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부세에 대한 헌법재판소 판결을 하루 앞두고 뒤숭숭하다.

어떤 판결이 나오더라도 여러 후폭풍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사안인데, 강만수 장관의 헌재 사전 접촉 발언으로 행정부의 영향력에 의한 헌재의 독립성 여부가 의심받게 된 상황이니 말이다.

이것 하나만으로도 강만수 장관은 역사의 오점을 남겼다. ‘뭐가 문제야’ 하는 태도로 “헌재를 사전 접촉했다. 세대합산 부분은 위헌 판정이 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보고를 받았다”고 버젓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발언하다니, 도대체 제정신인가?

아무리 한나라당이 나서서 감싸주고, 한승수 총리까지 나서서 부적절한 말실수라고 감싸줘도, 이건 ‘단순한 오럴 해저드가 아니라 심각한 모럴 해저드’라는데 동의하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아니면 “뒤에서는 그렇게 하더라도, 적어도 앞에서 그런 말을 해서는 안 되지. 그 정도도 모르는 장관이라니...” 하는 식으로 넘어가 주려는 심정일까?

보고를 했다는 그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또 얼마나 갑갑했을까? 보고를 바라는데 어떻게 보고거리를 안만들 것인가? 안 그래도 ‘합헌’ 의견서를 헌재에 제출 한 지 채 2달도 안되어서 이번엔 ‘위헌 의견서’를 제출하라는 압력을 상부로부터 받고, “의견서 제출했습니다”가 아니라 “직접 만나서 설명하지 않고 뭐하냐”고 ‘헌재 로비’를 하라는 압력을 받지 않았다고 누가 믿을 수 있는가? 장관이 그렇게 나서는데 ‘알맹이 있는 보고 거리’를 만드는 압력을 안 느꼈다면 공무원 세계를 모르는 것이다. 게다가 장관이 그렇게 나선다면, 그 윗선의 보이지 않는 압력을 느꼈을 것은 뻔하잖은가?

이런 행태가 적법한지, 줄세우기 권력 남용인지 아닌지는 국정조사에서 밝혀지리라. 국회 국정조사가 과연 이런 공신력을 발휘할지에 대한 의문은 있지만... 최근 국정감사, 국정조사를 무기력화 시키는 일이 하도 비일비재하니 말이다.
(사진은 미국 연방대법원. 미국에서는 헌법재판소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대법원이 그 역할을 한다.)


헌재의 권위를 믿고 싶다.

‘믿으라, 그러면 믿어진다.’ 가 아니라

‘믿을 수 있도록 투명하고 명쾌하고 논리적인 판결’을 기대한다.

하지만 헌재 판결의 정당성에 대한 회의가 일어날 수밖에 없는 이 시점에 꼭 선고를 강행해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헌법재판소의 판결은 공정성과 합리성, 철학과 신념, 원칙과 상식이 수렴된 지혜로운 판결로 인정받아야 마땅한데, 국정조사가 이루어지고 있는 중에 꼭 선고를 해야 하는지. 헌재가 이미 선고 예고를 13일로 하고 난 후에, 강만수 장관의 국회 사전접촉 사건이 생겼고, 국정조사가 11일부터 시작되어 14일에 헌재 방문을 한다는 일정이 잡혔는데, 상황이 바뀌었는데 예고를 했으니 그대로 예고를 지킨다는 것이 헌재의 권위를 지키는 것인가?

헌재는 입법부의 조사에 절차적 정당성을 확실하게 확인시킴으로써 입법부의 국정조사에 힘을 실어주고 행정부에 대한 견제에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더 확실하지 않은가?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굳은 믿음으로,
사법부만큼은 최후의 보루로 믿고 싶다.

안 그래도 경찰과 검찰, 국정원 등 각종 권력기관의 권력 줄서기에 대한 의혹이 커지고 있는 “도대체 누굴 믿나?” 하는 심경에 있는데, 사법부의 공정성과 독립성에 대해서 확신할 수 있게 되기를. 그 중 가장 권위있는 헌법재판소의 권위를 신뢰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쓴다.

*** 081112 새벽에 김진애 씁니다.

‘헌재 정치’라는 말이 생긴 것은 지난 참여정부 동안 2건의 무척 큰 헌재 판결 때문이었지요? ‘노무현 대통령 탄핵’, ‘행정수도이전’에 대한 판결 때문이었습니다. 사실 이 두 사안은 아이러니하게도 모두 한나라당이 ‘발생시킨’ 사안이지요? 이번 ‘종부세’ 사안 역시 마찬가지지요.

헌법재판소에 중요 국정사안들이 올라가는 것은 결코 나쁜 현상이 아니라고 봅니다. 헌법재판소의 심판은 ‘헌법정신’과 ‘인간성’, ‘사회원칙’에 대한 가장 중요한 가치관을 세우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법을 전문적으로 공부하지는 못했지만, 박사학위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미국의 ‘표현의 자유(freedom of expression)'에 대한 헌법재판소(미국에서는 연방대법원이 이 역할을 합니다.) 판결의 역사를 깊이 공부한 적이 있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헌법에 대한 판결이 한 사회의 가치관의 진보와 민주주의의 발전에 큰 기여를 한 것을 깊이 알게 되었지요. 어떤 재판 결과도 단순하게 이루어지는 법이 없더군요. 판결문에 담긴 정신과 논리가 중요하고, 특히 ’소수 의견‘의 기록이 아주 중요합니다. 우리도 헌법재판소의 지혜로운 판결을 통해 나라의 가치와 인간의 가치가 세워지게 되리라 기대합니다. (위 사진은 현재 대법원 판사 아홉. 흑인 대법관 1, 여성 대법관 2로 알고 있는데, 이상하게 여성이 한 분만 보이네요...)

미국 연방대법원의 판결 중요성에 대해서 알려주는 영화가 하나 있지요. <펠리칸 브리프>. 그리셤의 유명한 소설을 영화화한 것이지요. 이 영화에서 연방수사관을 맡은 반듯한 덴젤 워싱턴(흑인 대통령 역을 맡으면 가장 어울린다는 평을 듣는 배우지요? 오바마 당선자와 비슷한 느낌입니다.)이 90살이 넘은 대법원 판사와 만나는 장면이 기억에 남습니다. 숨 넘어갈 듯한 이 노 판사(미국 대법관 판사는 종신제랍니다. 이것도 참 기이하지요? 그 전통을 고집스럽게 지키는 미국도 신기하고요.)가 고집스럽게 자신의 소신을 지키는 장면이 아주 인상적인 영화였습니다.

헌재의 지혜로운 판결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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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종부세 무력화를 반대 배너를 배포합니다~^^

    Tracked from 종부세일병 구하기 2008/11/12 16:39 Delete

    어제부터 조금씩 슬픈 종부세를 구하기 위한 움직임을 시작해보고 있는 이스트라입니다. 정부의 종부세 무력화를 위한 시도는 이제 자신들의 업무영역을 넘어 고유한 사법권의 지위까지 넘보고 있는 실정입니다. 강만수 장관이 스스로 밝힌 대로 헌재에서 미리 위헌판결까지 내도록 압력을 넣고 체크하고 있는 상황을 보면서 정말 그들이 최소한의 상식이라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인지 의문을 품지 않을 수가 없는 상황이니까요. 어제부터 해서 이러한 정부의 종부세 무력화 시도..

  2. 확실하지 않으면 승부를 걸지말라?

    Tracked from 종부세일병 구하기 2008/11/12 16:39 Delete

    소수 2프로, 강부자들을 위해 종부세를 무력화시키려는 이명박정부. 정부와 짜고 종부세에 대해 위헌 판결내려는 헌재 그들에 맞서서 힘을 모아주세요.

  3. ▩ 종부세 위헌 결정 앞에서 헌법재판소를 생각한다 ▩

    Tracked from 공유와 소통의 산들바람 2008/11/15 02:23 Delete

    2008년11월 13일 오후, ... 헌법재판소는 종합부동산세법에 대해 일부 위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관련기사) 오만가지 생각이 머리 속을 날아다녔습니다. 시간이 좀(?) 지났다는 이유로, 생각을 적어봅니다. 좀 날 선 표현이 보일지라도 그것도 현재의 솔직한 제 생각이라는 점에서 필터링은 접어두겠습니다. 혹시 이번 헌법재판소의 종부세법 일부 위헌 결정에 환영 의사를 가지고 계신 분이시라면, 굳이 저의 이 포스트를 읽지 않으셔도 됩니다. 정신 건강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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