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erybody lies."(누구나 거짓말을 하지.)
미드 <CSI> 길 그리썸 반장의 대사다. 워낙은 미드 <하우스> 하박사의 명대사인데, 길반장이 CSI를 떠나기 전 여러 번 이 대사를 하고 새로 합류한 의사 출신 레이 교수와 이 대사를 주고받는다.

사람들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의도적이든 아니든, 선의든 악의든 거짓을 담고 있음을 꿰뚫는 말이다. ‘착각에 사는 인간, 자기중심적 사고의 인간, 허위와 가식에 익숙한 인간, 자기 합리화에 도통한 인간, 핑계 찾기에 도통한 인간, 감정에 좌우되는 인간, 생존법에 익숙한 인간, 우선순위가 다른 인간, 입장이 다른 인간, 이해관계가 다른 인간, 불명확한 기억력을 가진 인간’의 한계를 직시하자는 말이다.

대신에,
과학수사대 CSI 길반장은 “증거로 말한다. Evidences tell.” 원칙을 주장하고
진단 의사 하박사는 “증세가 말한다. Symptoms tell." 원칙을 주장한다.


하박사의 증세주의도 결국 길반장의 증거주의로 귀결된다.
 
과학적 증거주의에 입각한 수사와 진단에 철저할 수 있는 과학수사대와 의사가 부러울 뿐이다. 드라마에서는 이렇게 과학적 증거주의에 철저할 수 있지만, 불행하게도 인간 사회에서는 과학적 증거주의가 무력화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

작금의 ‘리스트 정국’이 바로 그것이다.
리스트에 관련된 사람들은 모두 자기 입장에서 진술을 한다. 그것이 자기를 보호하기 위해서건, 난국을 빠져나가기 위하서건, 정말 진실을 말하고 있건 간에,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는 ‘everybody lies' 원칙을 벗어나지 못한다. 어느 한 마디건 믿을 수가 없는 것이다. 유일하게 그나마 믿을 수 있는 것은 ’자신의 이해에 반하여 하는 말, 자신에게 불리한 사실을 밝히는 말’ 정도일 것이다.

상황이 이러할진대, 그래서 ‘증거주의’가 제대로 작동해야 한다.
증거주의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관련된 사람들의 악의 또는 선의, 핑계 또는 거짓말’을 밝혀낼 수 있어야 하는데, 과연 그 칼자루를 쥐고 있는 경찰과 검찰이 어느만큼 증거주의에 철저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경찰과 검찰은 ‘everybody lies' 원칙을 검증해야 한다. 물론 ’everybody lies' 원칙은 경찰과 검찰 자신에게도 적용된다. 나쁜 뜻에서가 아니다. 항상 권력형 거짓말들이 문제였고, 권력형 거짓말들은 조직 내 상층부에 의해서 저질러졌던 것이 역사와 인간사회의 교훈이기 때문이다.

***

이 ‘리스트 난국’에 경찰과 검찰은 과학수사대와 의사처럼 해 보라.

과학수사대와 의사처럼 관련된 모든 사람들의 진술을 공정하고 차분하고 엄격하게 들어야 한다. 누구는 빠뜨리고 누구는 적당히 넘어가고 누구는 자주 부르면 안 된다.

과학수사대와 의사처럼 그 과정에서 나오는 말을 엄격하게 보호해주어야 한다. 지금처럼 매일매일 사소한 꼬투리들이 언론에서 중계방송처럼 나오는 것은 경찰이나 검찰에서 흘러나온다는 인상을 주지 않아야 한다.

그 뿐 아니다. 과학수사대와 의사처럼 증거를 확실하게 제시하라. 증거가 없으면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 다 알지 않는가?

***

이 ‘리스트 정국’, ‘리스트 난국’이 ‘리스트 파국’으로 치닫지 않을까 심히 우려스럽다.

그것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을 다시 정리하자면,
- 경찰과 검찰은 ‘everbody lies' 원칙을 견지하라.
- 경찰과 검찰은 자신도 ‘everybody lies' 원칙에서 벗어나지 못함을 알라.
- 국민들은 경찰과 검찰을 포함해서 살아있는 권력의 거짓말 개연성에 더 무게를 둔다.
- 경찰과 검찰은 길반장과 하박사처럼 ‘증거주의’에 철저하라.

***

물론 증거주의로 밝히지 못하는 진실도 있다.
그것은 경찰과 검찰의 몫은 아니다.
아무리 인간 개인이 거짓말의 덫에 빠진다하더라도,
진실은 결국 밝혀진다.
이것이  인간의 위대성이다.
“인간은 진실에 고파 한다.” 
이것이 인간의 위대성이다.  

20090414
김진애 포스팅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길 그리썸 반장이나 하우스 박사처럼
까칠하고 다소 괴팍하더라도,
끈기와 열정으로  진실에 다가가고 진실을 밝히고
세상을 자신의 방법으로 치유한다면 오죽 좋겠습니까?
드라마지만, 이런 까칠하고 진실된 캐릭터가 인기를 끄는 드라마가 있다는 게
그나마 위안이 된다고 할까요?

그만큼 우리 인간들은 진실에 고파하는 증거겠지요.
진실을 대하는 용기, 진실을 밝히는 역량, 세상을 고칠 수 있는 믿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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