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당이, 이쁘지요? (제 눈에만? ^0^)
객관적으로 예쁜 개가 아니라는 것은 저도 안답니다. 하지만 이 애정 듬뿍 담긴 눈망울, 이쁘잖아요? 2007년 6월 발견했을 때의 그 털 부스스하고 갈비뼈 앙상하고 기침하고 헐떡이던 그 유기견이 아닙니다. 사랑 받고 사랑을 주는 가족이 있음을 믿는 생명이 되었습니다.
사무실이 서울역 근처로 이사 왔는데 여기저기 빈터가 있고 잡초가 뒹구는 단지였답니다. 이 곳으로 이사한 지 얼마 후 배회하는 강아지를 발견했습니다.
듣자하니 이 단지에서 두 겨울 동안 나타났었다니 족히 1년 반은 된 것 같았습니다. 식당 아줌마, 청소 아줌마, 구두닦이 아줌마들이 가끔씩 밥 주고 겨울이면 박스종이로 추위를 피하게 했답니다. 이미 유기견 두 마리를 구해준 내력이 있는 사랑 많은 우리 여직원이 거둬주기 시작했습니다. 목욕 시키고, 먹이도 주고. 저는 당장 목줄 사주고 연락처도 적어놨지요.
주인을 수소문하는데 안 나타나고, 밤에는 탕비실에서 재웠는데 그게 그렇게 싫던지 또 어디로 사라지곤 했지요. 찾아온 것도 여러 번. 만리동 언덕 위 어떤 집, 이화여대 뒷산 등 안 가는 데가 없더군요. 그 때마다 고생하는 직원들도 싫어하는 기색이 역력했지만 어떡합니까? 눈에 밟히는데요. 광견병 주사 맞추고 기생충 약도 먹였는데, 피검사를 해보니 글쎄 심장사상충 3기라는 겁니다. 그래서 그렇게 기침하고 토하고 헐떡이던 거였지요.
수의학 공부하는 큰딸에게 물어보고 인터넷에서 심장사상충 공부 열심히 했지요. 유기견 구해 준 얘기 중 가장 큰 장애물이 심장사상충 치료랍니다. 세상에는 정말 천사님들 많더군요. 그 험한 과정을 거쳐 유기견 구해 준 이야기들을 보니 참 뭉클하더군요.
의사 말로는 치료에 백 만 원 이상 들 수 있고, 치료하다 죽을 수도 있다는 말에 주저했지만, ‘들어온 생명’을 어떻게 내칩니까? 발견했던 여직원이 수소문해서 먼 부평에 있는 유기견 치료 수의병원을 찾아내서 치료를 시작했지요. 처음 며칠 입원시켰을 때는 조마조마 했습니다. 혹시나 치료 시작했다가 죽으면 어떡하나, 심장사상충 있어도 계속 살 수도 있다는데 공연한 짓 하는 게 아닌가 등.
주사를 맞고 오면 불쌍하게도 하루 종일 까부라져 있었습니다. 흥분하거나 활동이 심하면 죽은 심장사상충이 뭉쳐서 혈관을 막아 쇼크사할 수 있다고 절대 안정하라고 해서 밤이면 집에 데려가 재우기 시작했습니다. 낮에는 집에 사람이 없으니 스트레스 받을까 봐 사무실에 데려오기를 반복했지요.
치료 6개월, 이제 완쾌되었답니다. 4번 척추주사 맞고 아침저녁 약 먹고 이제 피 속에 유충도 없고 깨끗하답니다. 이빨 스케일링도 해주고 중성화 수술까지 마쳤습니다. 가족 될 만반의 준비가 끝난 거지요.
그런데 이제 어떡하지요? 우리 집에 영역 의식 지독한 진돗개 ‘울럼’이가 있거든요. 여덟 살 울럼이와 세 살 임당이를 친해지게 해보려 했다가 저만 고꾸라져서 무릎 깨지고 이마 깨진 적이 두어 번 있어요. 이마 깨져 본 것은 제 생전 처음입니다. 유기견 구하려다가 이마 깨진 셈이지요.
고민 중입니다. 임당이가 워낙 사람 잘 따르고, ‘모든 손님들의 사랑을 받을 역사적 사명을 갖고 이 땅에 태어났다’라고 할 정도로 붙임성이 좋답니다. 오랜 방랑생활 탓인지 ‘눈치 백단’이구요. 이렇게 사랑 받은 개를 어떻게 다시 떠나보냅니까?
임당이가 처음으로 짖던 순간, 정말 감동적이더군요.
하도 안 짖어서 혹시 성대 수술한 게 아니냐 할 정도였답니다. 병원에서 그 아픈 척추 주사 맞을 때도 안 짖고 으르렁대지도 않더군요. 그런데 우리 집에서 잠자기 시작한 후 일주일 된 무렵인데 밤에 갑자기 낯선 개 짖는 소리가 들리던 거예요. 그게 글쎄, 임당이가 짖던 겁니다. 담밖에 뭐가 지나갔나 봐요. 우렁찬 목소리로 ‘웡웡’. 어찌나 기쁘던지요.
그동안은 눈치 보느라 안 짖었던 겁니다. 짖다가는 손해 본다는 것을 알았던 거지요.
그런데 이제 ‘우리 집’이 생긴 거예요.
이제 ‘믿을 데’가 생긴 거예요.
이제 ‘지켜야 할 주인’이 생긴 거예요.
눈치 안 보고 말할 자유를 얻은 임당이, 이게 바로 ‘인권’ 또는 ‘견권’ 아닐까요?
우리 서로 눈치 안보고 말하고 사는 세상 만듭시다.^^
그런데 이제 ‘우리 집’이 생긴 거예요.
이제 ‘믿을 데’가 생긴 거예요.
이제 ‘지켜야 할 주인’이 생긴 거예요.
눈치 안 보고 말할 자유를 얻은 임당이, 이게 바로 ‘인권’ 또는 ‘견권’ 아닐까요?
우리 서로 눈치 안보고 말하고 사는 세상 만듭시다.^^
왜 이름이 ‘임당’이냐고요? 남자 강아지인데, 웬 ‘사임당’ 같은 ‘임당’이? 임당이를 처음으로 구해준 여직원 이름이 ‘임당’이였습니다. 임당이 들어 온 몇 달 후 퇴직했는데, 우리는 농담 삼아 얘기합니다. ‘임당씨는 떠났지만 임당이는 남았다’고. 하하.
임당아, 임당아, 나의 인생에 들어온 임당아, 너와 같이 살아야겠기는 한데, 어떻게 울럼이랑 친해질 묘수 좀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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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당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물씬 풍겨져 나와 기분이 좋아요^^
앞으로도 무럭무럭 크고 건강하게 장수하는 임당이가 되길 기도할께요^^
임당이하고 행복하게 사세요.
우연히 왔다 읽게되었습니다.
감동이네요. 저도 유기견이었던 저희집 개를 이제5년째 키우고 있는데 하루하루 잘자라고 있는데 너무 기쁘답니다. 예쁘고 건강하게 잘키우세요. 맘이 이리 착하시니 복 많이 받으실거에요.
아, 처음 짖던 날 이야기가 감동이군요..
오래오래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콧망울이 아리네요... 잘 읽고 갑니다. 복받으실거에요 ^^ 저희 가족도 동물을 사랑해서 동생과 소시지 사다가 유기견 나눠주고 동네 강아지들 한바퀴 순회해서 뻥튀기도 나눠주고 한답니다. 오랫동안 사람곁에 살아온 강아지를 좀더 사랑하는 세상이 오기를 우리 스스로가 노력하면 이뤄질거라 믿어요^^ 님같은 분이 계셔서 좋으네요~~~
사랑이 많은 분들이 이렇게 넘치니 이세상은 살만한 곳입니다.
지난 주에 10년 넘게 키웠던 「햔이」를 죽였지요 한주일 전 쯤에도 멀쩡이 재롱을 피우던 놈인데 이 삼일 앓다가 갈 때까지 병명도 몰랐으니 그냥 죽인 거지요. 나이가 많다고 다 죽는 건 아닌데..... 이제라도 8가지 경계령을 저도 잘 보관하면서 늦지 않게 지켜 볼 일 입니다
임당이 짖던날을 읽을땐 콧등이 찡했어요...^^
앞으로 임당이랑 행복하시길...
김진애님 !
팬이에요 ~
이렇게 써놓고 보니 어찌나 의례적인 말 같은지....
책에서 신문에서 인터넷에서
김진애님의 글을 읽으면 에너지가 마구마구 생겨요 !
어디서든 김진애님의 글 자주읽기를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