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학기에 <셀프 리더쉽(리더십)과 자기 비전 만들기>라는 과목을 수강하고 있는데요. 이번 기말 과제가 ‘자신의 role model을 찾아서 인터뷰하기’입니다. 그래서 선생님께 이렇게 메일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이 수업은 자신의 인생의 비전을 수립하고, 그 비전을 위해 자신을 어떻게 컨트롤 할 것인가에 대해 배우는 과목입니다.

질문 외 멘트:

대학에 ‘셀프 리더십과 자기비전 만들기’라는 과목이 있다는 것이, 사실 저는 그리 마땅해보이진 않습니다. 대학에서는 자기중심의 커리어 개발 과목 보다는 ‘대승적인 그림을 그릴 수 있는 훈련’이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대승적인 그림을 그리는 과정에서 자신의 리더십과 비전이 자연스럽게 자라게 되기 때문이지요. 최근 ‘리더십’이 인기 키워드이긴 합니다마는, 일부러 키우련다고 키워지는 게 아니라, '이슈 중심, 과제 중심‘의 일과 작업을 통한 팀워크, 사회참여, 글쓰기(블로깅도 포함), 리포팅을 통해 스스로 내적으로 커야 자연스럽게 리더십이 키워진다고 생각하지요.

‘자신의 롤 모델을 찾아서 인터뷰하기’라는 과제 또한 대학생에게 적합한지 잘 모르겠습니다. 제 젊은 시절 이른바 눈에 띄는 ‘역할모델’이 없었는데, 돌아보면 그게 오히려 더 좋았던 점도 있거든요. 오히려 많은 사람들에게 어떤 역할을 찾아 비추어보는 훈련을 할 수 있었지요.(제가 ‘사람’에 대해 폭넓은 관심을 갖게 된 배경도 되는 듯합니다.) (박경리 선생님은 어릴 적부터 저의 멘토셨지요. 지금도. 한번도 뵈온 적이 없지만, 그의 작업을 통해서)

또한, 저는 ‘반면교사 모델’이 효과적이라는 생각도 많이 합니다. 오히려 반면교사에서 배우는 바가 더 많지요. 좋은 방식은 ‘롤모델 찾기’보다는 인물탐구(상대적 탐구면 더 좋고)가 좋지 않을까 합니다. (제가 쓴 <남녀열전>이 바로 이런 형식이지요. 책도 나왔고 제 블로그에도 일부 띄웠습니다. 참조하세요.

그래서 저도 이 수업을 통해 제 비전을 글로 만들어보았는데요.
“色을 가진 건축가로써(로서), '000'가 창조한 공간을 통해 단조로운 도시를 아름답게 물들이고, 사람들의 일상을 더욱 즐겁게 변화시키고 싶다“

즉, 저는 저만의 특징을 가진 건축을 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그 특징을 찾기 위해 더 새로운 것에 도전해 보고 시도해 보며 제 특징이 건축뿐만이 아니라 사람들의 일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도록 하고 싶습니다.

멘트:
통상 건축가의 꿈이라는 ‘자신이 무언가 창조하고 싶다’는 것에 대해서 사실 저는 거부감이 꽤 심하답니다. 건축을 처음 배웠던 대학시절부터 ‘이건 아닌데...’ 했었거거든요. 많은 건축 훈련이 ‘self-centered’ 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보는 편입니다. ‘사회 지향적, 공통의 가치를 찾고 그 가치를 구현하기 위하여 적합한 디자인을 하는 훈련’ 등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MIT 유학을 가서야 제 생각에 공명하는 분위기를 찾고 아주 신났었습니다. 제 생각을 이모저모 키우는 계기도 되었고요)

건축가의 역할은 ‘좋은 건축을 만든다’에 있다고 저는 정의합니다.
‘좋은 건축’에 대한 저의 정의라면 다음 세 가지입니다.

- 좋은 도시를 만드는 건축이 좋은 건축:
‘건축가 없는 건축’을 창조하는 일(특정한 형태나 공간이 아니라 ‘질서’를 부여하는 일)이 최고의 창조행위라 정의합니다. ‘어떻게 같이 살 것인가’를 고민하는 거지요.

- 사람 사이의 보이지 않는 선을 이어주는 건축이 좋은 건축:
건축이 건축 중심이 되는 게 아니라 사람의 배경이 되어주어야 좋은 건축이지요. 사람 사이에 보이는 안보이는 듯한 관계의 선을 맺을 수 있는 단서를 많이 만들어주는 건축이면 좋지요.

- 자연에 죄를 덜 짓는 건축이 좋은 건축:
어차피 인공의 건축도시는 자연에 죄를 짓게 마련인데, 이왕이면 덜 짓는 방식을 고민하자는 거지요. 에너지, 환경오염, 리사이클링, 자연과 같이 숨 쉬는 방식, 동식물과 토양과 같이 하는 생태 등.


이런 제 비전을 위해 선생님을 닮는다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선생님의 생각을 듣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몇 가지 질문을 하고자 합니다. 

먼저, 선생님의 궁극적인 인생의 비전은 무엇인가요?

그런 거 없습니다.^^
굳이 말하자면, ‘인간으로서 제가 할 수 있는 체험을 최대한 하고 싶다’이고
‘그 체험의 순간순간에 몰입하는 즐거움을 누리고 싶다’ 정도라고 할까요? 인생 길어야 100년 인데, 지금 이 자리에 있는 뜻을 더하고 싶습니다.

선생님의 건축 외에 많은 활동들- 글쓰기, 정치일, 사업 등- 을 하고 계시는데요. 이러한 활동들은 모두 선생님의 비전을 위해 이루어나가는 단계인가요? 비전을 이루기 위해 또 어떤 노력을 하고 계신가요?

선생님의 블로그나 여러 책을 보면 굉장히 확고한 생각을 가지고 계신 것 같아요. 그리고 선생님이 살아온 삶에 대해서 만족하고 계시는 것 같아 참 부럽습니다.

제 삶의 철학은 꽤 뿌리가 깊은 편인 듯합니다. 제 철학과 맞는 철학자를 찾아서 또 행운이기도 했지요. 한나 아렌트라는 정치철학자의 <인간의 조건(Human Condition)>에 흠뻑 빠졌고, 그가 아니더라도 제 인생의 좌표이지요. Viva activa, 활력의 삶이라 번역하면 괜찮지요.

한나 아렌트의 <인간의 조건>에 대한 다음 대목은 제가 경향신문에 기고했던 글 중의 발췌입니다.

“한나 아렌트의 책이 내 인생에 드디어 등장하였다.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돈, 명예, 권력’이라는 인간사회의 세속 기제가 다일까? 아렌트가 추구하는 ‘활력의 삶(viva activa)’을 이루는 인간의 조건은 ‘노동(labor), 일(work), 행위(action)’다. 내 식으로 말하자면 ’수고하는 인간, 생산하는 인간, 의미를 소통하는 인간’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두말할 필요 없이 의미를 소통하는 행위, 즉 정치행위다. 아렌트는 ‘정치행위란 언어를 매개로 사람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자유로운 인간의 활동’이라 정의한다. 사적인 삶이 아니라 공적 영역에서 진행되는 의사소통이다. 바로 ‘진정한 시민의 탄생’ 아닐까?”

  이런 철학으로 제 숨이 멈출 때까지 노동을 하고, 일을 하고, 소통행위를 하려 합니다. (위의 한나 아렌트. 20대 말에 발견하고 저의 멘토로 삼았지요. 그의 책을 발견하고 훌쩍 컸답니다.)

선생님에 대한 글을 보면, 선생님은 도전하는 걸 좋아하시고 또, 성공적으로 이루는 것 같아요. 저도 남들이 일구어 놓은 평평한 땅으로 걷는 것 보다는 남들이 아직 시도해 보지 못한 새로운 것들에 도전하고 시도해 보는 것을 좋아합니다. 하지만 도전은 그만큼 위험을 갖고 있고, 절대 순탄하지 못하고 시련에 부딪치기 마련이잖아요. 이러한 경우, 선생님은 어떻게 마인드 컨트롤을 하시나요?

‘새로운 일’을 시도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시도를 안 하는 것보다 시도하는 것이 맘 편해서입니다.

하지만 제가 하는 일의 절반 이상이 실패하지요. 그만큼 많은 일을 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결과적 실패를 한다 해도 일을 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제 단점이라면, 같은 일의 반복이 저에게는 아주 지루하고, 지루함 만큼은 못 참는 편에 속하지요. 똑같은 일도 조금 다르게 해보려고 하고요. 예컨대, 저는 같은 제목의 강의도 똑같이 못합니다. 그런데 이것이 저의 큰 단점이자 또 큰 장점이기도 하지요. (모든 성격은 장점이자 단점의 양면성을 갖고 있습니다.) 물론 일의 성공을 높이기 위해서 나름대로 노력을 많이 하지요. 시나리오 짜기, 진행형 계획 짜기, 매일매일 실천하기 등... 사회에서 뭔가 작은 일 하나 해내기 위해서 준비해야 할 일이 얼마나 많은지요. 남이 보는 건 빙산의 일각일 뿐이지요. 그런 일들을 준비하다 보면 실패에 연연할 여유조차 없답니다.

물론 중간중간 성찰의 작업이 꼭 필요하지요. 성찰 작업도 만만찮은 일이 되기도 하고요. 제가 지향하는 바는 ‘성찰적 실무자(Reflective Practitioner)'랍니다.

누군가 내가 이루려는 것을 인정하지 않고 비판의 눈으로 바라보면 내가 가고 싶은 길을 알면서도 자꾸 우회하고 싶고 마음이 약해질 때가 있잖아요. 그럴 때 내 을 잡아줄 수 있는 힘을 얻는 방법이 있으신가요?

 특별한 방법은 없습니다. 자신이 이루려는 것의 ‘가치’에 대해서 긍정할 수 있어야지요. 남들의 비판은 당연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은 남의 비판이 없으면 별 가치가 없는 일일 수도 있습니다. 비판을 받는다는 건 그만큼 자신이 하는 일이 가치가 있는 일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십시오.)

삶의 파트너는 아주아주 중요합니다. 저에게 남편은 ‘천적과도 같은 파트너’구요. 제 아이들은 제가 아이들을 지켜보듯 저를 지켜보고 비판하고요. 수많은 스타일의 친구들은 때로 격려와 때로 비판과 때로 채찍질과 때로 맛있는 음식으로 저를 감동시키지요. 하지만, 여하튼, 최종적으로, 모든 것은 ‘나의 선택’이자 ‘나의 책임’입니다.

선생님은 archforum 대표로 일하고 계시는데요. 대표로 그룹을 이끌어간다는 것이 절대 쉬운 일이 아닐 텐데요. 많은 사람들의 리더로써 어떠한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세요?

저도 현재 학과 내 학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고등학교 때 반장이라는 역할과는 차원이 다르더라고요. 저보다 윗사람들도 제가 통솔해야 하는 부담감과 20명 정도 후배들도 각자의 생각이 다 다르니 의견을 하나로 모아서 어떠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기가 쉽지가 않더군요. 학회원들 중 70%가 남자인 가운데 여자가 회장으로 나서서 큰소리를 내야하는 데 카리스마를 유지하는 것 또한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일 년 동안 마음고생도 많고 고민도 많았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 작은 모임도 쉽지 않은데 선생님은 지금보다 여성 건축가로서 자리매김 하기가 어색한 90년대 초반에 여성 대표로 사무소를 운영하고 계신다는 게 참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앞으로 더 큰 자리의 대표로 자리 잡고 싶습니다. 당당한 여성 대표로서 한 말씀 해주세요.

정확히는 ‘서울포럼’ 대표구요, ‘archforum'이라는 웹진을 1998년에 인터넷 초창기에 창간해서 10여년 끌어왔고, 서울포럼은 1991년에 창업했으니까요. 이에 대한 이야기는 이미 여러 매체를 통해 써두었습니다. 남들은 대단하다 말하시지만, 저는 필요에 의해 서울포럼을 창업했던 거구요. 제가 하고 싶어하는 일, 하고 싶어 하는 역할을 하기 위해서 필요한 ’둥지‘를 만든거지요. 전문인으로서의 저와 사회인으로서의 저의 역할을 매치시키기에 적격이었지요. (<사람으로 자라기> 책을 보시면 잘 나오고 <젊은 날의 깨달음> 중 제가 쓴 글도 있습니다.)  

‘일’을 중심으로 생각하면, ‘즉 일을 어떻게 해낼 것인가’에 모든 초점을 맞추면, 궁극적으로 여러 인간관계의 문제는 상대적으로 다 사소하게 보이게 됩니다. 복잡다단한 팀 역학, 대외 관계 역학, 패트론 역학, 클라이언트 역학을 즐길 수 있게 되는 단계가 옵니다. 지금은 힘들어 보이겠지만. 일을 할 때 사람 관계가 가장 키가 되는 건 사실입니다. ‘공통의 목표 만들기, 일하는 동기 부여하기, 일 자체를 즐겁게 하는 분위기 만들기, 공정한 원칙에 의한 리워드의 배분 등’ 참 골치 아프지요. 하지만 그 자체가 얼마나 즐겁습니까? 저는 사람들과 기를 나누며 일하는 게 젤 살 맛 나는 일인 듯 싶습니다.

‘사회에서 일하는 여성’이라는 것이 나쁜 점도 있고 좋은 점도 있습니다. 좋은 점을 가능하면 더 좋게, 나쁜 점은 잘 파악해서 장애물이 안될 정도로 관리를 하는게 필요하지요. 요새 여성 팀장, 흔한 상황이므로 오히려 지나치게 의식하지 않는 것도 필요합니다.

(제가 쓴 <매일매일 자라기> 책이 어떤 분의 창가에 있다는 것이 너무 기분좋았던 블로그였습니다. 출처: http://blog.aladdin.co.kr/monreve/2091721)

선생님은 건축가이시지만 현재 건축일 말고도 많은 일들을 하고 계시는데요. 하고 싶었던 일들을 모두 하시는 것 같아서 참 부럽습니다. 선생님은 이렇게 여러 일들을 처리하기 위해 계획을 하는 데 특별한 방법이 있나요?

‘그냥’ 합니다. 다만, '절실함'으로 하지요.

나름대로 ‘머리에 서랍을 많이 만든다’ 등의 비결은 수태 많지요. 제 기질이 워낙 멀티태스커 인 덕분도 있고, 여러 일들 간의 연결고리를 보며 일하는 것을 아주 흥미롭게 여기고, 복합상황, 문제상황을 즐기는 편이고요. (이런 이른바 비결에 대해서는 <사람으로 자라기>라는 책에 지나치게 자세할 정도로 써놨습니다.)

마지막으로, 건축과 학생으로서 건축 선배님께 질문 드릴게요.

선생님은 대학생 시절 설계수업이 어땠나요? 저는 건축가지망생으로서 아직 직접적으로 해 본 설계는 수업시간의 설계가 전부인데, 설계가 재미있고 매력 있어서, 하고 싶어서 고집부리고 매달려 있습니다. 하지만 가끔씩 교수님의 크리틱에 좌절할 때도 있고 다들 잘한다고 칭찬을 받을 만큼 실력이 있지는 못하거든요. 그래도 고집부리고 건축공부를 계속 한다면 제 디자인도 모든 사람들을 즐겁게 할 수 있는 그런 작품이 될 수 있을까요?

선생님은 학창시절 교수님의 매서운 크리틱을 어떻게 이겨내셨나요?

솔직히 제가 다녔던 71-75년 대학시절은 유신 시절이라 학교가 반을 닫아서 제대로 설계수업 자체가 없었지요. 실제 학교가 잘 열렸더라도, 설계수업을 잘 한 것도 아니고 강의도 그리 시원찮았지요.(지금 기준으로 보면 정말 제 대학시절에는 공부 안했지요. 그게 좋았던 점도 있습니다. 사회에서 직접 공부를 많이 할 수 있었으니까요.)

설계스튜디오 등 이른바 ‘교육방식’에 대해서 눈을 뜬 것은 MIT 수업인데, 설계수업도 수업이려니와 토론수업, 워크셥 수업, 정말 끔찍한 훈련을 했습니다. 아, 지금 생각해도 끔찍합니다. 그 안 되는 영어로 소통하던 시절... 준비는 얼마나 많이 했으며 사후 공부는 또 얼마나 많이 했고, 당장 그 질문에 답을 못하고 밤이면 이불 속에서 얼굴 뻘개지고, 당장 그 멘트에 반론을 못해서 밤이면 분통을 터뜨리곤 했었지요... 그게 자라는 과정입니다. 자라는 과정에서 많이 발표하고, 많이 질문받고, 많이 준비하고, 많이 실수하고, 즉 ‘많이 깨져보라’는 거지요.

저 많이 깨져봤기 때문에 배포도 든든해진 겁니다. 그렇게 하세요. 젊음의 권리? 많이 실수하고 많이 깨져보는 겁니다. 젊은 시절의 칭찬은 오히려 독이 됩니다.

(물론 자기 긍정할 수 있는 지향이 있어야 합니다마는, 또한 필요할 때 스스로 포기할 줄 아는 지혜도 필요하고... 이런 긍정과 포기의 지혜가 쉽게 오는 것은 아닙니다.)


*** 한 가지 여기 블로그에서 추가합니다. 건축 분야의 꽃이 '설계'인 것은 분명하지만, 건축분야에서는 이른바 '건축가-설계' 이상의 할 일이 무궁무진합니다.(이것은 <프로로 자라기>라는 책에서 자세히 썼지요. 건축도시분야는 사회와의 접점이 워낙 크기 때문에 설계 외에도 할 일이 너무나 많지요.

또한 설계는 엔지니어링 설계, 구조 설계, 설비 설계, 자재부품 설계 등 더 나눠지구요. '건물설계만 설계라는 좁은 생각'을 버리시면, 디자인의 지평이 훨씬 더 넓어집니다.

이상입니다.

제 질문들이 조금 막연하고 난해할지도 모르겠네요. 바쁘신데 시간 내어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항상 책에서만 볼 수 있었던 건축가를 이렇게 직접 연락을 하고 메일을 주고받는다는 게 신기하네요. 높은 건축가들은 왠지 직접 닿을 수 없는 이상적인 사람들 같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관심 써주셔서 좋은 말씀을 들을 수 있어서 참 유익한 과제가 된 것 같습니다. 언젠가 제가 건축사회로 나가게 되면 선생님을 직접 만날 일도 있겠죠? 곧 성공해서 꼭 선생님 찾아뵙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멘트:

‘꼭 성공해서...’라는 말에 구애 받지 마시기를.
사회에서 흔히 얘기하는 성공의 정의가 아니라, ‘일을 즐기고 일을 하고 있고 새 일을 만들고 있는 중’이라는 것이 진정한 인생의 성공 아닐까요? 저는 확실히 ‘통속적 의미의 출세’에 대한 저항감이 상당합니다. 여하튼 인생에 성공이라는 말 자체를 붙이는 것을 별로 안 좋아합니다. 일과 프로젝트에는 성공과 실패라는 말을 붙일 수 있지만,

인생은 뜻을 찾고 그 뜻 찾기를 즐기는 여행이지요.  
자라기 과정을 흠뻑 즐기시기 바랍니다. 어느 새 훌쩍 자라있는 자신을 알게 되고, 또 자신의 모자란 점을 솔직하게 알게 되고 기꺼이 인정하는 성숙한 깨달음의 단계도 올 겁니다. (위의 김진애 커리커처는  <인생은 '의외로' 멋지다>의 책 표지를 위해서 이우일 만화가가 그리신 건데, 제가 아주 좋아한답니다.^^ '딱' 저의 성향을 포착하셨어요.)

자란다는 것은 얼마나 흥미로운 일인지요? 제 책 제목처럼 <매일매일 자라기> 하십시오.

총괄멘트:
직접 인터뷰 이상으로 좋은 것은 그 사람이 한 일, 쓴 글을 찾아보는 것이랍니다. 당장 그 사람이 하는 말이상의 진정성이 보이기 때문이지요. 제가 어떤 사람의 팬이 될 때, 멘토로 삼고 싶을 때, 흥미가 생길 때 제가 하는 일이지요.(저의 멘토이신 박경리, 한나 아렌트를 찾을 때처럼)

사실 위의 답변은 수많은 제 책에 이미 정리되어 있답니다. 학생이라면 <매일매일 자라기> <프로로 자라기> <사람으로 자라기>의 3권과 함께, <젊은 날의 깨달음> 같은 책도 있지요. 벌써 오래전에 쓴 책이지만 <나의 테마는 사람, 나의 프로젝트는 세계> <메타우먼> 같은 책도 있고요. 도시와 건축에 대해서는 <우리도시예찬> <이 집은 누구인가> <건축은 중요한가> 등에 제 생각이 녹아있지요. 제 인생 철학에 대해서는 <인생은 ‘의외로’ 멋지다> <김진애의 남녀열전>이 있고, 제 공간정치와 정책 철학을 정리한 <김진애의 공간정치 읽기>도 있고 등...

그 사람의 행적을 뉴스나 블로그 등 웹으로 찾아보면 또 많은 게 보일 겁니다.
사람의 발견은 흥미로운 일이지요. 다른 사람은 나라는 사람의 반영이므로...

 

*** 081203 새벽 김진애의 멘토링, 참 어렵군요. 

위 내용은 한 대학생이 보내온 멜 인터뷰에 대한 저의 답 내용입니다. 대개 매년 이맘 때면 여러 분야의 대학생들의 인터뷰 요청을 많이 받곤 하는데, 일일이 응해드리지 못함을 양해하시고, 이 블로그로 대신하여 공유하고자 합니다.

위의 멜 인터뷰를 보낸 학생은 제 블로그를 통해서 인터뷰를 요청했는데, 대면 인터뷰보다 멜 인터뷰가 어떠냐 제안했더니, 사흘 뒤에 위의 질문을 보내오셨는데, 그 성의가 참 기분 좋았습니다. 답을 받는 이상으로 '질문 만들기'가 더 의미가 있답니다. 질문 속에 이미 답이 들어있는 경우가 많지요. '좋은 질문 디자인하기'는 자라기의 근본입니다.

참 너무나 어려운 시절입니다. 이미 사회진출하신 분들도 힘들고, 학생들도 전망이 힘들고...  부디 언제 어디에서나 희망을 잃지 마시고, 희망을, 뜻깊은 희망을 만들어가시기 바랍니다.

'성공'이라는 헛헛한 말, '리더십'이라는 휘황찬 말에 구애받지 마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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