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국회 대정부질문 현장중계의 이종걸 의원의 발언을 우연하게, 행운처럼 보았다. 행운이라 표현하는 것은 극적인 순간을 바로 보기가 쉽지 않다는 것 때문이다. 게다가 요새 누가 대정부질문에 관심이나 있나, 행정부의 요식 행위에 그치고 야당의 존재는 아예 무시되는 현재 국회 아닌가. 예전처럼 그 어느 국회의원이 대정부질문에서 그 어떤 숨은 진실, 그 어떤 용기 있는 문제 제기를 할 것이라는 기대가 숙어든 지금, 어제 대정부질문은 모처럼 대정부질문다웠다. 
 

1. 아찔하게 침착한 이종걸 의원

첫 부분을 놓치긴 했어도 청와대 행정관 성접대 수사와 장자연 리스트 수사에 대한 질문이라는 것은 금방 알 수 있었다. 질문의 강도가 높아지면서 과연 실명 거론을 할까, 긴장감이 점증했다.

그런데, 드디어 나왔다. 톤은 차분했다. 이종걸 의원 특유의 차분하고 침착한 톤. 그러나 내용은 메가톤급. 이름 석 자가 아니라 성씨만 명시했다. 두 개의 언론사 이름이 나왔다.

2. 언론 무시 김경환 법무장관

경찰청의 보고를 받는 위치의 이달곤 행안부 장관은 ‘보고받은 바 없다’며 아예 ‘모르쇠’로 대응했지만, 이어지는 강도 높은 질문에 아무리 급했어도 김경환 법무장관은 너무 심했다. 아예 언론을 대놓고 무시해버렸다. “언론이 항상 사실만을 보도하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이 발언을 두 세 번 했으니 언론에 대한 무차별 폭격이다. 김경환 장관의 톤은 ‘다 알지 않습니까?’ 라는 식의 톤이니 더 한심했다.

기자들이 펄쩍 뛸 일 아닌가? ‘오보’는 있을 수 있지만, 그 오보도 근거 있는 오보이고, 대개 오보의 근거를 제공하는 것은 관이나 권력기관 쪽에 있는 사람들 아닌가? 예컨대 ‘경찰 핵심’, ‘청와대 핵심 관련자’, ‘검찰 핵심’ 등. 모든 언론들이 나서서 김경환 장관의 발언을 질타해야 하지 않나?

3. 후폭풍은? 으스스할 것 같다.

이미 후폭풍은 시작됐다. 새로운 ‘코드’가 되어버린 이른바 ‘해당언론사’가 자사의 이름 ‘조선일보사’의 이름으로 ‘보도에 참고 바랍니다’라는 공식 문건을 언론사들에 돌렸다고 한다. ‘국회의원의 면책특권 남용’에 대한 경고와 더불어 이종걸 의원에게도 내용증명을 보냈다고 한다. 향후 법적 대응도 하겠다고 한다.

오늘 자 인터뷰에서 이종걸 의원은 이런 상황을 ‘위협’이라 느낀다고 했고 여러 후폭풍을 이미 감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국회에서 제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거론하면서 ‘살아있는 권력, 큰 권력, 무서운 권력, 금단과 성역을 가진 권력으로부터 당할지 모른다’는 국민의 우려를 느끼고 있다고 한다.

후폭풍은 으스스할 것이지만, 후폭풍을 우려할 게 아니라 폭풍의 핵까지 다가갈 수 있다면 되는 것 아닌가? 이종걸 의원은 국회의원으로서 경찰에, 정부에, 언론기관에 바른 역할을 요구했을 뿐 아닌가?

4. 진실이 밝혀지기만 하면 된다

그나마 ‘면책특권이라도 걸고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견제를 할 수 있는 국회’가 있음에 감사한다. 그러나 누구도 못하는 ‘살아있는 무서운 권력’에 구애받지 말고 경찰이 공정하고 신속하게 조사하고 검찰이 공정하게 법적인 처리를 한다면 도대체 구애받을 게 무엇일까? 결과도 중요하고 과정도 중요한 것 아닌가?

20090407
김진애 포스팅  

참 침울한 일입니다.
장자연이라는 한 여성이 얼마나 굴욕적이고 모멸감에 찬 삶을 살며 얼마나 힘들었을까?
도대체 그런 성 네트워크 접대 로비를 식은죽먹기로 하는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사나?
그런 접대를 당연한 듯 받은 남성들은 도대체 어떤 사람됨됨인가?

그런데, 더 침울한 건, 당사자 고소가 있고 이른바 리스트 문건도 있는데,
왜 이리 수사가 더딘겁니까? 왜 언론들은 이런 경찰의 태도를 물고늘어지지 않는 겁니까?
왜 ‘해당언론사’라는 기관은 그렇게 노심초사하고 그렇게 초강경대응을 하는 겁니까?
이해가 되면서도 이해가 되지 않아 침울합니다.

이종걸 의원의 건투를 바랍니다.
후폭풍을 견딜 맷집을 기대합니다.
진실의 과정을 뚜벅뚜벅 걸어가기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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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일보, 역시 일등신문입니다. 당근 힘도 쌥니다. 이른바 장자연 리스트 사건에서 조선일보가 보여주고 있는 막강한 힘은 전 세계 언론사에서도 아마 그 유례를 찾기 힘든 정도가 아닐까싶습니다. 어제 민주당 이종걸 의원이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장자연 리스트와 관련하여 조선일보 방 사장을 직격했습니다. 그동안 모든 언론이 쉬쉬하고 있던 장자연 문건의 내용 중 일부("조선일보 방 사장을 모셨고, 스포츠조선 방 사장이 방문했다")를 까발리면서입니다. 그런데...

  3. 조선일보 사장, 장자연리스트와 관련 없다!

    Tracked from 하민혁의 민주통신 2009/04/07 21:25 Delete

    조선일보사가 이른바 '장자연 리스트' 사건과 관련하여 분명하게 입장을 정리했습니다. 조선일보 사장 방모씨는 "이 사건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것입니다. 속이 다 시원합니다. 아무려면 일등신문 조선일보 사장이 "조선일보 방 사장을 모셨고, 스포츠조선 방 사장이 방문했다"는 문건의 주인공일 리가 만무한 일이겠습니다. 조선일보는 역시 일등신문입니다.일등신문 조선일보자, 그러니 그동안 '장자연 리스트' 가지고 조선일보 방사장을 씹어댔던 이들은 이제 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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