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어 하나하나가 쉬워서 좋고 정확하게 사실을 전달해 주어서 좋다.
그렇다고 평범한 문장이라는 이야기는 결코 아니다.
괜한 군더더기가 없어서 시원하다.
그러면서도 격정적이고 또 차분하다.
시를 읽는 동안 연상되는 것들은 가슴을 흔들어버린다.

......(중략)

위대한 시는 진실한 인간의 영혼을 담고 있고, 시대의 울림이 있다.
유치한 우월감 혹은 거리감을 느끼게 하는 시들은 그래서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중략)

세월이 많이 흘렀고 나는 새로운 책무로 밤잠을 설치고 있다.
역사는 우리 시대를 혹은 나라는 사람을 어떻게 기록하고 평가할지 모르겠다.
지금도 옳다고 생각한 이 길을 갈 뿐이다.”

(노무현,『나를 매혹시킨 한 편의 시』중에서, 문학사상사, 2002 김지하 시인의 <타는 목마름으로> 시에 대하여)





처음으로 ‘사람 노무현’을 발견한 것은 그의 ‘글’을 통해서입니다. 바로 위의 글입니다. 물론 정치인 노무현은 국회 청문회 이후 익히 알고 있었지만, 글을 통해 ‘노무현의 속’을 비로소 알게되었다고 할까요?

“무슨 정치인이 이렇게 글을 잘 써?” 위의 글을 읽고 제 입에서 튀어나온 말이었습니다.

정치인에 대해서 제 나름의 편견이 있었던 게지요. ‘정치인은 대개 폼이나 잡고, 상투적인 말이나 하고, 허례 가득한 수사나 남발하고, 무엇보다 우리 사회에서 직접 자기가 글을 쓸 수 있는 정치인이 있나? 하는 의심이 가득했던 때에, 노무현님의 시에 대한 글을 발견하고 참 놀랐습니다.

‘타는 목마름으로’ 시에 대한 글이지만,
그 자체로 시의 울림이 있는 노무현의 글에서 그의 진정성을 찾아낼 수 있었답니다.
그 다음에야 비로소 노무현의 모습을 편견 없이 보게 되었지요.

***

노무현 전 대통령의 글을 다시 만나지 못한다는 게 안타깝습니다.

자신의 손으로 직접 회고록을 쓸 수 있는 유일한 대통령,
자신의 손으로  직접 ‘민주주의 정치론’을 쓸 수 있는 유일한 전 대통령이었는데요.

“책을 읽을 수도, 글을 쓸 수도 없다.”는 유언 대목에서 울컥하게 된 이유이기도 합니다.
가장 사랑하는 일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 사람의 심경이 어떤 것인지 여러분도 아시지요?
저도 각별하게 이 대목에서 많이 울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재임 시절 제가 발견했던 위의 글을 직접 얘기드릴 기회가 있었습니다. 한 저녁식사에서 좀 자유스러운 분위기였고 문화가 주제였던지라 얘기를 드렸더니,  참 쑥스러워하시던 모습에 제 속으로 ‘귀엽다’는 생각을 했었지요. (불경스럽다고 하시지 말아 주십지오. 대통령도 하나의 사람인지라, 우리가 겉으로 모든 예우를 갖춰야 하지만, 속으로는 역시 사람에 대한 느낌이 생생한 법이니까요.) 

(아래 사진은 제가 제일 좋아하는 이미지입니다. 위 사진 그림도 참 좋지요? )

노무현 전 대통령 퇴임하시기 전에 이른바 ‘독대’라는 것을 해본 적이 있습니다.
회의석상에서는 자주 뵌 편이지만 무릎을 맞대는 독대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지요. 이명박 대통령 당선된 직후였고, 무척 심란하셨을 때였습니다. 대화의 내용은 그 분을 위해 아껴두되, 단 한 가지만큼은 사석에서 털어놓곤 합니다. 여기 블로그를 통해서도 처음으로 밝혀보지요. 아주 먼 훗날 제 비망록을 위해 아껴 두려했는데, 이렇게 빨리 얘기할 수 있게 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대통령께서 제 책을 얘기하시던 겁니다. 『매일매일 자라기』를 끝까지 다 읽으셨다고 하시는 거예요. 저는 순간 얼굴이 화끈거리면서도 설마 하는 마음이었는데, “그 왜 작고, 제목이 빼뚤빼뚤하게 써있는 노란 책 있잖아요?” 하시는 말씀에 ‘정말이구나’ 깜짝 놀랐습니다.

“학생들이 의문을 갖는 것을 차곡차곡 실무 내용을 써서 좋았다.” 하시더니,
드디어
“스케치 해보라는 대목이 있는데, 봉하에 집을 지으면서 한번 그려보려고 했더니
 잘 안되더라!”
 “마누라 책장에서 꺼내 보기 시작했는데 재미있어서 끝까지 다 읽었다...”라는 말씀을 하시는데, 아주 기분이 유쾌해졌었습니다.

책 이야기를 무한정 할 수 있는 그 언젠가 있으리라 기다렸는데,
“책을 읽을 수도, 글을 쓸 수도 없다.” 이 마지막 말을 듣게 될 줄이야...

090603
김진애 올림

노무현의 책, 노무현의 글은 앞으로 계속 나올 것이라 믿습니다.
노무현의 말을 사랑하시는 이상으로.
노무현의 말과 글이 바로 그 분이 표현한 그대로입니다. 
 
          단어 하나하나가 쉬워서 좋고 정확하게 사실을 전달해 주어서 좋다.
         그렇다고 평범한 문장이라는 이야기는 결코 아니다.
         괜한 군더더기가 없어서 시원하다.
         그러면서도 격정적이고 또 차분하다.
         시를 읽는 동안 연상되는 것들은 가슴을 흔들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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