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장 시험 교육'과 일제고사
- Posted at 2009/04/02 08:42
- Filed under 자라기 멘토링/학습-공간
“우리를 시험에 들지 말게 하옵시며...” 기독교 주기도문에 나오는 구절이다. 인생이 끊임없는 시험으로 이루어짐을 표현한다. 어떤 시험인가? ‘유혹에 넘어가게 하려는, 악에 빠지게 하려는’ 하는 시험이다. 부정, 부패, 비리, 부정직, 부실 등 모든 ‘ㅂ’로 시작하는 유혹일수도 있고,
‘탐욕, 탐식, 음란, 나태, 교만, 시기, 증오-greed, gluttony, lust, sloth, pride, envy, wrath’라는 기독교의 7가지 대죄악일 수도 있다.
인간사회의 시험도 끝이 없다. 직장 구하기, 일 잘해내기, 일 따내기(사업, 용역, 프로젝트, 배역 등 등 등 등), 시장에서 평가받기(잘 팔리느냐 아니냐, 주가가 올라가느냐 아니냐, 인기가 올라가느냐 떨어지느냐 등)은 사회에서 치르는 시험이다. 살아있는 한 치러야 하는 시험이다. 사회에는 ‘시험장’이 따로 없고 ‘시험문제지’가 정해져있지도 않다.
이런 인생의 시험, 이런 사회의 시험과 달리 우리의 교육은 ‘시험장 시험 만능주의’에 빠졌다. 학교에서 뿐 아니라 자격증, 영어 테스트, 적성검사, 지능 테스트까지... 지나치다.
*** 시험장 시험이 좋은 점:
- ‘수치’로 나타난다.
객관적이라고 내세우기 좋다.
- 걸러내기 좋다. 일렬로 세우기 좋다.
- 한꺼번에 조직적으로 시행하기 쉽다.
- 가르치는 입장에서 에너지가 덜 든다.
- 집중해서 준비하면 잘하면 점수를 더 잘 낼 수 있다.
시험장 시험이 나쁜 점:
- 인생의 시험과 너무 다르다.
- 사회의 시험과 너무 다르다.
- 시험장 시험에 몰입하면 시험장 인간형, 점수형 인간이 되어버린다.
- 문제해결력, 문제설정력, 창의력, 상상력을 떨어뜨린다.
- 시험만 잘 보기 위한 공부가 횡행한다. 학원, 과외 등 사교육.
- 행정적으로 관료적으로 처리하려는 교육이 극성을 부린다.
- 시험 점수만으로 학생을 평가하려 들고, 다른 교육방식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게 만든다.
왜 ‘일제고사 또는 교과학습평가시험’을 반대하는가?
바로 이런 ‘시험장 시험 만능주의’를 강화하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시험장 인간’, ‘점수형 인간’이 되기를 부추기기 때문이다. 왜 똑같은 시험문제로 왜 전국의 학생들이 동시에 시험을 쳐야 하는가? 안 그래도 온갖 시험장 시험에 시달리는 우리 학생들을 구원해야 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 국가이거늘, 왜 국가에서 나서서 시험을 늘이는가?
이른바 선진사회에서는 에세이 형(논술형), 프로젝트 수행 형, 프레젠테이션 형, 필드 트립 형, 체험학습 형의 교육방식이 자리 잡고 있다.
이른바 선진사회에서는 각 개인 적성의 맞춤형, 커리어 관련 맞춤형의 교육 방식이 자리잡고 있다. 이른바 선진사회에서는 전 학생을 점수로 줄세우는 짓을 하지는 않는다.
선진사회라고 해서 교육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선진사회라고 해서 엘리트 교육이 없는 것도 아니다. 선진사회라고 해서 뒤처지는 학생들이 없는 것도 아니다. 선진사회라고 해서 인간사회에서 최소한으로 필요한 시험장 시험이 없는 것도 아니다. 다만, 선진사회라 하면, 전 학생을 시험장 시험에 매달리는 공부에 매달리게 하지 않을 뿐이다. 다만, 선진사회라 하면, 전 국민을 시험 노이로제, 성적 노이로제, 점수 노이로제에 빠뜨리지 않으려 노력한다. 선진사회라 하면, 사교육이 전체 교육비의 절반을 차지하게 내버려두지 않는다.
제대로 된 국가라면, 이것을 고민하라는 거다.
선진화를 지향하는 정부라면, 이것을 고민하라는 거다.
일제고사 강행하려고만 들지 말고.
20090402
김진애 포스팅
*** 시험장 시험을 독려하는 사회에서 이익 보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 그 시험문제에 집중하여 점수 높이는 능력이 탁월한 사교육 학원들
- 시험 점수만으로 쉽게 학생을 평가하려는 교원들
- 시험 점수 결과로 선생님들 위에 군림하려는 학교행정 상층부
- 시험점수 결과로 학교를 쉽게 조종하려는 행정당국
*** 시험장 시험에는 절대적으로 사교육이 유리하다?
당연합니다. 사교육은 바로 그 점수 올리기 위한 목적으로 프로그램이 짜이고 점수 올리는데 탁월한 기량을 발휘하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사교육이 생기는 건데, 그렇지 않다면 사교육 시장이 계속 존재할 수 있겠습니까? 어떤 작은 거리라도 시험을 쳐야 하는 일이 생기면, “어디 학원 없나?” 하고 모든 국민들이 생각하는 우리 사회, 정상은 아니지요.
*** ‘일제고사 찬반 토론’에 나오는 사람들의 대비
최근 여러 방송에서 일제고사 관련 찬반토론들이 많은데, 들어보면 뚜렷하게 대비된다. 찬 측은 대개 연배가 높은 목소리이고 반 측은 대개 젊은 목소리다.
찬 측은 대개 행정부나 교육청, 협회, 대학행정부에서 나오니 아무래도 연배가 높으신 분들이 섭외되기 때문인가? 실명을 거론할 수는 없지만 참 관료적인 말투이고, 직접 학생들을 교육하는 사람들이 아니고, ‘따분한 교장 교감 훈시형 토론방식’을 구사한다. “국가가 나쁜 일을 하자고 하겠습니까? 일단 해보고... 운운”
반 측은 대개 현장의 선생님들이 직접 나오거나 단체라 해도 실무형 인사들, 또는 부모가 나온다. 현장에서 학생들과 절절한 고민을 같이 하는 게 그 목소리에 뚝뚝 묻어난다. 고민하시는 이 시대 선생님들, 참 힘드시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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