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 대운하’는 아니다
- Posted at 2008/12/10 09:34
- Filed under 김진애의 공간정치/4대강-대운하
‘대운하 리턴즈냐, 4대강 정비사업일 뿐이냐’에 대해서,
대부분 국민들은 이미 ‘정리 끝’인 것 같다. 지난 주 한 여론조사에서 58%가 ‘4대강 정비사업은 사실상 대운하’라고 인식하고 있다고 하니 말이다.
1.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 사람들의 행보를 보면, 과연, ‘위장 대운하’는 아니다.
‘4대강 정비사업은 물길잇기 사업일 뿐, 대운하는 아니다’라고 강변하는 사람들이 있다. 청와대의 박형준 홍보기획관,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의 인터뷰, 홍준표 원내대표 발언, 최경환 의원의 ‘KBS 열린토론’ 1208 예산 관련 토론회 발언 등이 있다.
하지만, 대통령과 ‘아주’ 가까운 사람들은 운을 띄운다.
박병원 청와대 경제수석은 예의 그 솔직담대(?)한 태도로 완벽하게 실토해줬다. “운하 잇자 하면 말자 할 수 없다.” 즉, 4대강 정비사업을 통해 물길 잇기를 하고 난 후에 대운하의 문제가 되는 조령 터널 등을 예산 좀 더 들여서 하자고 하면 못할 것 없다는 것이다. (사진은 조령터널 대운하 계획 조감도)
‘대운하 전도사 3인방 중 하나라는 한나라당 박승환 의원은 대운하는 아니지만 물길잇기라 하고, ’부국환경포럼‘ 등의 외곽단체를 만든단다. 대운하 마니아인 추부길 전 청와대 홍보 행정관의 외곽 활동도 가세한다. 원조 대운하 전도사였던 이재오 전 의원이 2009년 5월 전에는 꼭 돌아온다고 하니, ‘이재오 리턴즈’가 ‘대운하 리턴즈’의 서막인지 클라이맥스가 될 것인지?(올 3월 대운하 공약 이행을 촉구하며 친환경 물길잇기를 주창하던 결의대회 포스터)
이명박 대통령 자신도 이런저런 방식으로 ‘대운하 연정’을 표현하고 계시다. 지난주에는 지방자치단체장들을 불러놓고 경기 살리기를 위하여 SOC 선제 투자를 강조했고, 우연인지 작전인지(?) 4대강 유역을 낀 지자체장들이 하나같이 나서서 하천정비 투자를 요청했고, 대통령은 “대운하에 구애받지 말고 추진하라”는 지시까지 했다.
“어, 대운하랑 똑같네...”라는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이 알려지자(요르단의 운하사업에 대한 비공개 보고를 받고 하셨단다.) ‘이명박 대통령의 대운하 사랑이 무의식적으로 표현된 말이라는 해석이 주를 이룬다. (사진은 서울 반포대교 물 분수 야경이란다. '한강르네상스'를 주창하는 오세훈 서울시장은 대운하 프로인가 안티인가?)
2.
그렇다면,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 사람들의 우왕좌왕 립서비스를 믿을 수 없으니 사실을 보자.
국토해양부는 2012년까지 하천정비사업에 14조를 쓴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아직 구체적 계획은 없지만 그렇게 쓴단다. 구체적 계획이 없는데 어떻게 예산을 짜고 국가재정 예산을 배분하는지 모르겠지만 어찌 그리 예산 배정이 대운하랑 똑같으냐. 민영 대운하를 한다고 했을 때 예산 16조를 얘기했는데, 2012년까지 14조를 쓴다면 마지막 조령 터널만 남겨두고 다 쓴다는 것 아니냐? 충분히 의심해볼 만한 일이다.
당장 4대강 정비사업으로 내년도 예산 1조 4천억원을 요구했다. 하천정비 통상예산(6천억-8천억 수준)의 2배를 넘는다. 그것도 통상적 하천정비 예산은 30여개 국가하천에 대한 예산이었다. 그런데, 4대강 정비사업에 갑자기 그렇게 많은 예산을 쏟느냐?
의심은 당연하지 않은가?
3.
왜 그 많은 돈을 구체적 계획도 내놓지 않고 국고 배정하려 하는가? 기
술적 사항을 잘 모르는(또는 모르려고 하는) 정치인들은 절대로 위장 대운하 아니라고 쉽게도 말하니 딱하다.
‘4대강을 한강처럼 만드는 것일 뿐’ (이것은 정두언 의원의 말이다.) 아마 서울시내의 한강 부분을 지칭하는 것이렷다. 한강 정비가 잘 된 것도 아니거니와, 제방쌓고 고수부지 만들고 물 깊게 만든 한강의 부위는 ‘서울 시역’내이다. 한강의 상류와 하류는 정비사업이라기 보다는, 자연계를 유지한다. 그런데, 4대강을 따라 전체적으로 하천정비할 수 있나? 더구나 도시구역의 강을 지금의 한강처럼 만든다면 그것이 바람직한 건가?
‘수중 보도 있고 해서 배는 못 다녀요. 물만 가둬두는 거예요.(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수중보는 언제나 열 수 있도록 설계할 수 있다는 것도 모르면서 이런 말을 하는 게 딱하다.
“대운하 아니에요. 배를 다니게 하는 게 아니라 홍수 방지하고 수질 개선하는 거예요.”(박형준 청와대 홍보기획관) 그런데, 왜 이런 중요한 국가사업을 말로만 하는가? 4대강 정비사업의 실체를 내놓고 얘기해야 하는 것 아닌가. 아직도 국가적인 전체 하천관리계획이 세워지지 않았고, 4대강 정비사업의 구체적 계획이 나오지 않았는데, 어떻게 믿으란 말인가?
4.
대운하는 국민 여론상 도저히 국회를 통해 법적으로 추진하지 못하겠으니,
편법으로 지자체로 하여금 총대를 매게 하여 국가 예산을 써서 구간구간 대운하 사전작업을 하다가, 차기연도에는 계속 사업으로 매년 매년 예산을 늘려가다가, 어느 시점에 가서 ‘이제 배도 다닐 수 있다, 아예 잇자’ 라고 하지 않을까?
이것이 국민들이 의심하는 바이고,
이것이 대운하로 한 몫 잡으려는 정치권과 사업권과 토지소유주들이 기대하는 바일 것이다.
청와대여, 정부여,
정말 ‘위장 대운하’가 아니라면, 일단 구체적 계획부터 내놓고 예산을 배정하라.
국회여,
‘위장 대운하’에 대한 예산 들러리는 되지 말라! 예산 심의를 철저히 하라!
국민 된 입장으로서는,
대운하는 물론 위장 대운하를 눈을 크게 뜨고 경계할 것이다.
‘위장 대운하’가 아니다? ‘위장 대운하’는 절대 안 된다.
ⓒ 김진애-사람공간그리고정치
며칠 전 한 블로그에서 '왜 대운하 부활에 대해서 언론들이 가만있느냐?' 한탄하는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저도 일주일 이상 기다리다가 이 글을 씁니다. 지난 4월 총선 이후로 이제 대운하는 물건너갔다고 했는데, 또 써야하는 상황이 되었으니.정말 창피스럽습니다.
이미 사라져버렸던 대운하를 또 얘기해야 하는 건지, 게다가 '위장 대운하'를 얘기해야 하는 건지, 정부는 이렇게 수치스럽게 만드는 것이 수치스럽지도 않은가요?
그럼에도, 또 써야하고, 또 강으로 가야 하고, 또 예산을 감시해야 하고, 또 정부의 계획을 내놓으라 요구해야 하고, 또 그 감춘 부분들을 찾아내고, 또 국민들에게 설명해야 합니다. 아무리 지치더라도 또 써야 합니다.
같이 기운내 주시기 바랍니다. 지치지 마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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