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냐 민주냐? 좀 더 정교한, 이 시대에 맞는 개념을 세울 필요가 있습니다.
‘고문 없고 체포 없으니 독재 아니다’라고 하는 것은 후진적이고,
‘선거로 선출된 정부니 독재 아니다’, ‘법치를 하기 때문에 독재가 아니다’고 하기에는
역사의 독재 전례들이 너무도 엄중하고,
더군다나 독재가 아니라 해서 곧 민주는 아니니까요.

역사를 새삼 돌아보게 하는 이명박 정권에서, 히틀러의 나치 역사까지 다시 들여다보게 됩니다.

마침 지난 주말 <발키리>라는 영화를 봤습니다. 1944년 7월 20일 히틀러 암살 시도사건을 그린 영화지요. 도대체 어떻게 12년 동안, 히틀러 제3제국의 암울한 나치 시대에 독일인들은 무엇을 했는가, 어떻게 독일인들은 히틀러의 만행을 허용했던가, 도대체 반대 정치세력은 없었던가, 양심적인 지식인들은 없었던가 하는 의문들이 있는데, 그에 대한 하나의 증거를 보여주는 사건이지요.

히틀러 암살 시도는 15번 여 있었다고 합니다. 그중 ‘작전명 발퀴리’라 불리는 암살시도가 가장 성공에 근접했던 사건이고 그 주역인 슈타펜버그 대령의 스토리가 드라마틱하지요. 군인 엘리트로서 조국애와 충성심이 강하지만 히틀러에 반대하던 대령, 전장에 나가 한 손과 한 눈을 잃고 군 사령부에 일하게 되면서, 암살 작전을 짜다가 드디어 직접 히틀러의 늑대굴에 폭탄을 터뜨리는 사람. 작전대로 였다면 성공할 수도 있었는데, 결국 실패하고 그날 밤 ‘벤들러 블록’(나치시대의 건물이 희생자 메모리얼로 바뀌어 보전된 건물 블록)’에서 즉결 처형됩니다.

발키리 암살 기도는 군부 쿠데타 시도였습니다. ‘히틀러의 독일’로 기억되서는 안되겠다, 종전해야 한다는 군 내부 세력의 기도였지요. 히틀러 총통 자신이 만든 ‘총통 부재 시의 예비군의 긴급 통치’를 명문화 한 ‘발키리 규정’을 역으로 이용하려 했던 겁니다.

영화 보십시오. 한 장면 한 장면 긴장감이 가득합니다. DVD에는 ‘영화 뒷이야기’에 나치 정권과 암살 시도 작전에 대한 다큐가 있는데, 이 기록물이 아주 볼 만합니다. 독일인의 양심에 대한 딜레마, 독일인의 자성에 대한 딜레마가 그려지지요. 슈타펜버그 대령과 당시의 음모에 가담했던 300여 명은 종전 후 몇 년 동안 여전히 ‘반역범’으로 낙인찍혀 있다가, 1950년대에 이르러 그 명예가 복권이 됩니다. 그 암살이 성공하였다면 더 일찍 종전이 되었겠고, 그 이후 9개월 동안 유럽에서 죽은 사람이 1천 2백만이라는데, 그 희생도 줄일 수 있었겠지요. (사진 왼쪽, 베를린의 벤들러 블록에서 나치정권의 희생자 메모리얼 기념식) 




독재냐 민주냐? 우리는 여러 질문을 해 볼 수 있습니다.

1.  “선거에 의해 수립된 정부가 어떻게 독재냐?”

히틀러 나치정권도 적법한 선거에 의해 선출된 정부였습니다.

2. “대통령 욕도 마음대로 하지 않느냐? 시국선언도 마구 나오지 않느냐? 우리가 고문을 하느냐?”
이런 말도 안 되는 기준으로 독재냐 민주냐를 따지는 21세기는 아니어야 하겠지요?
1930년대 식, 1950년대 식, 1970년 대 식 독재, 1980년대 식 독재,
21세기 식 독재도 있겠고, 독재의 단계도 있겠지요.

3. “모든 것은 ‘법치’를 하고 있는데, 어떻게 독재냐?”

히틀러 나치 정권도 모든 법을 만든 후에, 그 법대로 행사했습니다.
이미 독점한 권력으로 법을 만들고 고치는 것은 일도 아니었지요.

(사진 위: '히틀러 총통은 어린이를 사랑한다'라는 프로파간다. 나치 정권은 미디어 홍보의 귀재 괴벨스가 있었지요.)
***

이명박 정권이 독재인지 독선인지를 규정하지는 않겠습니다마는
적어도 이명박 정권 사람들이 “이명박 정권이 민주적이다” 라고 주장하지 않는 것을 보면,
그래도 일말의 양심은 있는 것 아닐까요?

이명박 정권 사람들은 다음 질문을 속으로 하면서 뜨끔해 하고 있는 건지도 모릅니다.


1 자기 세력 아닌 사람들을 갖은 방법으로 축출한다. ---------- 민주적일까?

2. 자랄 만한 가능성이 있는 모든 사람들을 갖은 방법으로 압박한다. ----------------민주적일까?

3. 반대 의견을 내는 사람들을 파면, 해임, 징계, 고발, 기소한다. -----------------민주적일까?

4. 국민의 집단적 의사 표현을 갖은 방법으로 허용치 않는다. ----------------민주적일까?

5. 공권력, 특히 경찰, 검찰, 국세청, 국정원 활용을 극대화 한다. ------------------민주적일까?

6. 각종 위원회를 들러리와 거수기로 활용하고 있다. --------------------------민주적일까?

7. 국민여론 조사를 거부하고 그 결과를 듣지 않는다. -------------------민주적일까?

8. 정권 우호적인 세력이 언론을 장악할 수 있도록 법을 만든다. -----------------민주적일까?

9. 교육계와 문화계를 우리 사람들로 채우고, 진보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압박한다.
      ------------민주적일까?

10. 우리 편 사람들에게는 법의 관용을 제공하고, 반대 편 사람들에게는 엄격한 법치를 휘두른다.
----------------------------민주적일까?

11. 정부, 정권 사람들, 공권력이 문제를 일으키면 개별 문제로 치부하고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버티고 제어하지 않는다. --------------------------------------민주적일까?

12. 외부에 적을 만들어 위기의식을 불러일으킨다. --------------------------민주적일까?

이 12가지들을 히틀러 나치 정권도 능수능란하게 썼었지요.
그래서 독일인들의 눈을 가리고 손발을 묶고 두려움과 공포심으로 양심을 지배했지요.

21세기 지금은 지금 시대에 맞는 민주의식, 지금의 민주 행동 기준이 필요합니다.

20090618

김진애 포스팅 하면서, 숨이 턱턱 막힙니다.

정권의 위기의식 때문에 점점 더 후안무치해지는 이명박 정권 사람들의 발언과 행동들이 어찌 이리 숨이 막히는지요? 도대체 인간에 대한 예의도, 사회에 대한 따뜻한 시선도, 평화에 대한 확고한 의지도 안 보이는데, 그 빤한 속셈이 어디로 치달을지 참 걱정입니다.  줄서기, 버티기, 색깔 칠하기, 다 다시 돌아오고 있으니...

지나간 끔찍한 역사를 다시 돌아봐야 하는 지경이니, 참 암울합니다.
역사는 항상 우리에게 소스라치는 교훈을 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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