견 한마리 더해서 2마리... 어젯밤에 2마리 싸워서 제 안경 날라갔답니다.^^ 꿈을 계속 꾸세요...

“작가요, 건축가요?” 건축하는 사람이 왜 그렇게 글을 많이 쓰느냐는 질문을 받곤 한다. 글쎄다. 건축하는 일이나 글 쓰는 일이나 나는 그리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고 똑같이 사랑하는 일이다.

그러나 “둘 중 하나만 꼭 골라야 한다면?” 하는 질문에는 별 서슴없이 ‘글 쓰는 일’이라 답하곤 한다. 글쓰기의 자유와 상상력이 더 매력적이라서다. 건축은 현실에서 손으로 만질 수 있는 그 무엇을 만들어낸다는 것이 더없이 매력적이지만 바로 그 현실 때문에 고달프기 짝이 없고 마음껏 자유롭거나 또 상상력을 발휘하기에도 훨씬 더 제약이 많으니 말이다.

글은 자유롭고 상상을 불러일으키기에 좋다. 공간에 대해서 감동과 상상의 파워를 발휘하여 더욱 좋다. 공간을 느끼게 하는 글, 공간을 상상케 하는 글은 정말 매혹적이다.

유치환의 시, 「깃발」은 무한한 푸른 하늘을 바탕으로 한 점의 깃발이 전파하는 기를 느끼는 긴장감과 자유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여 좋다. 박경리의 소설, 「토지」를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는 나로 하여금 우리 강산과 옛 건축의 정서와 아름다움과 뜻에 대해 호기심을 갖게 책이기 때문이다. 집, 대문, 담장, 대청, 사당, 나룻터 등의 공간들이 자아내는 사람 이야기의 단서들을 찾게 해주었다.    

토지 (전21권) 상세보기
박경리 지음 | 나남 펴냄
경남 하동의 평사리를 무대로 하여 5대째 대지주로 군림하고 있는 최참판댁과 그 소작인들의 이야기를 담은 박경리 대하역사 장편소설. 1860년대부터 시작된 동학운동, 개항과 일본의 세력강화, 갑오개혁 등이 『토지』 전체의 구체적인 전사(前史)가 된다. 동학 장군 김개주와 윤씨 부인에 얽힌 비밀이 차차 풀려나가고, 신분문제와 이기적 욕망에 사로잡혀 귀녀와 평산 등이 최치수를 살해하는데... 세트(전21권) ☞ 한국간행

「메밀꽃 필 무렵」「소나기」의 서정적인 공간 분위기에 마음이 그윽해지다가, 이상화의 시「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의 한 구절,

“나는 온몸에 해살을 밧고,
푸른 한울 푸른 들이 맛부튼 곳으로,
가름아 가튼 논길을 따라 꿈속을 가듯 거러만 간다.“

에 이르르면 참으로 공간과 사람의 몸과 마음과 정신이 얽히는 글의 파워에 생생한 떨림을 느낀다. 

이 상의 글은, 그가 건축을 공부했기 때문이기도 했겠지만, 공간 상상력이 펼쳐지는 것이 즐겁다. 그의 글을 읽으면 ‘그림이 온다.’ 「날개」에서 그 골방과 그 집과 골목, 그리고 휘황한 거리의 냄새가 날 듯 하다. 

외국 작가들의 글에서 펼치는 공간 파워 역시 좋다. 브론테 자매의「폭풍의 언덕」「제인 에어」는 아마도 그 황량한 영국의 자연이 없이는 태어나지 않았으리라. 움베르토 에코의 글은 아마도 중세의 미로와 같은 공간이 없었다면 가능치 않았으리라. 지식의 미로가 그대로 반영된 것 같은 중세의 공간에서 에코의 상징은 복합적인 의미로 태어난다.  

미셸 푸코 작업의 의미를 새삼 깨달은 것은 그의 다른 어떤 뛰어난 책 들보다도 ‘파놉티콘‘이라는 원형 감옥의 공간을 통해 사회의 권력구조와 컨트롤 방식을 분석한 글 덕분이다. 공간이란 역시 사람에게 파워풀한 컨트롤 수단임을 알 수 있다.    

도시의 역학을 기막히게 그리기로는 시오노 나나미를 따라갈 작가도 없을 듯 싶다. 그의 저작 중에서도 베니스의 탄생과 흥망성쇠를 그린 「바다의 도시 이야기」는 도시가 인류문화의 집대성이고 인간사의 무대라는 것을 웅변하는 책이 아닐까. 도시는 눈에 보이는 그 이상이다.

바다의 도시 이야기(상) (르네상스 저작집 5) 상세보기
시오노 나나미 지음 | 한길사 펴냄
베네치아의 정치외교 기술과 국가를 '경영'하다시피 한 베네치아인들의 정치 마인드, 그리고 실현불가능한 '완전무결'을 고집하지 않는 대신에 실제 피해를 되도록 줄이는데 힘썼던 그들의 현실적인 합리주의 노선을 되짚어보는 대하 서사시이다.


그러다가, 이탈로 칼비노의 「보이지 않는 도시」책에 이르르면 나는 ‘공간의 시성, 공간의 상징성’과 함께 ‘글의 시성, 글의 상징성’을 깨닫는다. 역시 글의 파워는 놀라운 것이다.
글을 쓰는 작가와 공간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일 것이다. 작가의 공간 감성은 아마 누구보다도 예민하고, 떨릴 듯 섬세하고 또 흔들림 없이 힘이 있을 것이다. 글을 통해 그러한 공간 감성을 느끼는 체험, 감동적인 순간이다. 

보이지 않는 도시들(세계문학전집 138) 상세보기
이탈로 칼비노 지음 | 민음사 펴냄
선과 악, 질서와 혼돈이 공존하는 도시에 대한 한 편의 시와 같은 소설. 보르헤스, 마르케스와 함께 현대 문학의 3대 거장으로 꼽히는 작가, 이탈로 칼비노의 대표작으로, 그의 소설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작품으로 꼽힌다. 매우 섬세하면서도 이곳저곳으로 뻗어나가는 소설은 도시를 심리적, 물리적, 감각적 상태로 그리며, 공간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에 관한 통찰을 보여준다. 소설은 베네치아의 젊은 여행자 마르코 폴로와

『이 집은 누구인가』라는 책을 쓰면서 나는 제발 건축하는 사람으로서의 나의 모습이 드러나지 않도록, 부디 독자가 글을 읽으며 자신의 집을 상상하는 글을 쓰려 애썼다. 그러나 ‘상상하게 하는 글’을 쓴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깊이 실감했다. 책을 다시 읽어보면 전문가로서의 나의 투가 곳곳에 튀어나오는 것이 아쉽기 짝이 없고 나의 한계를 느낀다. 아, 공간에 대한 글을 쓴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가. 글이란 얼마나 쓰기 어려운가.  

그래서 나는 부디 우리의 작가들이 그들의 감성과 지성으로, 그들의 상상력과 필력으로 공간을 묘사하고 상상하고 감동하게 만드는 글을 쓰기를 마음 속 깊이 기대한다.

실재하는 공간이든, 머릿속에 피어오르는 상상의 공간이든, 아주 일상적인 공간이든, 평소 보기 어려운 초일상적인 공간이든 글을 통한 공간상상력을 느끼고 싶다.

평소 보면서도 느끼지 못하고 지나는 공간의 뜻, 많이 봄으로 해서 잃어버린 상상력, 보질 못해서 상상하지 못하는 공간, 또는 상상을 통해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내는 글을 더욱 접하고 싶다.

 집이건, 사람의 몸 공간이건, 우리의 길이건, 도시건, 하늘의 공간, 땅 속의 공간, 땅위의 공간, 사람과 사람 사이에 이루어지는 공간의 뜻을 새삼 깨우치게 하는 그런 글을 더욱 만나고 싶다. 우리의 문학에서 생생하게 우리의 도시, 우리의 골목, 우리의 집, 우리의 공간이 살아 숨쉬는, 그 미묘한 감성들이 퍼져나오는 기쁨을 만나고 싶다.

글과 공간. 그렇게 둘이 있기에, 서로 만나고 파장을 주며 때로 하나가 되기에, 사는 맛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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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격물치지 2008/02/27 09:20  댓글주소  댓글쓰기 수정/삭제

    대단한 통찰이십니다. 좋은 책들 많이 알게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