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희 의원, 정말 매력적입니다. 이번 총리 인사청문회에서 완전히 반해버렸습니다.

정운찬 총리 후보의 그야말로 ‘법맹(法盲)’ 적인 발언과 그동안 쌓인 특권과 반칙의 행태들이 요령부득한 답변 속에 지루하게 드러나는 가운데, 이정희 의원은 ‘법 훈련이 왜 필요한가’를 명쾌하게 깨닫게 해주더군요.

- 7분, 9분으로 잘게 쪼개진 시간을 어찌 그리 효과적으로 사용하시는지,
(오늘 증인과 참고인과 함께 후보의 정책 인지도를 묻는 모습)

- 간명하게 정책 핵심과 원칙을 짚는 말솜씨가 어떻게 근사하던지,
(감세정책 관련 등)

- 총리 후보가 도저히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하는 논리가 어찌나 근사하던지
(후보 장남 미국국적, 감세정책 관련, 공직자윤리법 위반 관련 등)

- 그러면서도 그 모습이 어찌나 침착하고 차분하고 겸손하고 공손하던지,

이정희 의원님, 큰 재목입니다.

솔직히 얘기하자면 법률가 출신 정치인들에 대한 인상이 부정적인 경우가 훨씬 많았었는데(검사 출신은 말할 것도 없고, 판사 출신도 자신의 이해에 따라 법을 요리하는 ‘상어(샤크)’ 같은 법률가 출신 정치인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이정희 의원 오랜만에 ‘법 훈련의 필요성'을 긍정하게 되니 기분 좋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의원 시절 발견하고 통쾌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그런데 정운찬 총리 후보는 확실히 ‘법맹(法盲)’이더군요.
법 훈련이 절대적으로 안되어 있습니다. 그 자리에 오른 사람이 어찌, 종합소득세법, 공직자윤리법, 교육공무원법, 병역관련 법에 대해서 그렇게 무지한지요. 알면서 모른다고 하는 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마는, 게다가 ‘행정중심복합도시특별법’에 대한 법 위상에 대해서도 전혀 인지하고 있지 못하더군요. 실정법 어겼던 일들이 그동안 너무 많아서 앞으로 혹시 총리로 지명된다면, 총리가 실정법 어기고 나서는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들 정도였습니다.(그런데, 실정법 어긴 사람이 총리가 될 수는 있는 겁니까?  '고문비 1억여원은  받았지만 영리는 아니었다'라는 발언에는 기겁을 했습니다.)  

또 정운찬 총리 후보는 ‘정책맹’, ‘행정맹’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들 정도였습니다.  구체적 정책 인지도, 행정 역할 인지도가 너무 낮다는 것이지요. 당장 현안인 ‘행복도시’도 잘 모르고 ‘4대강 사업’도 잘 모르고, 총리후보의 전공이라는 금융, 감세정책, 금산완화 같은 것에는 아예 눈치 행보를 보이고... 절차에 대한 이해도 없고.... 민주주의 정신과 기본 원칙에 대한 이해가 없다고까지 하진 않겠습니다. 다만 너무 눈치를 보더군요. 용산참사 문제, 쌍용차 사태의 인권문제, 국정원의 박원순 명예훼손 소송 문제 등...    

총리, 특히 외부에서 수혈된 총리가 ‘자칫 허수아비 총리’가 될 위험은 무척 높습니다. 워낙 행정 로드가 많기 때문에 공무원들, 각부 장관이 허수아비 만들자 작정하면 금방 그렇게 됩니다. 청와대가 ‘의전 총리’나 ‘방패 총리, 우산 총리’로만 쓰자고 하면 바로 그렇게 되어 버립니다. ‘정치적 자산’도 없는 총리인 경우에는 말할 것도 없지요.

어제 오늘의 청문회를 봐서는 이런 위험성이 아주 높아 보입니다.
청와대도 정부도 한나라당도 불안불안 하겠습니다.


“이정희 의원님, 사랑합니다!” 라는 네티즌 글들이 많이 뜨던데,
저는 아직 그렇게 까지는 못하겠고, ^^
“이정희 의원님, 반했습니다!”

20090922
김진애 포스팅

한 두 번 뵌 적이 있고, 평소 호감을 갖고 있고, 활동을 눈여겨보던 사람이 ‘잘한다’ 싶으면 이렇게 반갑고 살 맛이 나는군요.
(오른쪽 사진은 올해 초, 용산 참사 후
오마이뉴스에서 토론회 하던 모습입니다.
왼쪽 이정희 의원, 맨 오른쪽은 김민영 참여연대 사무총장, 그리고 저 입니다. 영광이었습니다. )


어제 오늘 총리 청문회가 자꾸 불쾌해지게 만들던데, 그 가운데 이정희 의원님 덕분에 좀 기운을 차렸습니다. 다른 야당 의원님, 백원우, 박상돈, 강운태, 최재성, 김종률 의원도 분투하셨습니다. 여당 의원 중에는 유일하게 권경석 의원이라는 분 한 분만 청문위원이라 볼 만하더군요. 여당 의원들, 총리 후보자 감싸주는라, 특히 요령부득한 답변을 정리해주느라 고생 많이 하더구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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