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 한 가지는 분명하다.
정운찬 총리 후보는 참여정부에 기웃거릴 수조차 없었다.
한나라당이 지난 10년 동안 세운 인사청문회 기준을 절대로 통과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조중동 보수 언론이 말 그대로 '물어뜯었을' 것이다. 

참여정부 동안 정운찬이 인사카드로 검증되었느냐 아니냐는 모르지만, 적어도 청와대 인사카드 리스트에는 없었다는 이야기가 더 설득력이 있다. 당시 여권의 대선주자로까지 거론되지 않았느냐 라고 하지만, 그거야 항상 딴눈 파는 일부 정치인이나 ‘불쏘시개’ 찾는 일부 정치권의 입방아였을 뿐이다. 기회를 찾는 본인과 측근의 ‘자가발전’ 때문이었을 가능성도 높다. 언론도 그에 따라 춤추었을 터이고.

병역기피 의혹에 위장전입 의혹에 양도세 세금탈루에 종합소득세 세금탈루에 다수의 이중 논문 게재 의혹에...
 과연 참여정부 동안 어떻게 청문회에 나설 생각조차 감히 했겠는가? 참여정부 동안의 높은 인사 기준 때문에 장관 안하겠다는 인사들이 그렇게 많았다는데, 그 중 하나 아니었겠나?

그렇다면 진즉, 한나라당으로 줄 서지 왜 애매모호한 태도를 취하고 지난 1년 반 동안 이명박 정부의 정책 비판을 하고 다녔을까? 그거야 두 가지로 짐작할 수 있다. 첫째는 이른바 명사 지식인의 몸값을 올리는 행태로 기회를 보는 중이었을 테고, 둘째는 그래도 지식인으로서 자신의 소신에 따라 정책 비판을 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꼈기 때문일 터이다.

그렇다면, 총리 후보 지명되자마자 어떻게 그렇게 감지덕지하는 모습에,
이명박 대통령 혀에 살살 녹을 정도로 나긋나긋한 행태를 보이느냐?

                 첫째, 4대강은 정부 발표대로 해야 한다고 하고,

                 둘째, 세종시는 행정 비효율이라며 재고해야 한다고 하고,

                 셋째, 용산참사는 화염병 때문에 생겼다 하고...

진즉 정운찬이 총리 제안이 오면 갈 것이다 라고 예측했던 나로서도 놀랍도록, ‘처절한 변신’이다.


정운찬 총리 후보는 무슨 맘을 먹고 있는 걸까?
이명박 대통령에 엎어지도록 충성을 표시하지 않으면 총리 자리가 날아갈까봐 노심초사 하는 걸까?

총리 지명을 받자 마자 정운찬 후보가 했어야 할 일은,

              첫째, 새 장관 인사는 총리 인준 후 총리 권한으로 해야 한다고 했어야 하고, 
               (총리로서 총리 임무와 권한의 존중 태도, 절차에 대한 정당성 태도 )

              둘째, 4대강 사업과 국가재정에 대한 우려가 상당히 있어 면밀하게 검토해봐야 한다고 했어야 하고
              (평소 지식인의 발언 뿐 아니라 국가재정을 책임지는 총리로서, 야당 뿐 아니라 여당 내에서의 우려가 많고,국민 2/3가 4대강 사업 속도 조절에 대한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

              셋째, 세종시 문제는 아예 얘기조차 꺼내지 않았어야 하고, \
              (이미 여야 합의로 법 절차를 끝낸 정책이자, 수많은 논쟁을 거쳐 합의된 사안이고,  이명박 대통령의 속 흑심을 모르는 국민이 없는 상황에서, 이 무슨 총대를 메는 거냐?)

              넷째, 용산참사 해결은 총리 인준 후, 사회 통합 차원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해야 했다
              (사회 통합이 절실하고, 서민민생을 외치는 이명박 정부에서 최우선으로 풀어내야 할 사안이고,  새 총리가 나서줘야 하는 사안인데, 이렇게 선을 긋는다면, 이명박 대통령의 맹목적 대리인 외에 총리에 무슨 역할이 있느냐?) .

적어도 이런 4가지 정도가 적어도 그동안 서울대 총장 출신, 합리적 진보 지식인의 총리 후보자가 보여줬어야 하는 행보다. 이 정도 기본도 못하는데, 과연 앞으로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온갖 불법, 위법, 편법의 가면이 다 드러난 총리 후보로서...

20090921
김진애 포스팅

적어도 이번 기회에 이른바 ‘명사 지식인’의 허구와 허위와 가식이 명명백백하게 드러나서 참 다행입니다. 한나라당과 조중동 주요언론이 10년 동안 구축한 ‘공직자의 도덕적 기준’은 우리 사회의 귀중한 자산 중 하나인데, 당장 헌신짝처럼 버리려는 그들이 너무 갑갑합니다. 국민들 가슴 속, 정말 갑갑한 것은 말할 것도 없구요. 정말 배신감 느끼시지요?

(위 사진: 정운찬 총리가 2007년 말 쓴, <가슴으로 생각하라>라는 책 표지.
가슴으로 생각하라, 얼마나 좋은 말입니까? 얼마나 중요한 말입니까? 얼마나 진실한 말입니까?
정말 말과 행동의 일치는 그렇게 어렵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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