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칫 '콜드케이스'가 될 위험에 처한 용산참사, <PD수첩> 등 덕분에 사건 종료하려던 검찰이 용역합동진압 등 다시 전면조사를 한다고 해서 다행입니다. 콜드케이스가 될 뻔했던 군포여대생 사건의 ‘연쇄살인’ 법인을 검거한 경찰의 명예를 지키는 길은 유일하게 하나, 진실을 낱낱이 밝히는 겁니다.

혹시 사후에 나올 수 있는 어떤 증언, 증거에도 흔들리지 않을 정도로 모든 의문점을 낱낱이 밝히는 ‘백서’ 수준의 검찰 조사를 기대합니다.
용산참사가 콜드케이스가 되면 큰 일 납니다.

‘콜드 케이스’(cold case)란 ‘미결사건’을 말합니다. 저는 최근 발견한 ‘미드’ <콜드케이스>에 마음이 많이 가게 되더군요. 해결되지 않은 사건 때문에 그 가족들, 그 후손들의 가슴은 얼마나 멍이 드는지, ‘그 미국’에서도 마찬가지더군요. 억울해서, 안타까워서, 누명이 한스러워서, 오명이 한스러워서, 질시가 한스러워서, 그리워서, 가족들, 후손들, 주변 친지들 가슴에 퍼렇게 멍이 듭니다.

사건 당시에는 증거가 불충분해서 해결되지 못했던 미결 사건들. 하지만 이제 유전자 감식, 정보처리, 영상해독 등 과학수사방법들이 진일보하면서 묻혔던 미결 사건들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거지요. 미국의 경우 ‘살인 사건’ 경우에 공소시효가 없습니다. 그래서 오래된 사건도 유해를 발굴하고 재조사합니다. 65년 전 사건까지 다루더군요. 드라마라서 더 그래 보이겠지만, 사진, 경찰 기록, 검시 기록, 재판 기록 등 모든 ‘기록 파일’이 꼼꼼하게 파일상자에 담겨있는 것도 인상적이구요. 그런 콜드케이스 파일상자들이 산처럼 쌓여있는 기록창고도 인상적이구요.

<콜드 케이스> 한 편에서 그만 펑펑 울었던 적이 있습니다.

2년 전 빈민가 아파트 창문에서 모녀가 추락한 사건인데 열 살 딸은 죽고 엄마는 혼수에 빠졌다가 드디어 깨어났는데 기억상실증입니다. 경찰은 딸아이의 방에 있던 케이블영상에 뒷모습으로만 남은 범인을 찾으려고 사건을 진행하지요. 그런데 결국 밝혀진 것은 그야말로 ‘기막힌 사연’이었습니다.

마약중독자였던 엄마는 아버지에게 성추행 당했던 기억 때문에 어린 딸을 각별히 보살피지요. 그런데 엄마의 상태를 모니터하는 ‘사회복지감찰관’(미국의 소셜워커 제도입니다. 가정파괴를 막기 위해 문제 있는 보호자를 지속적으로 모니터하고, 문제가 자꾸 재발되면 피보호자를 공공시설로 보내는 판정을 내립니다. 감찰관의 공정한 보고가 절대적으로 필요하지요.)이 어린 딸을 성추행하려 집적이다가 엄마에게 들키자 위협합니다. “내가 한 마디만 하면 언제 누가 와서 당신 딸을 데려갈지 모른다, 그럼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지?”

그날 밤에 평소 배곯던 딸을 보살펴주던 피자배달 소년이 아파트에 들어오는 소리에 지레 공포에 싸인 그 엄마는 그만 딸을 안고 창밖으로 몸을 던졌던 겁니다. 자신이 겪었던 그 고통을 딸에게 물려주기보다는 차라리 죽음을 택했던 거였지요.

그 감찰관은 그 이후로도 완장을 차고 있었고 자기가 한 짓을 철저히 은폐하지요. 이 사건을 맡은 형사도 처음엔 그 엄마를 의심합니다. 마약중독자였다는 사실 때문에 편견을 가졌던 것이지요. 그 여형사도 겉으로 보이는 냉철함과 달리 마약중독자 엄마 밑에서 자라고 사회감찰관의 감시를 받았었고 성추행을 당했던 아픔을 갖고 있어서 더 복잡하고 미묘한 심정이었던 게지요.

그 알량한 ‘권력의 완장’을 차고 약자인 엄마를 위협하고 더 약자인 어린 딸을 성추행하려던 그 감찰관, 딸이 자신이 겪었던 지옥에 빠지느니 차라리 죽음을 택했던 그 엄마, 나비처럼 날고 싶다던 맑고 밝은 그 어린 소녀, 자신의 아픈 기억 때문에 편견을 가졌다가 모녀의 동반자살을 밝혀내고 심한 고통에 빠지는 형사, 마지막 눈발이 내리는 거리에서 죽은 딸에 대한 희미한 기억만 가진 기억상실증 엄마가 “딸은 나비처럼 날아서 좋은데 갔어요...”라던 그 멍한 표정이 어찌나 슬프던지요.

권력의 횡포, 약자에게 휘두르는 폭력, 그 폭력에 지친 사람들의 공포감,
가련한 사람들의 너무도 가렵기만 한 자기보호 방식,
수사경찰과 희생자의 동병상련이 너무도 안타까워서 저도 울었습니다.



‘한’을 쌓이게 하면 안 됩니다.
안타깝게도 현실에서 비극은 일어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진실을 모른다’는 것은 너무나 고통입니다.
진실을 알아야 용서할 수 있고 회개할 수 있고 새롭게 출발할 수도 있지요.

이번 용산참사가 자칫 콜드케이스가 되어버릴까봐 겁이 납니다.

지금도 속속 여러 새로운 상황이 드러나고 추가 물증과 증언들이 드러나고 있는데, 그냥 묻어버리지 않기를 바랍니다. 모든 의문에 대해서 낱낱이 해명이 있기를 바랍니다. 국민들 대다수가 납득할 만한 전후관계를 ‘백서’로 발행할 정도로 자세하게 설명해주어야 합니다. 검찰은 다 해명되었다고 발표하는데, 국민들은 콜드케이스로 보게 되면 어떡합니까? 이야말로 사회적 참극이지요. (사진: 지난 090202 청계광장의 유가족 영상, 김진애)

용산참사의 모든 진실을 밝히고, 명확하지 않은 부분은 왜 명확하지 않은지 자세히 설명하고 현행법에 의해 물을 죄는 묻고, 또 정치적, 도의적 책임을 물을 건 묻고 해야지요. 제도를 고쳐야 할 것은 고치고, 관행을 고쳐야 할 것은 고쳐야지요.

사실 이 모든 전개의 정점에 대통령이 있습니다. 대통령의 인식과 기준에 따라 정부의 행태가 달라지고 공권력의 행태가 달라집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5년 농민시위에서 희생자가 발생했을 때 국민사과를 하면서 ‘공권력은 특수한 형태의 권력’이라 정의한 바 있지요. 이것이 기본 상식이라고 봅니다. 공권력은 자칫 남용될 수 있고, 자칫 남용되면 다른 어떤 권력 이상으로 그 피해가 무섭기 때문이지요. 그 피해란 당장에 일어나는 피해 이상으로 ‘신뢰가 무너지는 도덕적 피해’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용산참사 사건에서 이른바 ‘용역깡패’라 불리는 ‘철거용역반’과 ‘일선경찰’의 특수관계에 대한 것도 밝혀져야 합니다. ‘믿는 게 있어서 폭력을 휘두르는 세력’을 견제하지 못한다면 도대체 ‘공권력’의 존재 이유가 어디에 있겠습니까? 이른바 ‘권력형 범죄’란 그것이 ‘큰 권력범죄’든 ‘작은 권력범죄’든 가장 엄하게 다스려야 하겠지요.

안쓰러운 일들이 계속되어 참 눈물 자주 흘리게 됩니다.
<PD 수첩>의 마지막 부분에서 유족 딸의 아버님 이야기에 메어지다가, 그만 농성하던 철거민의 ‘사랑해’  하트 몸짓에 한동안 흐느꼈습니다.
용산참사의 가족들이 청와대에 청원서를 넣는데 왜 안 받아 주는지 눈이 붉어지더이다.
왜 추모집회들을 막으려 청계천광장을 전경버스로 둘러쌓는지 이해가 안 됩니다.
재개발 뉴타운의 제도개선에 대한 여러 토론회에서 철거용역반들의 폭력과 위협에 시달리는 현장 주민들의 절규에 한이 맺힙니다.

한이 쌓여있을 때는 충분히 풀어주려는 노력을 하는 것이 정부가 국민에게 지켜야 할 도리 아닌가요? ‘끝까지 들어줄 성의를 갖고 있다, 노력하겠다, 진실을 밝혀주겠다, 최선을 다하겠다, 마음의 응어리가 풀릴 때까지 같이 노력하자’고 해야 하지 않나요. (사진: 090204 대통령에게 항의서한을 올리겠다는 유족들을 막는 전경 경찰. 청운동사무소 앞. 프레시안)

지난 15일 동안 공분을 일으킨 장면들을 오늘은 구체적으로 거론 않으렵니다. 마음 속 깊이 분노가 차올라서 말을 꺼내기 힘들 정도입니다.

어떻게 그렇게 한스러운 사람들 마음에 또 억장이 무너지는 화살들을 쏘아대는지, 
가슴이 에이지 않는가요?  
 

090205,  김진애 포스팅

후기:

군포여대생 실종 사건을 풀면서 ‘연쇄살인 범인’ 검거에 따라 여러 콜드케이스들이 밝혀져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현장에서 유족들의 눈물과 절규가 어떻게나 마음 아프던지요. 아직도 화성여대생 사건, 영화 <살인의 추억>에 나왔던 사건들, 많은 콜드케이스들이 있지요. 우리 사회도 공소시효 10년을 없애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경찰이 이번 범인 검거에 큰 개가를 올렸지만, 초동수사 미흡 특히 실종사건에 대한 초동수사에 대한 처리가 제도적으로도 너무 미흡한 것이 드러났지요.
경찰이 이런 제도 개선에 열을 올리면 좋겠습니다. 범인 현장 재현에 그렇게 수많은 경찰들이 깔렸던데, 이렇게 사회적으로 주목받을 때만 열을 올릴 게 아니라 현장의 사건 하나하나에 그렇게 에너지를 쏟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경찰, 민중의 지팡이가 되어 주시기를... 아직 갈 길이 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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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철거민 시신은 마음대로 부검해도 되는가?

    Tracked from 격물치지 [格物致知] 2009/02/06 21:41 Delete

    아직도 이 땅에 정의가 있다고 믿는 분들 오늘 PD 수첩을 보셨다면, 당신의 생각을 바꾸시는 게 좋을 겁니다. 아직 imbc에서 다시보기 서비스가 되지 않는데... (이것도 좀 답답합니다.) 오늘 알게된 사실들입니다. 경찰 작전 시 용역업체 직원들이 함께 작전을 했다. 용역업체 직원들은 옥상의 철거민들을 내려오게 하려고 일부러 불을 피웠고, 이에 대해 소방관도 경찰도 미온적으로 대처했다. (사람이 너구리인가?) 경찰은 철거민의 시신을 사건 다음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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