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경호에 비상이 걸렸다고 합니다. 변화와 개혁을 실천하려 했던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암살 사건을 겪었던 미국이기 때문에 더 그렇겠지요. 반세기 여의 시차로 등장한 마이너리티 대통령. 케네디 대통령이 겪었던 극심한 소수적 리더십의 상황까지는 아니더라도, 오바마는 최초의 아프리칸 아메리칸 대통령이라는 사실 때문에 더 그렇겠지요.

절대로 그런 일이 생기지 않기를 바라며, 20세기 최대의 미스테리라는 케네디 암살 사건을 그린 영화 <JFK>를 한번 들여다 보지요. 올리버 스톤 감독이 만든 불멸의 영화입니다. 

'인상적인 대사' 중심의 영화보기 입니다. 
이 글이 좀 깁니다. 그래도 주말에 즐겨주세요.
영화도 다시 찾아보시지요. 음모론의 설득력있는 전개에 섬뜩해지실 겁니다. 

... JFK 암살, 20세기 최대 미스테리, 그것이 알고싶다!


“Politics is power, nothing more."

(정치란 파워, 더도 덜도 아니오.)
JFK 암살에 대하여 역사상 유일하게 재판을 건 검사 짐 개리슨(케빈 코스트너 분)에게 전직 정보요원 ‘X’(도널드 서덜랜드 분)가 음모 배후를 가르쳐주며 하는 말이다. (영원한 진리다. 요체는 '무엇을 위한 파워일까'다)

두 남자가 만나는 장면은 ‘서...늘하다'. 간담이 써늘해지는 게 아니라, 가슴이 싸늘해지는 게 아니라, 머리가 서늘해진다. 평화롭기 짝이 없는 푸르른 잔디밭 벤치에 앚아서 너무나도 캐주얼하게 음모론을 얘기하는 분위기 때문에 더 그럴 것이다. 그것도 대통령을 죽이는 음모를. 장소는 워싱턴 D. C. 링컨 기념관과 워싱턴 모뉴먼트 사이에 있는 기다란 연못, 마틴 루터 킹 목사의 “I have a dream" 연설이 펼쳐졌던 바로 그 공간의 잔디밭이다.

<JKF>

감독-제작-각본: 올리버 스톤/음악: 존 윌리엄스/주연: 케빈 코스트너, 게리 올드만, 토미 리 존스, 도널드 서덜랜드, 케빈 베이컨, 제이 샌더스, 잭 레몬, 조 페치, 시시 스페이섹/189분/1991년

1960년대 미국에서 거의 ‘반역자’ 수준으로 언론의 집중포화를 받는 개리슨 검사가 TV 토크쇼에 나와서 하는 말이 흥미롭다(이 부분은 ‘디렉터즈 컷’에서만 나온다).
“만약 러시아 대통령이 암살되었다, 암살자 혼자의 짓이란다, 다른 광적 애국자라는 자가 암살범을 쏴서 죽였단다. 자유로운 사회에 사는 사람이라면 쿠데타가 일어난 게 아닐까 의심하는 게 당연하지 않나?”

<JFK>는 이런 자유사고에 근거하여 ‘쿠데타 설’을 설득력 있게 전개한다. 감독(제작과 각본까지) 올리버 스톤은 철저하게 짐 개리슨 검사로 변한다.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쿠데타 설을 점점 확신하게 되니 오스왈드 개인 암살이라고 사건을 종결시킨 ‘제도권 미국’은 난감한 일이었을 것이다.

“God, I'm ashamed to be an American, today.(아,  미국 사람이란 게 오늘은 정말 부끄럽군.)” 어떻게 이런 일이 이 시대에 미국에서 일어날 수 있나? 들출수록 새로운 의혹이 나타나니 철저한 남부 사람이자 골수 애국자인 개리슨 검사도 난감했을 것이다.

의문 투성이의 JFK 암살 전후 상황. “왜 그날따라 경호는 그렇게 허술했던가, 현장에서 검거된 사람들은 왜 조사기록도 없이 방면되었나, 세 발을 쏘았다는데 왜 사람들은 총성 다섯 발을 들었는가, 케네디 뇌를 터뜨린 치명적 총탄의 방향은 오스왈드가 쏜 방향과 왜 다른가, 오스왈드를 쏜 잭 루비는 어떻게 그와 아는 사이였나, 오스왈드는 러시아로 망명했다가 어떻게 쉽게 미국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었던가, 오스왈드는 왜 자신을 ‘patsy(봉)’라고 했을까?”

‘왜?’ 에 관련된 의문은 더욱 많다. 케네디의 적들. 군부와 군수산업체, 쿠바의 카스트로, 그리고 마피아. 베트남에서 퇴각하고 군부세력과 온갖 정보정치를 차단하는 개혁을 이루려던 케네디는 X의 말마따나 마치 카이사르처럼 측근의 적에게 둘러 쌓였던 셈이다. 그래도, 그 결과가 CIA, FBI, 군부, 정치인, 게다가 백악관까지 가담
한 쿠데타 음모라니?

“Just get me elected, I'll give you the damn war."
(
나를 당선시켜. 그 '빌어먹을 전쟁’을 줄 테니까.)
'영화 속 린든 존슨 대통령'은 군부세력에게 베트남 참전을 약속하며 이 말을 한다. 과연 정말일까?

개리슨 검사의 논리대로라면, 케네디를 제거하려는 세력들이 손에 손을 잡고 음모를 꾸몄고, 전문 총격팀이 삼각 총격으로 확인사살을 기했고, 정보요원 오스왈드를 암살범으로 몰았고, 잭 루비를 사주해서 오스왈드를 죽여 입을 막았으며, 암살 조사위원회였던 ‘워렌 커미션’도 정치적으로 사건을 덮었고, 케네디를 암살하겠다고 공언하던 카스트로에게 의문이 쏠리도록 조작했고,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사후 은폐에 동조했다는 것이다. 으스스하다.

"That's the real question, isn't it: "Why?"
The 'how' is just 'scenery' for the public. Oswald, Ruby, Cuba, Mafia. It keeps people guessing like a parlor game, but prevents them from asking the most important question, why? Why was Kennedy killed? Who benefitted? Who has the power to cover it up?"
(“왜?” 그게 진짜 의문이요.
‘어떻게'는 그저 대중을 위한 ’연출장면‘일 뿐이지. 오스왈드, 루비, 쿠바, 마피아. 사람들은 사교 게임처럼 추측하지만 진짜 중요한 의문, ’왜‘를 피하게 만들지. 왜 케네디가 암살 당했을까? 누가 이득을 얻지? 그 음모를 은폐할 파워를 가진 자들은 누구지?) X의 논리는 명쾌하다.     

  

익히 알려진 대로 이 영화는 편집이 눈부시다. 도대체 진짜 기록영화를 편집한 건지 새로 찍은 건지 구분이 안될 정도로 다큐멘터리 식 편집이 뛰어나다. 머리 속에 드는 의혹들이 편집 화면으로 번쩍번쩍 나타나는데 스물스물 음모에 대한 의혹이 온 몸으로 번지게 만든다.

눈부신 스타들의 눈부신 연기가 전혀 두드러지지 않게 영화에 녹아 들어가는 것도 눈부시다. 주연 케빈 코스트너만 빼고(너무 '정의의 사도' 연하니까 영화 후반부에서는 질린다) 다 실제 인물 같다.

기소 당하는 기업인(정보 요원이었을 가능성이 농후한) 클레이 쇼로 나오는 토미 리 존스. 느릿느릿 남부 사투리, 개기름 흐르는 얼굴, 순백색 양복과 새하얀 곱슬머리, 변태 게이 남자의 표정, 그런가 하면 법정에서는 그렇게 신사일 수 없는 말투와 모습, 완벽한 연기다. 오스왈드 역을 맡은 개리 올드맨은 완벽의 완벽이라 해도 좋다. 원 세상에 어떻게 그런 연기를? 연기를 꿀떡 삼켜버린 듯 싶다.       

***

이 영화의 대사는 연설체, 추리체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연설하듯 대사를 하고 탐정처럼 추리적 대화를 한다.

그 중 하이라이트는 암살되기 직전 케네디 대통령이 했다는 연설. 지금 들어도 감동적이다. (오바마의 철학, 오바마의 연설과도 통한다.)

“What kind of peace do I mean?
What kind of peace do we seek?
Not a Pax Americana enforced on the world by American weapons of war. … We must reexamine our own attitudes towards the Soviet Union  … In the final analysis, our most basic link is that we all inhabit this small planet. We all breathe the same air. We all cherish our children's future. And we are all mortal."
(나는 어떤 평화를 뜻합니까? 우리는 어떤 평화를 원합니까? 미국의 무력을 세계에 가하는 팍스 아메리카나는 결코 아닙니다. … 우리는 소련에 대한 태도를 재고해야 합니다.… 결국, 우리를 묶어주는 공통적인 기본은 무엇입니까? 우리는 이 작은 지구에 삽니다. 우리는 같은 공기로 숨쉽니다. 우리는 아이들의 미래를 아낍니다. 그리고 우리는 모두 죽습니다.)

케네디도 자기가 암살될 지 몰랐을 테고, 설마 마틴 루터 킹 목사, 이어서 동생 로버트 케네디까지 암살될 지까지는 설마 모르고, 인간은 죽는 존재(mortal)이라 했을 게다. 정말 20세기 최고의 미스테리 아닌가.

그런데, 이 미스테리는 언제나 풀릴까?  
"Fundamentally, people are the suckers for the truth.(근본적으로 사람들은 진실을 파고 든다오.) X는 이렇게 말한다. 진실은 밝혀질 것이라고. 그럴까?
그러나 우리는 2029년까지 기다려야 한다. 많은 극비 파일들이 공개되는 시한이 정해져 있는 그 때까지. 아니, 그 때가 되면 혹시 또 다른 음모가 벌어져서 ‘제도권 미국’이 또 다시 진실을 덮으려나?

<JFK> 존 윌리엄스의 음모적 음악 사운드의 힘

<JFK> 영화 음악은 그 유명한 존 윌리엄스가 맡았다. <스타워즈> 같은 드라마틱한 테마를 지어낸 사람, 이 영화에서도 다르지 않다. ‘히스토릭’ 수준이다. 

<스타워즈> 음악이 쾅쾅 울려야 제격이라면, <JFK> 음악은 약간 멀리서 공명이 울리는 식으로 들어야 제격이다. 기막힌 추리적 음악이다. 세포 하나하나, 털 하나하나를 일으켜 세우는 듯한 사운드다. 음오적 사운드라면 어울릴까. 
‘쾅 쾅 쾅 쾅’ 북소리. “깜짝이야!” 가슴이 덜커덩 내려앉는다. 뇌는 갑자기 깨어나 활동한다. “그래, 그거지!” 의문사의 시리즈 속에서 나도 음모의 한 부분이 되어 버린다. 음모는 꾸미는 사람이나 당하는 사람이나 캐는 사람이나 흥미진진한 모양이다.   

아련하게 깔리는 트럼펫 테마 음악 사이로 나타나는 케네디 대통령의 장례식. 세 살 아들내미가 경례를 하는 눈시울 뜨거운, 히스토릭 장면이다. 그 주니어 케네디도 비행기 사고로 몇 년 전 죽었다. 케네디가의 비극은 그 자체로 미스테리다.


081108 토요일, 김진애 포스팅
JFK 암살 같은 사건이 오바마 시대에 절대로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며...
오바마 대통령이 좋은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 변화와 개혁을 끈기있게 추진하되 너무 많은 적들을 한꺼번에 만들지 않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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