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눈에 별이 떠!”
막내가 초등학교 1학년 때 해 준 말이다.
“엄마가 화낼 때는 눈에서 막 불이 나오는 것 같아. 정말 무서워. 엄마가 생각하거나 할 때는 눈이 슬퍼 보여. 그런데, 엄마가 웃으면 엄마 눈에 별이 떠!”

눈물이 핑 돌았다. 내가 뭐 한 게 있어서 이런 순간이 찾아오나. 딸을 꼭 안아주었다.
웃으면 나의 눈에도 별이 뜬단다. 많이 웃자. 
 

“엄마가 보이니까 갑자기 맘이 푹 놓였어.”
시시콜콜 다툼 많던 사춘기 시절의 큰딸. 토요일 저녁 갑자기 어느 레코드 가게에서 전화가 왔는데, 딸의 백팩에서 CD가 발견되어 카운터에서 걸렸단다. 나중에 알고 보니 어느 학교 친우가 다급하게 넣은 것이었다. 황당한 상황에서 딸은 두려움에 떨다가 내 얼굴이 문에 나타나자 마음이 푹 놓이더란다. “엄마는 나를 믿어줄 줄 알았어, 문제를 풀어줄 거라 믿었어.” 
신뢰란 좋은 것이다.


“당신의 장점? 어떤 상황에서나 긍정적이라는 거.”
남편에게 물어봤다. 나의 가장 큰 장점을. 부부가 오래 살다보면 시들해지는 때가 오게 마련이니, 이런 직격 인터뷰도 필요하다. 3초 쯤 후 나온 남편의 답은 정말 그럴 듯했다. 역시 그게 나의 가장 큰 장점이다. 갑자기 남편이 좋아졌다. 역시 나의 ‘천적’이다. 뭐니뭐니해도 이 남자는 나를 꿰뚫고 있구나, 나를 인정하고 있구나.
짝에게 인정받는 것은 아주 기분이 좋다. 
 

“짐은 질 수 있는 사람한테 오는 거란다.”
5년 전 돌아가신 친정엄마의 수많은 명대사 중에서도 이 한마디가 가장 깊게 남는다. 어떤 힘듦도 엄마한테는 털어놓을 수 있지 않은가. 나의 하소연을 참을성 있게 들어주고 답해주는 엄마의 말에서 힘을 얻었고, 지금도 수시로 떠올리며 힘을 얻는다. 엄마가 그렇게 무거운 짐을 가볍게 지고 사셨듯이 나도 그렇게 살도록 용기를 준다.
나는 엄마를 믿었고 엄마는 나를 믿었다.

“아래 보고 살어!”
친정아버지의 명대사다. 밥상머리에서 수백 번 수천 번 들었다. 가난한 시절을 넘겨온 그 시대 아버지들의 공통적 생각 아닐까. 80대 아버지는 이제 이 말을 하시지 않는다. 공연히 젊은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들지 않을까 하는 심려다. 하지만 행동으로 보여주신다. 검소하고 소박한 생활이 몸에 배인 아버지는 여전히 나의 모델이다.
아래를 살펴보는 마음으로 세상과 나누자.

“언니가 제일 힘이 되더라.”
1남 6녀 중의 셋째인 나. 장남 오빠는 아무래도 어렵고, 큰언니는 외국에 사니 자천타천 내가 큰딸 역할을 하게 된다. 막내 동생이 별거와 이혼과 홀로서기와 창업의 과정에서 겪었던 말 못할 아픔들을 이겨낸 후 나에게 고마움을 표현한 말이다. 홀로서기는 참 어렵다. 특히 여성의 홀로서기란 정말 어렵다. 그 홀로서기에 응원과 격려를 받으면 정말 힘이 된다.
그렇게 힘이 되어주자. 내가 겪었던 아픔을 잊지 않으면서.

“맛있게 먹어서 좋구나!”
시어머님이 나를 마땅해하시는 유일한(? ^^) 것이라면 ‘나의 맛나게 먹기’라 장담한다. ‘일하는 며느리랑은 한 집에 못 산다’고 하셨지만 10년 여 아래위층 한 집에서 살았다. 바깥 일로 바쁜 며느리란 얼마나 못마땅한 게 많을 것인가. 그럴 때 어여쁜 짓 한 가지는 하여야 한다. 나로서는 가장 자연스러운 행위를 통해서 맛내기에 대한 자긍심이 높은 어머님을 기쁘게 해드릴 수 있었다.
그 사람이 소중해하는 것을 같이 나누자. 기쁨이 커진다. 
 

가족은 오래 가는 관계다.
내가 선택한 관계가 아니라 운명으로 맺어진 관계다. 인간관계 중에서 가장 기본이면서 가장 어려운 관계다. 모든 관계가 그렇듯 성의가 필요하다. 우리가 남에게 대하는 성의와 예의를 가족에 대해서도 잃지 않는다면, 가까워서 더 배신감을 느낄 위험은 피할 수 있다.

가족을 맺어주는 것은 사랑일까, 존경일까?
선택은 아닐 것이다. 존경에서 오는 사랑은 훨씬 더 길다. 존경은 신뢰에서 온다. 가족이란 존경으로 맺어지는 사랑이다.

가족은 나를 잃지 않게 지켜준다.
내 힘자라는 대로 지켜주어야 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가 항상 그렇듯, 우리 가족 역시 시시때때로 말다툼과 신경전과 냉전과 화해와 용서를 거듭하지만 시시때때로 서로 던져주는 가족의 명대사를 통해서 우리 사이의 존경과 사랑을 지켜간다.

가족의 힘을 느끼는 명대사는 무한하다.
삶의 어려운 순간을 지켜주고 기쁜 순간을 더욱 기쁘게 하는 명대사,
설마 나도 몇 번쯤은 명대사를 던졌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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