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시정연설, 진부한 ‘희망타령’?
- Posted at 2008/10/28 09:12
- Filed under 김진애의 좋은 새벽/18대 국회
부귀와 영화를 누렸으면 희망이 족할까
...
담소화락에 엄벙덤벙 주색잡기에 침몰하랴
세상만사를 잊었으면 희망이 족할까
그 유명한 ‘희망가’의 대목이다. 어제 대통령 시정연설을 들으며 문득 이 노래가 떠올랐다. ‘부귀와 영화를 누렸으면, 담소화락에 엄벙덤벙, 세상만사를 잊었으면...“ 대목이 특히 와닿지 않는가?
누구의 부귀와 영화인가,
도대체 누가 담소화락 하느라 엄덤덤벙하고 있는가,
세상 민심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잊고 싶어하는 심리에 젖어있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대통령의 시정연설은 ‘희망타령’으로 이어졌다.
‘할 수 있다, 이 위기를 넘기면 국가 순위가 바뀔 수도 있다, 난국을 돌파할 수 있다, 돌파하면 선진국에 진입한다. 같이 하자, 할 수 있다“ 등
하지만 그냥 하던 대로 다 하겠다는 거다. 대통령 후보시절이나, 대통령 취임 후 공약 점검한 후이나, 이제 세계금융위기가 몰아치고 있는 지금이나, 글로벌 경제와 세계자본주의의 판도와 개념이 달라질 징후가 농후한 지금, 상황은 바뀌었는데 똑같은 정책타령이다.
- 감세타령(특히 부자들을 위한 종부세, 양도세, 법인세, 증여세, 상속세 등 감세안들)
- 공기업 선진화 타령(민영화 타령),
- 금산분리 완화타령(더 큰 금융위기에 실물경제의 주역인 기업들까지 말려 들어가면?),
- 경기활성화 규제 완화 타령(뭐든 풀면 경기가 활성화되나?),
- 글로벌 스탠더드 타령(투명성, 예측성, 콘텐츠 경쟁력을 가지는 진짜 글로벌 스탠더드 인가?),
- 돈풀기 타령(미국 등 선진국도 했으니 우리도 해야 한다 타령),
- 신뢰 타령, 심리 타령, 국민동참 타령(위기를 누가 왜 어떻게 더 심화시켰냐에 대한 설명이나 반성이 있어야 동참하고 싶은 마음이 생길 것 아닌가?),
- 국회 비상 운영하여 조속 법제화 타령(여하튼 정부와 한나라당이 발의한 것 다 통과시켜주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거의 위협 수준 아닌가? 여차즉하면 국회의 쪽수로 밀어붙일 수 있다는 자신감의 발로인가?)
어디에 냉철한 현실인식이 있으며, 어디에 국민을 배려하는 설득이 있으며, 어디에 이명박 정책 우려파의 반대논리에 대응하는 구체적 자료에 근거한 논리제시가 있으며, 어디에 근미래의 상황에 대한 위험 관리 시나리오가 있으며, 어디에 정부 인사의 신뢰가 낮음에 대한 해소 방안이 있는가? 여전히 ‘겉멋 잔뜩 낀, 통만 큰(?) 장밋빛 구호와 군대식 돌파 구호와 올드송 정책들만이 있을 뿐이다.
두 가지만 덧붙이자.
- 요새 똑똑해진 국민들은 ‘타령조’에 절대로 설득되지 않는다. ‘상식에 합당한 논리’ 없는 타령조는 신뢰 무너뜨리기에 치명적이다.
- 일제강점기 동안 ‘희망가’는 그 구수함 때문에 무척 유행했지만, 그 설교조 가사 땜에 서민들 사이에서는 ‘절망가’, 또는 ‘실망가’로 불리웠단다.
용어 사전:
풍진(風塵):
‘이 풍진 세상’ 가사의 ‘풍진’은 ‘風塵’이라는 한자어랍니다. 세찬 바람에 온 세상에 돌아다니는 먼지들. 정말 풍진 가득한 세상입니다.
타령(打令):
국어사전에 의하면, ‘어떤 사물에 생각을 말이나 소리로 나타내 자꾸 되풀이 하는 일’이랍니다. ‘타령’. ‘영을 때린다’라는 직역, 이 경우에는 대통령께서 영을 자꾸 때린다는 뜻이겠군요. 타령은 나쁜 게 아니지요. 다만 어떤 '영'을 계속 하느냐가 관건이지요. 타령은 자칫 진부해지기 쉬워서, 건성건성 하게 된다는게 문제지요.
(그림 왼쪽은 '희망가'를 부른 여러 가수 중 가장 유명한 고 신카나리아,
오른쪽은 <경성스캔들>에서 '희망가를 부른 한고은. 잘아시지요?
*** 081028 새벽 김진애 생각:
어제 대통령 시정연설에 많이 실망했습니다. 올드세대이기 때문인가? 그 올드송 프레임에 갇혀서 그런가? 참 진부하더군요
어제 시정연설에 기대도 많이 했었습니다. 여하튼 이 위기를 넘어서야 하고, ‘심리’와 ‘신뢰’가 중요한 시점이기 때문에 대통령의 발언은 무척 중요한 것이지요. 대통령이 잘해주기를 바랬기도 하구요.
여하튼 지금은 전혀 효과 없군요. 0.75% 씩 깜짝 금리인하도 별무소용. 오늘 홍준표 원내대표의 연설을 들어보지요. 이 때 여당이라도 정신차려야 하는데, 그 참... 워낙 청와대 눈치 많이 보고 줄서기 관성이 강한 한나라당이라서... 지금이야 말로 관성에서 벗어나는 절호의 기회이자, 절박한 타이밍인데.
참 이 위중한 시기에 박근혜 의원은 어디에 계신가요? 현역 의원으로서, 정치 지도자로서 전혀 포지셔닝이 없으신가요?
'이 위중한 상황에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지는 못할 망정...'하는 지지자들도 많을겝니다. 하지만 언제나 '비판적 지지'가 중요합니다. 지금이 신뢰의 위기라는 것은 다 동의하실 겁니다.
신뢰는 사람(들)에서 싹이 트며,
그 사람(들)의 언동에 의해 자랍니다.
대통령님, 사람들 바꾸시기 바랍니다. 여당은 '청문회' 걱정을 하지만, 기본 신뢰 있는 사람을 지명하면, 야당이라고 이 상황에서 돕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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