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0일 인간도시컨센서스와 국회 김진애 의원실이 주최하고 '성미산공동체'가 후원한 제1회 인간도시포럼 <인간도시만들기, 성미산공동체에서 배우다!>가 서울 마포구에 있는 성미산마을극장에서 열렸습니다.
지난해 11월 30일 창립된 '인간도시컨센서스'는 시빅리더, 전문가, 활동가, 시민들이 모여 인간적인 도시의 가치를 구체화하고, 실천프로그램을 만들며, 그 노하우를 공유하고 전파하면서, 시민들과 함께 인간도시만들기를 실천하는 모임입니다.
그 실천의 일환으로 인간도시에 대한 담론과 아젠다를 만들기 위해 '인간도시포럼'을 개최하는데, 첫번째 행사가 바로 <인간도시만들기, 성미산공동체에서 배우다!>였답니다.
이날 프로그램은 1부 '성미산공동체 둘러보기'가 약 1시간 30분 가량 진행됐고, 2부에는 포럼이 진행됐으며, 포럼이 끝난 뒤에는 '성미산밥상'이라는 마을식당에서 저녁 식사 겸 뒤풀이를 하며 이야기를 이어갔습니다.

1부 프로그램 '성미산공동체 둘러보기' 참가자들이 골목을 돌며 성미산마을을 둘러보고 있습니다.

2부 행사 포럼. 행사장을 2층까지 가득 채워주셨습니다.
오후 3시부터 저녁까지 이어진 이날 행사는 참 즐겁고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시간들이었습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외에는 홍보도 하지 않았는데, 행사장을 가득 채울만큼 많은 분들이 오셨습니다. 50명 정도 올거라 예상했는데 기대를 깨고 무려 100여분이나 오셨더라구요.
'인간도시'에 이렇게 많은 관심을 보여준 것이 기분좋고 즐거웠는데, 이 분들과 사람냄새 물씬 나는 마을을 돌고 사람냄새 나는 마을 만들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니 더 즐겁고 감동스럽기까지 했지요.

얼굴이 웃음이 떠나지 않는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성미산공동체'는 그 공동체를 이루는 사람들이 '성미산 마을'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서울 마포구 성산동에 있는 작은 산인 성미산 자락에 터잡고 있는 마을을 일컫습니다.
2001년 서울시가 마을 사람들의 휴식 장소이자 아이들의 놀이터로 도심 속에서 자연을 느낄 수 있었던 성미산에 배수지 공사를 하려고 했을 때 이 마을 사람들이 성미산지키기 운동을 하면서 이를 계기로 '성미산마을'이라는 이름도 붙게 되었습니다.
성미산마을의 시초는 한국 최초의 공동육아협동조합인 '우리어린이집'이 만들어진 1994년 이후 시작됐고, 생각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아이들이 성장해감에 따라서 다양한 분야의 활동이 이루어졌다고 하네요. 성미산지키기 운동도 그 연장선에서 가능했구요.
현재 성미산공동체에는 공동육아협동조합 어린이집 4곳, 방과후 어린이집 2곳, 생활협동조합, 마을학교 우리마을꿈터, 성미산학교(대안학교), 성미산차병원협동조합(자동차정비소), 동네부엌(반찬가게), 마포 FM(소출력공동체라디오), 되살림가게(재사용 순환), 한땀두레(바느질 작업장), 작은나무(마을 카페), 마포연대(풀뿌리 시민단체), (사)사람과마을(마을만들기 단체), 마포청년회, 장애인자립자활센터, 마포장애인학부모회 등이 참여해 마을만들기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위에서부터 '성미산학교', '동네부엌', '되살림가게', '두레생협', '작은나무', '공동육아어린이집' 그리고 '성미산마을극장 나루'입니다.
1부 프로그램으로 성미산공동체를 둘러보면서 성미산학교와 생활협동조합 두레생협, 동네부엌, 되살림가게, 그리고 성미산에도 올라봤는데요. 정말 사람 냄새 물씬 나는 '마을'이더군요.
성미산학교에 가서는 학교 관계자로부터 어떻게 교육이 이뤄지고 아이들과 학부모, 그리고 선생님들이 생활하고 있는지 상세히 들을 수 있었고, 성미산에 올라가서는 성미산공동체의 가장 큰 계기가 된 '성미산 지키기'의 역사에 대해서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학교를 찾아온 손님을 반갑게 맞아주는 성미산 학교의 어린이.

줄지어 성미산에 올라 성미산지키기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지금도 성미산 지키기는 계속 되고 있는데요. 성미산 일대를 사들인 홍익대재단이 산을 허물고 여기에다 초중고 학교를 짓겠다고 하여 성미산마을 사람들이 이를 반대하며 싸우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은 주춤한 상태지만 지난해에는 성미산에 천막을 치고 농성을 하고 촛불을 들며 행동에 나서기도 했죠.

성미산마을 사람들이 성미산에 심은 나무
크지 않은 마을인데도 여기저기 둘러보고 산에도 올라갔다 내려오니 매서운 추위에도 땀이 나더군요. 그렇게 몸을 풀고 2부 프로그램인 본격적인 토론을 펼쳤습니다.

왼쪽부터 인간도시컨센서스의 조명래 공동대표, 이계안 고문, 김원 공동대표, 김진애 상임고문, 그리고 마포가 지역구인 정청래 전 의원
먼저 문치웅 성미산주민대책위원회 위원장이 성미산공동체에 대해 상세히 발표했습니다.
2001년 성미산지키기 운동이 승리한 뒤 싸움의 과정에서 밤을 함께 지새우며 논의되었던 이슈들( 안전하게 먹는 아이스크림, 사랑방, 대안학교, 카센타 등)이 실제로 만들어지고, 현재 50여개 기관이 운영되면서 140명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200여명의 지역운동가들이 활동중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앞으로 생태적인 마을을 위해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 선순환체제를 만들 계획이라고 하더군요.
문치웅 위원장은 성미산공동체는 우연히 정착했는데 아이들을 키우면서 필요한 것들을 만들어나가다 보니 마을만들기로 확장된 경우라고 설명했습니다. 현재와 같은 공동체를 만드는 과정에서 갈등도 많이 있었고, 피곤한 일들도 많이 생겼지만 대화를 통해 마을 사람들끼리 서로 인정하고 배려를 하게 되고, 재미나게 살기 위해 즐거움과 기쁨을 공유하려는 마음이 마을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어 윤형근 한살림 상임이사께서 '커뮤니티 재구성의 철학과 방법'이란 주제로 두번째 발표를 했는데요.
윤 이사는 "폴라니의 말처럼 '경제에 포섭된 사회'가 아니라 '경제를 포섭한 사회'를 만들어가야 하며, 그러한 사회의 기초가 되는 것이 바로 커뮤니티"라며 "'사회적 협동의 호혜경제'를 통해서 커뮤니티를 되살려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기후변화시대, 양극화의 시대, 고령화 시대, 식량 위기의 시대, 생활의 필요에서 나오는 각종 자구적 조직들, 소비와 교육, 의료 등의 생활협동조합을 시작으로 생산협동조합을 조직하고, 지역화폐나 신용조합과 같은 금융시스템을 조직해 나가는 과정이 호혜적 관계의 확장 과정, 즉 커뮤니티의 재구성 과정일 것"이라며 "호혜적 관계의 확장, 커뮤니티의 재구성은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가 목적"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다음으로 토론자들의 열띤 토론이 이어졌습니다.
김은희 도시연대 사무국장은 "성미산마을은 마을 만들기나 주민참여에 대해서 알지도 몰랐는데 새로운 삶의 대안을 찾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이뤄진 사례"라며 "앞으로는 이러한 사례들이 재생산 될 수 있도록 객관화하고 문제점들을 논의하는 노력들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또 신명호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성미산 공동체가 성공한 이유는 초기 6년의 공동육아협동조합의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6년 동안 공동체가 왜 좋은지 경험함으로써 공동체의 가치가 몸에 축적되었고 이러한 경험들이 이후에 추상적 가치를 추구하는 새로운 공동체를 시작하는 밑거름이 되었다"고 성미산공동체에 대한 의견을 이야기했습니다.
이날 포럼에는 주민들의 자치적인 마을공동체에 대해 관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이야기하기 위해 정상택 마포구 주민생활국장이 토론자로 나오기도 했는데요. 정 국장께서는 "공공영역은 주민들과 진정 소통하지 못하고 주민의 생각을 구청의 의도대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조급한 정치 사이클을 버리고, 공공영역이 주도하기 보다는 주민과 관계 정립을 해나간다는 생각으로 임해야 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마지막으로 정석 경원대 도시계획과 교수는 "도시계획이 본래 시장을 견제하기 위해서 시작된 것인데 제 몫을 못해서 성미산마을과 같은 자생적인 마을운동이 일어났다"며 "정부가 도와줘야 마을 만들기도 가능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도시계획 차원에서 전면철거재개발을 어렵게 해줘야 스스로 주거환경을 개선하려는 마을만들기가 가능"한데 "지금과 같이 전면철거재개발을 쉽게 해주는 구조에선 어렵다"는 것입니다.
정 교수께서는 또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지자체 단체장이 대거 바뀐 것과 관련해 "진보지자체의 등장을 커뮤니티 재구성 운동과 연결시키는 방안에 대해서도 함께 논의해야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발표와 토론이 끝난 뒤에는 포럼에 참여한 청중들의 질의가 이어졌는데요. 수원시청에서 오신 분은 "공동체를 형성하기 위해서 관이 해줘야할 것은 뭔지"를, 사회적 기업을 준비하고 있다는 한 분은 "슬럼화되고 낙후된 지역의 공동체 운동은 어떻게 하면 될까?"라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이에 대해 토론자들은 "관과 주민이 소통 많이 할수록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의견과 "지금과 같이 철거재개발로 한 동네에 오래 살지 못하게 하는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하며 이를 개선해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습니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도 참여했는데요. 오 대표께서는 마포구청 정 국장에게 "MB정부 이후 관과 성미산공동체의 관계에 후퇴가 있는지"를 질문했습니다. 이에 대해 정 국장께서는 "현 정부 들어서도 마을만들기는 조례로 추진되기 때문에 달라진 것은 없다"면서도 "다만 앞으로 홍보보다는 실질적이고 직접적인 참여가 일어나도록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청중질의가 진행중입니다.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께서도 질의를 하셨구요.
그리고 인간도시포럼을 함께 주최한 저도 의견을 드렸습니다. "성미산공동체는 특수한 사례로 보인다. 육아라고 하는 가장 중요한 이슈로 끈끈해졌고, 성미산 지키기 싸움으로 공고해진 것이다. 또 어느 정도 중산층 내지 중상층의 실질적인 자본도 동원된 것으로 보인다. 성미산마을을 보편적인 사례로 만들기보다는 성미산마을을 잘 하는 것 이상으로 여기서 나타난 사람과의 관계, 자산 그런 리소스를 보편적인 부분에 어떻게 줄 수 있는가에 애를 써야 할 것 같다"는 것이었는데요. 이와 함께 "올해에는 지자체와 함께 분명한 뉴타운 출구전략을 만들어야 한다. 이 부분에 대한 제도적 기반을 만들어내도록 국회가 정책적으로 할 수 있는 역할을 하겠다"는 다짐의 약속도 하였습니다.
이렇게 포럼이 끝난 뒤에는 성미산밥상에서 맛있는 저녁 식사를 먹으며 성미산공동체를 둘러본 소감과 포럼에서 못다한 이야기들을 나누었답니다.
즐겁고 유쾌하고 감동적이기까지 한 '인간도시포럼'.
두번째는 더 좋은 프로그램을 준비하겠습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릴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