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친 김에 책 이야기 한 번 더 하렵니다.
일본 츠쿠바의 시립도서관, 그리고 경복궁 옆 통인동 골목에 있는 동네 북카페/

일본사람들의 책사랑은 우리들의 몇배는 된다지요?
지하철에서 책에 고개 파묻느라 '문고판'이 잘 팔린다는 일본, 프라이버시를 존중하고 남에게 폐 안끼치려는 문화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지만, 여하튼 일본의 책문화는 부러울 일입니다. 번역이 안되는 책이 없을 정도이고 지식인 책부터 대중서까지, 하물며 만화책 문화도 발달된 일본에는, 공공 도서관 문화도 괜찮은 것 같습니다.

2년 전 여름 츠쿠바에 갔었습니다. 과학도시로 잘 알려져있고 또 생태도시이기도 하고요. 우리의 대덕과 비슷하지만 20여만 도시로 독립되어있구요. 동경에서 1시간 남짓 거리입니다. 일요일에 도착해서 오후 시간을 이용해서 츠쿠바 답사를 하기로 했습니다. 저로선 20여년 만의 방문이라, 초기 신도시 만들 때와 20년 뒤를 비교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요. 공항에서 일부러 시골길을 따라 일본 농촌 마을 모습도 보면서 갔습니다.

츠쿠바 지도를 공항에서 못구해서 버스기사에게 어디서 하나 사자고 부탁을 했습니다. 그런데 일요일이라 구할데 없으니까 시립도서관에 가자고 하는 겁니다. 깜짝 놀랐습니다. 시립도서관에 가서 지도를 구하자는 말이 버스기사 입에서 스스럼 없이 나온다는 게요. 갔지요. 정말 지도를 공짜로 구했습니다. 들어가더니 1분 만에 가지고 나오더군요. 이렇게 도서관이 도시문화의 중심이구나, 감격스럽더라고요.  

오후 3시 쯤 됐는데 시립도서관에 사람들이 꽉 차있는 걸 보고 또 놀랐지요. 문앞에는 주차한 자전거들이 즐비하고(츠쿠바는 자전거 도시라 할 만해요.),
(왼쪽 사진. 시립도서관의 간소한 입구입니다. 짧은 바지 입고, 베낭메고 자전거타고 오는 시민들이 그렇게 많더군요.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일본 건축이 좋은 건 길에 바로 붙어있다는 거예요. 폼잡지 않는 건물이라 좋지요. 하얀기둥이 있는 부분이 아래 사진에서 보이는 소나무 있는 정원이예요. 길에서도 이용할 수 있지요.)


안에는 개가식 서고이고 소나무들이 아름다운 반원형의 정원을 둘러싸고 유리창이 시원한 도서관이더군요. 창문가로 소파와 책상들이 배치되어 있어 독서에 빠져있는 시민들. 학생들만이 아니라 주부들과 어르신들도 많이 보였습니다. 하 참, 부러워라...

우리도 '기적의 도서관'을 몇 개 세운적이 있지요. MBC 어떤 프로에서 시작했던가요? 몇 지방도시에 도서관을 지었지요. 저는 순천에 지어진 기적의 도서관에 가본 적이 있습니다. 어린이 도서관이고 활짝 트인 개방성이 아주 좋았었습니다. 


동네마다 '북카페'가 많아졌으면 하는 소망이 있습니다. 
요새 동네 작은 서점들은 다 장사가 안되어 문을 닫고 있는데, 그래서 나온 아이디어가 책방과 찻집을 겸하는 북카페지요. 모임 공간도 빌려주고, 마치 동네 사랑방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지요. 책은 잘 안팔리더라도 차는 팔리는 편이니까요.

경복궁 옆 통인동의 '길담서원'도 그런 북카페 중의 하나입니다. 경복궁역에서 200여미터 북쪽으로 우리은행 끼고 들어간 골목 안에 있는 20여 평 남짓의 작은 공간. 책으로 쌓인 공간의 그윽하고 깊은 분위기가 어딘가 멋져서 차 마시러 오는 사람들이 많다는군요.

길담서원의 주인지기는 박성준(전 성공회대 교수, 전 한명숙 총리가 아내이지요.) 교수. '길'과 '담'이 있어 포근한 이름이라 생각했습니다. 오픈한 지 몇 달밖에 안 되었는데도 벌써 오래된 느낌이 난다는 건 그만큼 '책이 주는 시간의 향기' 덕분이겠지요.(오른 쪽 사진, 지난 가을, 길담서원에 들려서 차도 마시고, '습지'에 대한 책, 환경에 대한 책도 샀습니다. 인문사회환경문화예술 분야의 좋은 책들이 많더군요. 사진 속에 서 계신 분이 길담서원 주인지기 이십니다.) 
 
동네마다 이런 북카페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워낙 책이 안팔린다고 하니까 과연 운영이 되는지 걱정이 됩니다마는, 차를 마시러 오는 손님들이 꾸준하면 괜찮다네요. 오래 앉아있어도 뭐라 하지 않고 오히려 더 고마워하고, 인터넷도 사용할 수 있어서 좋고... 유럽 도시에는 오래된 서점들이 꽤 남아있어서 도시의 지적 분위기를 돋우는데, 우리 도시에도 점점 늘어나는 동네북카페 문화가 생기면 좋겠습니다. 

'책에 대한 예찬', '도서관에 대한 예찬' '북카페에 대한 예찬' 등 
책으로 이어지는 인연은 긑이 없겠지요. 
나도 언젠가는 북카페를 운영해볼까, 하는 생각이 절로 나네요.   
책 사랑 하십시다. 책 읽으십시다. 
위기일수록 내공을 쌓으려면 책이 필수겠지요. 

2009. 1. 8.
김진애 - 사람, 공간 그리고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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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북 카페에서 혼자 놀아보다

    Tracked from 미도리의 온라인 브랜딩 2009/01/12 18:12 Delete

    요즘 북카페가 트렌드인가보다. 예전에는 성북동 진선 북카페 밖에 몰랐는데 최근에는 홍대 등 대학가를 중심으로 북카페가 매우 많이 생겨나고 있다. 지난해 연말 휴가 시즌에 오랫동안 미뤄왔던 책들을 읽으려고 북 카페를 찾았다. 그 중 우리 집에서 가장 가까운 홍대 앞 <토끼의 지혜>를 찾아가 보기로 했다. @ 서울시내 주요 북카페 http://news.mk.co.kr/outside/view.php?year=2008&no=590971 @ 혼자 가기 좋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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