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올레' 이름 짓고, 뿌듯합니다
- Posted at 2009/03/25 08:11
- Filed under 인생은 의외로 멋지다/공간 속 행복 순간
이름 짓기 좋아하는 제가 지어준 여러 이름들 중에서 ‘제주올레’는 각별히 마음에 든답니다. 마침 어제 '제주올레와 서명숙 이사장' 블로그가 떠서 반가운 마음에 후속타를 칩니다.
서명숙 이사장은 언론계를 떠난 후에 ‘걷기’의 뜻을 새삼 찾았답니다.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페인의 ‘산티아고 가는 길’을 걷고 난 후에 고향 섬에서 본격적으로 걷기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서명숙을 처음 만난게 2002년인데, 그 때 "고향 제주도에서 작은 마을의 작은 도서관을 하고 싶다, 그 앞에는 작은 길이 있고... " 등 등 꿈을 펼쳐서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너무 근사한 꿈 아닙니까?
(사진: ⓒ김진애. 0804, 작년 이맘 때 걸은 제 8코스 입니다. 해변가, 큰 돌로 길을 단단하게 만든 건 해병대랍니다. '제주올레' 만드는데 해병대원들도 즐겁고 기꺼이 참여하셨답니다. '해병대길'로 불린답니다.)
서명숙이 '제주 섬 걷기 사단법인'의 이름 짓느라 고민하고 있던 2년 여 전 한 회합에서 만났는데,
“제주 올레 어때?” 하니까
모든 사람들이 ‘그 참 괜찮다’고 했답니다.
'올레'는 제주도 토박이 말이고,
‘올레’는 “올래, 갈래?”하는 뜻도 되고
영어로도 아주 간단히 ‘olle' 가 되고,
축구 응원가에 ’올레 오레 오레 오레‘ 후렴이 반복되는 그 흥겨운 노래가 금방 연상되지요.
그런데 흥미로운 후일담도 있답니다.
정작 제주도에서는 ‘올레’가 워낙 흔한 이름이라며 “그 이름 가지고 되겠냐?”는 반대에 직면했었답니다. 결국 서명숙 이사장이 결단한 덕분에 ‘제주올레’가 채택되었지요. 서명숙 이사장은 이름 덕분에 성공했다고 아주 좋아합니다. 저도 뿌듯합니다.
‘올레’란 제가 아주 좋아하는 언어이자 아주 좋아하는 공간의 이름입니다.
올레란 집으로 들어가는 짧은 골목을 칭하지요. 바람 많은 제주도에서 집을 바람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만든 골목 장치이지요. 제주 옛집에서는 대문을 안 다는데, 대신 달팽이처럼 담으로 한 겹 더 집을 겹쳐줌으로써 바람이 한바퀴 ‘휘이’ 돌게 만든답니다. 이 공간을 발견하고 어찌나 정겨운지, 게다가 입에 올려도 귀에 들어도 좋은 이름이 어찌나 맘에 드는지, 제 가슴에 콕 박혀버렸는데, 그 이름의 뜻에 걸맞게 ‘제주올레’로 거듭났으니, 정말 기분 좋습니다.
‘제주올레’는 현재 12 코스가 개장되었는데, 다 완성되면 얼마나 즐거울 것인가. 상상해보세요. 타원형으로 생긴 제주도를 한 바퀴 돌고, 해안 곳곳에서 한라산으로 동서남북으로 종단하는 코스가 생기고, 제주 길 곳곳에서 손에 제주올레 가이드를 들고 걷는 사람들이 눈에 띈다면 얼마나 멋지겠어요. 저 옛날 순례자가 걷던 길을 따라 걷겠다고 ‘산티아고 가는 길’에 전 세계 사람들이 꼭 한 번 걷겠다고 온다는데, 제주도도 그처럼 되면 얼마나 근사하겠습니까?
(사진: ⓒ김진애. 0804, 사진 속의 꽃이 무슨꽃인줄 아세요? '열무 꽃'이랍니다. 4월 말경에 가시면, 열무밭에 온통 보라색 열무 꽃이 핀답니다. '열무꽃 필 무렵' 작품이 나올만 하지요? 새벽 해 뜨기 전, 사진 속 인물은 도보여행가 김남희)
" 꿈을 꾸면 이루어진다"는 믿음을 가지고,
제주올레, 꼭 가보세요!!!
20090325 김진애 포스팅
어제 블로그 포스팅을 보고 몇 개월 여만에 서명숙 이사장과 통화를 했습니다.
여러 계획과 구상과 진전에 들떠있더군요. 두 가지 보고합니다.
1. 다음달 4월 25-26일에 '우도' 코스를 개장한답니다.
'제주올레'가 알려지면서, 우도에서 길을 발굴해달라고 부탁이 왔답니다.
우도 해안가를 따라 자동차길 만들고 환경도 파괴될 뿐 아니라, 사람들이 아예 머물지 않아서 관광휴양이 아예 죽어버렸다는 문제를 이제야 인식하고, '제주올레'에 부탁했다는 거지요. 너무 좋은 현상이지요? 이래야 지방이 삽니다.
우도 코스에는 저도 참여하려고 합니다. 우도는 등대 오름도 아름답고, 마치 '뇌'처럼 생긴 하얀 산호가 깔려있는 해변도 유명하지만, 저는 '오래된 망루'들이 마치 폐허처럼 널려있는 해변이 그리 인상적이더군요. 아일랜드를 연상케하는, 전혀 다른 풍광이지만... 4월 25-26일 꼭 참여해보세요.
(사진: ⓒ김진애. 0804, 위 사진은 팔 크게 벌리고 설명하는 분이 서명숙, 그 앞에 웃는 분이 도보여행가 김남희, 뒤 왼쪽은 대평리 이장님이시고(자전거 타고 열심히 제주올레를 지원하신답니다. 오른쪽은 '제주올레'의 헌신적 자원봉사자 오중석님, 서명숙은 열심히 '제주올레 길' 만들며 일어난 일들을 신나게 설명하고 계십니다. 아래 사진은 대평리 개장할 때 설명하는 서명숙 이사장.)
2. '올레'라는 말이 걷기를 상징하는 우리 말이 되었답니다.
서명숙 이사장이 얘기하시더군요. 그동안 '트래킹' 같은 외국 말은 있어도 우리 말이 없어 아쉬웟는데, 올레가 걷기를 상징하는 우리말이 되어서,
제주 올레 뿐 아니라 '강화 올레', '여주 올레' 등 '올레 네트워크'가 생기고,
'올레꾼, 올레지기, 올레마음' 등 근사한 말들이 자꾸 생기고 정착하고 있어서 좋답니다.
3. 더 좋은 소식이 있지만, 이건 서명숙 이사장이 때가 되면 발표하실 것으로 생각하고
저는 멀리서, 또 가까이에서 돕고 또 즐거워하겠습니다.
(오른 쪽 사진은 작년 4월 말, 올레 길 9코스에 있는 마을에서 한 소큼 쉬는 저 입니다. 평소 거의 사진이 없는데, 이 사진이 찍혔네요. 그 때 그 여유로웠던 분위기가 생각만해도 기분 좋네요.)
걷기, 올레, 우리를 기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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