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초에 하는, 전혀 돈 안 드는 나의 호사취미.
‘올해의 나의 남자, 올해의 나의 여자를 뽑는 행사’다.
‘My Man of the Year, My Woman of the Year'라고 마치 내가 주최하는 세계적 행사(?^^)인 것처럼 영어도 그럴듯하게 붙여놓았다.

연말연초에 하는 나만의 ‘큰’ 행사다. 연말이면 수첩에 여러 후보들을 적어놓고는 나름대로 저울질을 해본다. 연초가 되면 여하튼 남자 하나, 여자 하나를 골라낸다.

단순한 기준이 있다.
“내가 만난 실물 남녀에 한한다.
나에게 여하한의 영향을 준 남녀다.
내 인생에 어떤 방식으로든 한 부분이 된 남녀다.
내가 관심을 갖고 계속 관찰할 남녀일 가능성이 높다.
어떤 방식으로든 그 해에 떠오른 가장 인상적인 남녀다.”
나 혼자 하는 선정 작업이니 누구 눈치 안 보고 내 맛대로 고른다. 그게 재미다.

나는 직능 활동상 꽤 많은 숫자의 남자들을 매년 새롭게 만나는 편이니, ‘올해의 남자’ 뽑기가 쉬울 것도 같은데, 전혀 그렇지 않다. 사람을 많이 만날수록 꼽기 어려운 것도 느낀다. 남자들은 그렇게 많고도 많은데 괜찮은 남자를 일 년에 하나 꼽기란 왜 이렇게 어려운가? 정말 괜찮은 남자들이 점점 희귀해져서?

흥미롭게도 나는 여자를 훨씬 더 적게 만나는 편인데도, ‘올해의 여자’를 뽑기가 더 쉽다. 내가 여자에 대한 기준이 관대해서일까? 여자에게 훨씬 더 쉽게 가까워지기 때문일까? 여자들이 훨씬 더 근사해서일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여자는 남자보다 훨씬 더 딜레마가 많다는 점에서 동병상련하며 ‘친구 하고 싶’어지는 사람들이 많다.

당신도 한 번 해보지 않으려는가?
‘올해의 나의 남자, 올해의 나의 여자’ 꼽기 작업의 좋은 점을 꼽아보면...

첫째,
당신 주변의 이른바 ‘보통’ 사람들이 의미를 갖고 다시 떠오른다는 점.

둘째,
이 과정을 통해서 자신의 가치관을 길러가고 사람 보는 안목이 길러진다는 점.

셋째,
이 과정에서 당신 자신을 의미 있는 사람으로 느끼게 해 준다는 점.

넷째,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당신이 ‘마음의 친구, 영혼의 친구’를 갖게 될 수 있다는 점.

나는 이 행사를 20여 년 동안 해 왔으니 이제 적어도 40여 명의 남녀를 ‘마음의 친구, 영혼의 친구’로 꽤 가깝게 느끼는 셈이다. 이 자체가 나의 마음의 자산이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올해의 남자, 올해의 여자로 꼽았던 사람들을 평소 만나고 있는가. 이것은 전혀 아니다. 몇 년 째 못 본 사람들도 적잖고 이삼년에 한번쯤 우연스레 만나는 경우도 있다. 지금 어디 있는지, 무슨 일을 하고 있는 지 잘 모르는 사람들도 있다.

사람들도 다양하다. 사회적으로 유명한(사실은 나중에 유명해진) 남녀도 있지만 전혀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사람들도 많다. 업무상 만나는 사람들은 깊이 알게 되므로 유사 분야의 사람들이 꼽히기도 하지만 사회경험이 많아질수록 나와 다른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더욱 흥미가 가는 성향도 느끼고 있다. 나보다 어린 사람, 젊은 사람을 꼽는 해에는 나도 덩달아 젊음으로 돌아가는 기쁨도 맛본다.

꼽기 무척 쉬운 해도 있었다. 예컨대, 평소에 막연한 호기심을 갖고 있다가 드디어 실물을 만나게 되었는데, “아, 역시 괜찮다!” 하는 경우다. 듣기만 하던 사람을 직접 만나보고 여전히 좋은 인상을 갖는다는 것은 축복이 아닐 수 없다. 그런가 하면 전혀 엉뚱한 인물이 튀어나올 때의 기쁨은 더욱 컸다. 인생의 우연이 느껴지고 사람의 가능성을 또 다시 확인할 수 있어서이리라.

꼽기 무척 어려운 해도 있었다. 다 ‘고만고만한’ 인상만이 남아있을 때다. 그런데 이 경우에도 뒤돌아보면 그 남녀들의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내가 그만큼 느낄 만한 여유가 없었을 때가 아닌가 싶다. 또는 너무도 괜찮은 남녀들이 많아서 도저히 한 명을 골라내기 어려운 해도 있었다. 그런 해는 그야말로 ‘복된 해’가 아닐 수 없다.

지금 돌이켜 생각하기만 해도 여전히 입가에 유쾌한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사람들도 있고, ‘과연 그 때 그 사람을 왜 그렇게 괜찮게 봤지?’ 하고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되는 사람들도 있다. 역시 사람이란 때때로 눈에 콩깍지가 덮이는 모양이다.

내가 꼽았던 올해의 남자, 올해의 여자들을 관찰하면 즐겁다. 멀리서 관찰하면 더 즐겁다. 연배도 가지각색이고 직업도 가지각색이라 사람의 스펙트럼을 보는 흥미가 좋다. 다행히 아직 다 살아있다. 불행한 일을 보지 않기를, 유쾌하지 않은 관찰을 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사람은 끊임없이 변하니 말이다. 그러나 내가 꼽은 그 남녀로 인해 내가 실망에 빠진다 하더라도 여전히 인간에 대한 바람은 가져보리라.




아마도

올해의 공공 남성, 공공 여성으로 꼽는다면, 단연 오바마 차기 미국 대통령, 그리고 우리의 피켜 스케이터 김연아 겠지요? 우리에게 '변화에 대한 희망'을 다시 한번 갖게 하고, 또 '아름다움에 대한 희망'을 주었으므로. 김연아는 저의 고향 군포에서 수리산 및 수리고등학교를 다녀서 공연히 더 '자랑'스럽답니다.^^ 고향 사랑이라니... 수리산 참 아름다운 이름이지요? 수리수리 마수리...  



ⓒ 김진애-사람공간그리고정치

*** 궁금해 하실 것 같아서 한 가지 추가합니다. 제가 선정한 ‘올해의 남자, 올해의 여자’는 비공개입니다. 그 남자, 그 여자에게도 비밀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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