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7년 제2차 ‘남북정상회담’이라는 세계사적 장면이 전개되는 중에 필자는 직업상 오히려 평양의 도시와 건축 모습들에 더 눈길이 갔다.
 
가로 연변을 물들인 60여만의 다홍, 분홍색 조화와 한복의 화려한 색깔, 새파란 대동강, 짙푸른 녹음, 새하얀 색조의 거대 건물, 금색 장식의 화려한 실내장식들. 거대 규모, 연출된 장면이라는 특징이 뚜렷했고, 특히 만수대의사당 내부를 당당하게 설명하는 여자 공직자의 진지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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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 김정일 부자는 확실히 도시예찬론자, 건축예찬론자인 듯하다. 평양 도시계획의 기본은 김일성 주석이 주관했고 민족 주체주의적 건축 스타일을 촉진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음악, 미술 등 예술 관련 책뿐 아니라 「건축예술론」이라는 책을 썼고. “건축은 예술이다. 건축장작은 반드시 비 반복적이어야 한다.”는 말을 했다.

그의 건축교시는 ‘건축의 입체성, 비 반복성, 통일성’으로 압축되어 1980년대 이후 북한의 조형주의적 건축을 발동시키면서 그 이전의 민족주의적 건축, 러시아 영향을 받은 관료주의적 건축물을 대신하기도 했다.   

김정일 위원장의 ‘예술가적 정치인’이라는 면모에 언론이 새삼 주목하고 있지만, 확실히 정치와 예술은 통하는 점이 있다. 역사 속의 강력한 통치자들이 예술 팬, 특히 건축 팬이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 크다. 제3제국 히틀러의 베를린, 루이 14세의 파리와 베르사이유, 네로 황제의 로마, 교황의 바티칸 등 역사적 궤적도 많다.

그러나 또 정치와 예술은 분명히 다르다.

정치와 예술이 합하면 행복한 결과를 낳을 지 불운한 결과를 낳을 지는 오직 역사만이 알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도시와 건축이란 정치와 예술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과연 북한의 사회주의 건축과 남한의 자본주의 건축은 어떻게 만나게 될까. 이산가족이 만나는 것보다야 어렵지 않겠지만 그리 쉽게 화합하기는 어려울 게다. 너무도 다르기 때문이다.

하나는 ‘이상주의적 계획통제’에, 다른 하나는 ‘현실론적 시장경쟁’에 의거하고 있으니 근본적으로 출발점 자체가 다르고 만드는 방식도 다르고 나오는 결과도 다르다.  

사회주의 건축은 일사불란하고 질서정연해 보이지만 통제가 존재하지 않을 때 쉽게 무너질 수 있고, 자본주의 건축은 그 무질서해 보이는 모습 속에 내재적인 자율기능이 있다. 그런가 하면, 자본주의 건축은 개개인의 탐욕이 극을 달하면서 개발 위주의 무책임한 환경 파괴로 치닫고, 사회주의 건축은 전체주의 늪 속에 묻히면서 창조와 표현의 토양이 거칠어지며 경색된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남한의 개발지상주의 도시건축이나 북한의 전체주의적 도시건축이나 메마르고 각박하다는 점에서는 통하지 않을까. 물론 좋게 볼 수도 있다. 북한 도시는 환경보전적이라 공원도 많고 인구밀도도 그렇게 높지 않아 숨통이 트이는 것으로, 남한 도시는 우후죽순 고층아파트로 숨막힐 듯하지만 서비스는 편리하다고 할 수도 있다.

‘사적 공간의 피폐와 공공 공간의 허영’ 그리고 ‘사적 공간의 허영과 공공 공간의 피폐’

로 극단적으로 대비된다. 고삐 풀린 자본주의, 멍에 씌운 사회주의라고나 할까.  

당분간 남북한의 물리적인 교류는 철도 연결, 도로 연결, 경제특구 생산 기지 정도일 것이다. 그러나 중국이 경제특구 등의 실험기간을 거쳐 시장경제를 대폭적으로 받아들인 것과 같이 북한 역시 시간문제일 뿐 시장경제의 흐름을 받아들일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우리 남한, 북한의 도시와 건축의 모습을 어떻게 만들어 나갈 것인가.   

남한의 강산을 오염시키고 있는 천박한 자본주의, 잔인한 자본의 힘이 북한을 물들인다는 것은 상상하기조차 싫다. ‘개발’ 이야기는 벌써 무성하다. 나진선봉의 경제특구 뿐 아니라 금강산의 경제특구 개발, 접경지역의 남북교류단지 개발 이야기들. 솔직히 불안하다. 얼마나 자연에 죄를 짓게 될 지.

북한이여, 남한이여. 부디 신중해주기를.

한반도 땅은 이 시대 우리의 것만이 아니라 통일의 시대를 살아갈 후손 세대의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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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평양축구경기의 이중성

    Tracked from 로마인 이야기 2008/03/10 15:34 Delete

    http://jkspace.net/trackback/55 지금 우리나라는 모든 분야에서 조용한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 등 모든 분야에서 두드러지게 변화의 양상이 일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예외 없이 과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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