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책을 말하다> 첫 회 패널로서 한마디 하렵니다.
이 프로에 몇 차례 출연했었고, 책 관련 방송을 열광적으로 지지하고, 글에 대한 존중심이 깊고, 20 여권 이상 책을 쓴 사람의 한마디라 들어주십시오.

우선 지적하고 싶습니다.
책 교양프로를 폐지하는 건 공영방송답지 않습니다.
‘책을 읽는 국민이 있어야 나라의 미래가 있다’는 원론을 굳이 주장하지 않더라도, <TV, 책을 말하다> 프로가 장수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KBS의 자랑이었는데요. 아무리 우리 국민들이 책을 잘 안 읽어도, 아무리 책 시장이 점점 줄어도, 아무리 우리 창작 도서보다 외국 번역물이 더 잘 팔리고 더 많이 만들어지더라도, “그래도, 우리 TV에는 책 프로그램이 있답니다.” 하고 자랑할 수 있었는데요.

장수 프로의 폐지 방식 치고는 시청자들에게 너무 무례하다는 것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군요. 1월 1일 신년특집을 하면서 폐지하겠다고 공지하는 것은 시청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 않습니까. 정기 개편시기도 아니고, 밤 12시 반으로 방송시간을 옮겨놓고 시청율 낮다고 하는 것도 문제이고, 제작진에게 사흘 전에 공문 통지를 했다는데, 너무 심하다는 생각입니다.

<TV, 책을 말하다> 살려내 주세요.

이 프로그램은 안 그래도 점점 분열되는 우리 사회에서 통합 역할을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교양 프로그램입니다.

여야 국회의원들도 한 자리에 나온 적이 있었지요? 민노당 노회찬, 한나라당 전여옥? 정치와 정책에 대해서 다른 목소리를 내더라도 책에 대한 예찬에 대해서만큼은 같은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프로그램이지요. 아무리 가벼운 책들이 인기를 끈다 하더라도, 책의 존재는 여하튼 사람을 합리적으로, 좀 더 깊이 있게, 좀 더 성찰적으로 만드는 역할이 있습니다.

<TV, 책을 말하다>, 살려내 주세요.

프로 제목 얼마나 좋습니까? 이름 참 잘 지었습니다. 2001년 5월 3일부터 장수 프로그램, 얼마나 대한민국의 자존심이 됩니까? 그야말로 21세기적 이름에, 21세기적 프로그램이지요. 제작진이 맘에 안 들어 바꾸시든, 기획방향이 맘에 안들어 바꾸시든, 그건 나중 일입니다.

책 프로가 전통으로 이어지고 진화하는 역사를 지킨다는 자체가 중요합니다.

안 그래도 이명박 정부 들어, 국방부의 ‘불온서적’ 사건 등, 책 탄압을 통한 문화탄압이 다시 일어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잔뜩 있는데, 왜 KBS 마저 그런 분란에 휩싸입니까? 오히려 키우고 더 투자하고, 다시 황금시간대로 올리고, 공적 신뢰도 높은 인물들로 사회와 패널을 초치하고, 더욱 근사한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이명박 정부의 선진화 목표에 맞지 않겠습니까? 공연히 진시황제의 분서갱유나, 마오쩌둥의 문화혁명이나 독일 나치의 ‘분서’ 사건(위 사진, 1933년,www,uncp.edu 홈피), 오른 쪽, 진시황에 대한 영어 만화역사책인데, 'book-burning emperor' 책 태우는 황제롤 소개되고 있더군요.)  을 다시 기억해내지 않도록,

<TV, 책을 말하다>, 살려내 주세요.

'TV, 책을 말하다' 부활을 위한 청원을 하고 있습니다. http://agora.media.daum.net/petition/view?id=65027 


 

*** 김진애의 <TV, 책을 말하다> 첫 회 출연 소회와 진중권

‘TV, 책을 말하다’의 첫 회는 2001년 5월 3일. 주제 책은 <로마인 이야기>였고, 그 유명한 진중권 교수, 벤처 리더로서 전하진 한글과컴퓨터 사장, 그리고 제가 패널이었고, 사회는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박명진 교수(지금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이시지요? 당시 상당히 보수적이라 느꼈었는데, 최근의 행보를 보면...?! 초대 사회자이자 롱런한 사회자로서 이 프로를 되살리는데 한 역할 하시면 좋겠습니다마는.)가 맡으셨지요.

제가 출연패널로 섭외되었던 것은, 시오노 나나미를 좋아한다는 것이 알려져 있고, 이른바 ‘리더론’에 일가견이 있으리라는 기대 때문이었겠지요.

첫회로서 성공적이었다는 평이었습니다. 제작진들은 진중권과 저를 대립각으로 세워놓으려 했던 모양인데, 그 기대가 제대로 충족되었던 모양인지, 수많은 리플들이 달렸었습니다. 방송에 리플이 많다는 건 그만큼 성공적이라는 뜻이지요.

‘진중권과 김진애, 성 역할 편견이 바뀌었다’ 등 재미있는 평들이 많았고, ‘진중권과 김진애, 다르면서도 바탕이 같다’는 핵심을 찌른 평에는 미소를 지었었습니다. 당시에 ‘장정임/살류주’라는 필명의 네티즌이 아주 흥미로운 평을 길게 쓰셔서 인상적이었지요. 이번에 들어가보니 놀랍게도 아직도 게시판에 남아있더군요. (http://bbs1.kbs.co.kr/ezboard.cgi?db=1tv_bookbbs&action=read&dbf=123&page=0&depth=2 장정임/김진애는 못말려)

진중권 교수와는 첫 만남이었습니다. 진 교수는 저를 몰랐겠지만 저는 여러 책들을 잘 알고 있었고요. 좀 놀라긴 했습니다. 왜 그 ‘셔츠 차림새, 삐딱한 앉음새, 엄청나게 빠른 말씨’ 때문이지요. 말 빠르기는 저도 남 못잖은데^^, 저보다 더 말 빠른 사람을 만나면 정말 반갑거든요. 그 후 직접 만남은 없었지만, 항상 ‘공통분모를 공유하는, 유쾌한 적수’로 기억하지요. 진중권 교수도 저를 그렇게 기억하기를 기대합니다마는...^^
책을 통해 친구를 만나는 것은 인생의 행복 중 하나입니다.

당시 한국일보에 떴던 기사를 아래 링크합니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6&oid=038&aid=0000069122

정말 <TV, 책을 말하다>는 개척적이고 근사한 프로였지요.
다시 이 프로의 황금기가 오기를.

아무리 디지털 시대이지만 책의 가치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 김진애 - 사람공간그리고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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