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영화 <추격자>를 지난 밤 보았습니다.
연쇄살인마 사건을 활용하는게 이번 청와대 연쇄살인으로 용산참사를 덮자는 홍보지침 메일과 비슷하다고 해서 딸이 빌려왔더군요.
밤 늦게 보고, 밤잠을 잘 못이루고, 뒤척였습니다. 

영화 흡인력이 대단하더군요. 늦은 밤에 영화를 보기 시작하면 중간에 잠에 빠지곤 하는데 완전 몰입해서 끝까지 갔습니다. 나홍진 감독의 천재성에 감탄했습니다. 삼십대 중반감독의 첫 연출이 이렇게 탁월하다니, 깜짝 놀랐습니다. 엄호성, 지영민 역의  김윤석, 하정우 연기가 기막히고, 끝까지 살기 위해 죽을 노력을 다하는 지민 역의 서영희, 그리고 지민의 딸의 연기도 기막히고요...

핸폰번호 끝자리 '4885'로 범인을 잡은 영화 초입부에 '아니 범인 잡았잖아, 영화가 어떻게 가려는 거야?' 하는 반응은 우리 가족 모두 였지요. 그리고 끌어가는 이야기들.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이야기들이 리얼하게 이어가는데 참 놀랍습니다.
'처음부터 카드를 다 보여주고 판을 가지고 논다'는 감독의 연출력이라니...

이 영화에 용산참사와 군포연쇄살인사건의 사전사후가 그대로 녹아있어서 보고 있을수록 점점 씁쓸해지고 참담해지고 불쌍해지고, 참 세상이 비정하고 이렇게 권력이 비인간적일 수 있나, 사람들이 이렇게 자기이익이라면 모멸찰 수 있나 한심해지지요.
 
먹고 살기 위해 밑바닥의 쓰라림을 이어가고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가련한지요. 
지민이라는 여성이 어찌나 가여운지, 부패경찰로 쫓겨나 '보도방'으로 먹고 사는 김윤석의 그저 '돈 뜯기, 여자 팔아먹기'에만 관심있는 행태가 너무 분노스럽다가, 드디어 지민이 정말 살아있을지 모른다는 것을 알아채고 그 딸과 함께 다시금 인간의 예의를 찾아가는 김윤석...
(이미지: 영화장면, 겨우 빠져나온 지민, '이제 살았다'는 안도감과 함께...)

그런가 하면, 권력 치하의 제도권안에서 먹고살아야 하는 경찰, 검찰의 오욕 가득한 삶이라니요. '지민이 아직 살아있다'는 연쇄살인마의 진술을 듣고도 귓등으로 흘려버리고, 기껏 똥물 뒤집어쓴 서울시장 사건에 대한 여론을 덮을 사건으로 만드는데 혈안이 되어버릴 수 밖에 없는 경찰들... 그래도 그 바닥에는 '양심'이 아직 있고, 인간성이 아직 살아 잇습니다. 

항상 권력 자체가 문제의 근원이지요. 영화에 나오는 경찰기동대 형사들, 검찰의 담당 검사, 경찰청장 등 이미 권력의 바람에 민감한 자리에 있는 사람들의 '정치 눈치파'들의 행태는 참 구역질나지요. 

영화가 시대정신을 2시간에 포착하는 영상문학이라면, 
영화 <추격자>는 너무도 감탄스럽게 이 시대의 썩은 권력, 구린 행태, 비인간성, 몰염치의 구렁텅이로 들어가는 세태를 그리고 있더군요.

그저 한편의 잘만든 스릴러 영화라고 보기에는, 이번 청와대 홍보지침 멜의 연쇄살인을 긍정적 홍보프레임으로 활용하라는 내용이 적나라하게 시사되고 있어 보고있으면서 당황스러울 정도입니다. 
(오른편: 영화 <Chaser> 영어 포스터.
해외에서도 호평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영화속 살아가기 너무 힘든 여성, 지민이 어찌나 가련한지, 마음이 짠합니다. 
영민의 연쇄살인 폭력에 피해를 입은 가족들, 주변인들이 어찌나 가련한지, 
배우 김윤석의 절절한 깨달음과 어찌 하지 못하는 무력감이 어찌나 가련한지... 
경찰과 검찰들도 설마 자괴감을 느꼈겠지요. 

영화는 영화로만 그쳤으면 좋겠습니다마는... 
불행히도 현실이 영화보다 더 영화적이 되는 이 현실이 너무도 처참합니다. 

2009. 2. 14.
김진애 포스팅 

영화 <추격자>를 만든 나홍진 감독을 위시한 모든 배우들, 제작진들에게 
존경의 박수를 보냅니다. 짝 짝 짝.

이런 썩어가는 세태에서 아직도 각기 자리에서 양심으로 노력하고 있는 모든 분들과 함께 이 시대가 부도덕의 구렁텅이에 빠지지 않도록 같이 애써보자는 얘기를 하고 싶습니다. 한 개인의 힘은 약하지만 연대의 힘은 높아갈 터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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