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예종 ‘통섭하지 말라’는 문화부장관
- Posted at 2009/06/08 12:33
- Filed under 김진애의 좋은 새벽/정치의 가치
유인촌 장관은 이명박 대통령의 ‘드라마 인격체’다.
일종의 ‘가상 인격체(virtual other self)’다.
가상 인격체는 본체보다 더 본체스럽게 닮으려고 하나?
1년 여 전 완장 두르고 전임 정부 시절 임명된 기관장들 목을 서슬 퍼렇게 자르고 있을 때 ‘유인촌은 봉건영주의 가게무샤?’라는 글을 썼었는데, 지금은 그 때보다 한층 더 나가니 참 한심한 일이다.(http://jkspace.net/60) 더 탄력이 붙었겠지, 국회에서 욕설을 하고도 잘리지 않고 잘 버티고 있으니 완전 신임과 총애를 온몸에 받고 있다고 생각하겠지.
그래도 장관은 좀 장관다워야 하지 않는가? 더구나 문화부 장관이라면 더욱 문화부장관다워야 하지 않는가? (사진출처: MBC 뉴스, 유인촌장관, 신재민 차관. 0811 국회 국감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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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종’ 황지우 총장 사퇴압력과 교수직 박탈하고 진중권 겸임교수 강의료 반납지시의 졸렬한 사태로 한예종 교육에 대한 유인촌 문화부 장관과 문화부 관료들의 반문화적인 작태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통섭하지 말란 말야...” 하는 말이 어떻게 장관 입에서 나올 수 있나? 감사원의 지적에는 ‘장관 지시를 어겼다’는 지적도 나온다. ‘통섭하지 말라는 장관의 지시를 어겼다’는 것이다.
“뭐 하러 고생하니? 다 해준다는데...” 어떻게 아무리 사석이라도 일국의 문화부 장관이 학생에게 이런 말을 하나? 한예종 학생이 1인시위를 하는 데 자전거를 타고 나와 빙빙 돌며 던진 말, 그 반말도 비문화적이지만, 다 해주면 그저 감지덕지 받으라는 건가? 그게 문화 혼인가? 그게 문화부 장관이 할 수 있는 말인가? 문화예술의 자유 혼과 창조 혼을 그렇게 모욕할 수 있나?
문화부 차관은 한 술 더 뜬다. 유인촌 장관은 립서비스인지 뭔지 여하튼, 차기 총장에 대한 직접 선출권을 보장하겠다고 발언했단다. 그런데 다시 며칠 후 지난 2일 신재민 문화부 차관이 나타나 ‘우파 정권에서는 우파 총장이 나와야 한다’고 했단다. ‘가상 인격체들’이 ‘나치 괴벨스 인격체’를 닮아가는 ‘가상 인격체’들의 총출동인가? 정말 가관이다. 도대체 왜 할 말 안할 말 가리지 못할까?
한예종은 1992년에 설립했다. 1998년에 국민의 정부 발족하며 외환위기로 인해 국고지원을 대폭 줄이는 계획이 있을 때 한예종이 무진 마음고생을 했던 것을 기억한다. 혹시나 전 정권에서 세운 문화예술학교라 국고지원이 끊어지는 것 아닌가 교수진들이 노심초사했었다. 나름 정부에 대한 총 설득으로 살아남았고 오히려 이후 한예종의 성과가 속속 확연해지고 있는데, 이제 꿀꺽 삼켜 정권의 문화혁명을 하겠다는 건가? (사진: 황지우 전 총장, 출처:연합뉴스)
문화부는 다음 세 가지를 유념하라. 장관부터 말단까지...
그리고 이명박 정부 전체가 이런 문화마인드를 가지라.
1. 문화예술은 근본적으로 ‘통섭’을 지향한다.
인문분야와의 통섭은 물론 우리 시대의 예술 표현소통 매체가 되는 과학기술과의 통섭이 없는 문화예술이 과연 가능한가? 문화예술의 발전이라는 관료적인 말이 아니더라도 문화예술의 기본 정신은 여러 분야를 넘나들고 여러 사상을 넘나들며 새로운 과학기술을 새로운 소통매체로 발굴하는 개척이 필수적이다. ‘통섭하지 말라’는 문화부는 그 몰상식을 거둬야 한다.
2. 문화예술은 근본적으로 진보성향일 수밖에 없다.
자유는 문화예술의 기본 토양이다. 문화예술은 표현의 자유, 사상의 자유, 영혼의 자유에서 비롯되며, 탈권위주의가 근본이며 권력비판적이고 평화 지향적이고 인권 지향적이다. 인류문명사를 통해, 특히 르네상스 시대 이후 귀중한 예술문화의 유산을 보라. ‘진보적이지 않고 새로운 문화예술 혁신으로 남은 것이 어디 있나?’ 파시즘, 나치즘, 중국문화혁명 시대에 기능인으로 전락해버린 문화예술계에서 과연 남긴 것이 무엇인가?
이 때의 '진보'란 정치의 이즘으로서가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기본 태도인 것이다.
3. 문화예술인은 기능인이 아니다. 문화예술인은 근본적인 지식인이어야 한다.
‘실기만 하라’는 문화부의 말은 예술계 전체를 모욕하는 것이다. 조선시대의 가장 뛰어난 예술인 중의 하나인 ‘해어화’ 교육을 보라. ‘해어화(解語花)’란 ‘말을 깨치고 말을 이해하고 말을 할 줄 아는 꽃’이라는 기생에 대핸 최고의 명칭이다. ‘시를 지을 수 있는 능력’ ‘대화를 할 수 있는 능력, 자신의 의견을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은 예술의 기초인 것이다. 말을 알아듣는 능력, 스토리를 지어낼 수 있는 서사 능력, 그 의미를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가져야 비로소 문화예술인이라 자부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
이명박 정부가 어리석지 않다면 한예종을 자율로 놔둬야 할 것이다.
물론 이명박 정부는 한예종을 절대로 그대로 놓아두려 하지 않을 것이다. ‘중국문화혁명’ 시절을 떠올리며, 생각 있는 지식인을 숙청하고, 개념 있는 예술인을 숙청하고, 지시대로 따르기만 하는 기술인, 기능인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수없는 ‘닮은 꼴 가상 인격체’나 양산하고 싶어하고, 그 권위주의적 헤게모니를 휘두르고 싶어하는 이명박 정부의 ‘드라마 속 가상인격체들’, 정말 반 창조적이고, 반 인간적이고, 반 문화적이다.
20090607
김진애, 참 열 받으며 씁니다.
문화부가 나서서 일부러 벌이는 '한예종' 사태는 이명박 정부에서 벌이는 여러 사태들 중에서도 아주 질이 낮습니다. 그만큼 여파도 클 것으로 예측됩니다. 이것이 '예술'과 '교육'의 정수를 건드리기 때문이지요.
그 밑바탕에 숨어있는 '예술교육 패권전쟁'과 '지식인이기 포기하라는 기능인화를 통한 이권 다툼'에
더럽고 속 쓰리더라도 피해가지 마시기 바랍니다.
한예종 학생과 교수들 뿐 아니라 모든 지식인으로서의 문화예술인들의 건투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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