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CEO 출신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어떨 것 같으세요?“
작년 대선 전, 건설업계 사람들에게 물어봤었다. 

“아무래도 잘 아니까 도움이 되지 않겠어?” 라는 사람들도 있었고,
“잘 아니까 쥐어짜지 않을까?” 라는 사람들도 있었다.

‘도움이 된다’는 어떤 뜻이고 ‘쥐어짠다’는 어떤 뜻이었을까? 그 건설사 사람들은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도움 될까, 쥐어짤까?

‘도움 된다’는 뜻은 어떤 것이었을까? 아마 ‘일감 많이 만들 것, 부동산 경기 높여줄 것,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해 줄 것’ 등 등 이었을 게다.

이른바 ‘세계 유례없는 건설사 미분양 아파트 구매’(이 표현은 ‘조선일보 기사’에서 나온 것) 등 공적자금 9조를 건설사에게 지원하고, 투기지역 해제로 우회적으로 주택담보대출 비율을 올려준다는 부동산 부양책까지 나왔다. 이명박 정부 출범 8개월 동안 나온 6번의 부동산 대책을 보고, ‘화끈하게 밀어주네’하면서 ‘확실히 건설사 출신 대통령이 확실히 도움되네’ 할까?

문제는 성과다. 규제완화에 대하여 시장에 별의별 신호, 즉 종부세 완화, 양도소득세 완화, 재건축재개발 규제완화, 그리고 이제 전매제한 완화, 2주택 보유기간 완화, 미분양주택 매수, 보유토지 매수 등 건설사 직접 지원, 투기지역 해제 까지 들고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일감은커녕, 부동산 경기는커녕 근본적인 시장 기능 자체가 마비되고 있다는 결과다. 어제 1023일 코스피 지수가 1,000대로 떨어지는 와중에 건설주는 그중 가장 급락 폭이 11.53%로 가장 컸단다.

‘쥐어짠다’는 의미는 무엇을 말했을까? 아마 구조조정을 의미했을 것이다. 건설 분야 사람들도 익히 알고 있다. 우리나라 GDP대비 건설투자 비중이 경제수준에 비해 지나치게 높다(OECD 가입국가 27개 중 가장 높다. OECD 평균이 11. 67%인데 우리나라는 19.22%다)는 사실과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런 문제를 이명박 정부가 알고, 국가경쟁력을 부르짖는 이명박 정부가 건설업 구조조정을 유도하려 하지 않을까? 이것이 건설업계의 ‘쥐어짠다’의 건강한 개념이 아니었을까? ‘강도 높은 시장경쟁’을 통해 건설업 구조조정을 이끌어낼 것이라는.

이 점에서 나는 은근히 기대했던 편이다. 이명박 정부는 아무리 단기적으로 건설업계의 피를 흘린다 하더라도 중장기적인 산업경쟁력과 건설업의 구조조정을 단행할 것을 기대했다. 내가 순진했고, 이명박 정부의 책임감에 너무 기대했다. 어림반푼어치도 없이 건설을 그저 단기 경기부양의 도구로만 쓰려는 태도, 올드송을 여전히 부르려는 것을.

결과?
이명박 정부는 건설업계의 생존에도 도움 안 되고
건설업 구조조정을 통한 우리나라 발전에도 도움이 안 된다.

건설입국 향수 버리고 건설망국 두려워해야

이명박 대통령은 아마도 ‘건설입국’이란 말에 애착이 클 것이다. 향수도 클 것이다. 대다수 우리 국민들도 비슷한 향수를 갖고 있다. ‘건설’이라는 말에는 ‘경기’가 따라오고 ‘일자리’가 연상될 만큼 관련 산업전후방 연관 효과가 크다. 역대 정부에서도 건설경기부양으로 전체 경기부양하려는 시도는 끊임없이 있었다. 그것은 IMF 이후 김대중 국민의 정부의 정책으로 효과가 끝이 났건만 여전히 그 향수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 지금 부동산 거품이 폭삭 꺼지는 상황에도 여전히 연연해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아마도 ‘건설망국’이라는 어휘에 거부감이 클 것이다. ‘건설 입국’에 잔뼈가 굵은 대통령은 ‘건설 중흥’을 꿈꾸는 건지도 모른다. ‘녹색성장’이라는 좋은 말조차 ‘새로운 개발을 불붙이는 기제’로 사용하며 그린벨트 풀고 원자력 발전소 늘이는 수단으로 쓰는 것을 봐도 드러난다.(사진은 두바이의 바다 메운 '더 월드' 와 '불꽃 건물' 프로젝트. 두바이가 과연 이 세계 금융위기에 어떤 타겟이 될까?) 

하지만 작금은 자칫 ‘건설망국’으로 가지 않는지 두려워 할 때다.

- 아니, 부동산 시장 자체가 움직이지 않고, 수요 자체가 줄어드는데, 무슨 공급 확대냐?

- 아니, 온갖 규제 완화해도 시장이 꿈쩍 않는 것은, 정부의 부동산 경기 진작 자체에 대한 불안감이 팽배한 것 때문 아니냐?

- 아니, 미국의 금융위기가 주택 거품 때문에 온 것, 국민들 다 알고 있지 않느냐?

- 아니, 지난 5년 온갖 욕을 먹어가며 부동산 거품 잡느라 도입한 제도들, 그 중에서도 그 어렵게 도입한 종합부동산세가 ‘보유세 올리고 거래세 낮추는 선진 제도’라는 것 알면서도, 어찌 그리 단숨에 폐기하려 드느냐?

- 아니, 당장 혈세 지원으로 단기 이익 보는 건설사들은 누구냐?

- 아니, 그렇게 혈세 지원한다고 당장 부동산 경기 활성화조차 안 되지 않느냐?

- 아니, 도대체 언제 건설업 구조조정 할 거냐?

- 아니, 언제까지 대마불사 부동산 건설에 발목을 잡힐 거냐? 아니면 일부러 발목 내놓는 거냐?

- 아니, 지금 부동산 거품 유지하다가 2-3년 뒤 더 크게 꺼지면 무슨 수로 막을 거냐?

- 아니, 건설망국이 정말 오지 않을 줄 아느냐?

 

*** 081024 새벽 김진애 생각:
                             ‘건설’에 대한 애증

저를 ‘도시건축 전문가’라 구체적으로 분류하지만, 사회 일반에서는 말 할 것도 없이 저를 ‘건설인’으로 분류합니다. 지난 총선의 후보 프로필을 담은 한 포털 사이트에서 저를 ‘건설인’으로 분류한 페이지를 보고 씁쓸하게 웃었던 적도 있습니다. 저 자신 ‘건설인’이라 쓰거나 불러본 적이 한 번도 없건만, 자동 분류되는 것이지요.

하지만 분명 우리 사회에서 큰 분류로 보면 도시건축은 건설업에 포함되니, 저를 건설인이라고 분류하는 것도 당연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설’이라는 말에 정말 애증이 끓습니다. 솔직히 저는 ‘건설’이라는 말에 거부감은 있습니다.

지난 해 60년을 맞는 ‘대한건설협회’의 심포지엄에서 <우리나라 건설업의 10대 과제>를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Dooming or Born-Again? 망할 것이냐, 다시 태어날 것이냐?) 통상적인 건설업에서 좀 껄끄러워하는 이슈들을 발표했더니, 토론에서 질문 꽤나 많더군요.

저는 제 직능 때문이래서가 아니라 우리나라 발전을 위해서도 ‘건설업의 경쟁력이 높아져야 한다’고 확고하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바로 그 경쟁력이란 부동산 경기나 개발업이 아니라 ‘건설업 본연의 업무, 즉 기술력과 기획력 수준이 높아져야 경쟁력이 높아진다’는 생각도 확고하지요.

건설업의 저주, 즉 개발, 부동산의 들러리 역할이 되지 않을 수 없는 저주를 어떻게 풀고, 건설업 본연의 축복, 즉 사람답게 사는 공간, 자연과 공존하는 공간,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공간을 만드는 축복‘을 어떻게 제대로 살려낼 수 있을지.

‘건설’이란 말은 이미 우리 사회에서 재앙의 말이 되어 버리는 게 아닌가 걱정합니다. 정말 ‘건설망국’이란 말이 현실이 되는 건 아니겠지요...

건설산업 본연의 경쟁력으로 돌아가자는 제 생각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우리나라 건설업의 경쟁력이 높아지기를 바란다.

2. 우리나라 건설산업의 GDP 대비 투자 비중은 줄어들어야. 선진국형이 되어야

3. 건설업은 건설업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야 한다.

4. 건설업과 개발업은 다르다. 또 달라야 한다.

5. ‘부동산’에 빌붙어서 건설업의 경쟁력이 높아지기를 바라는 것은 허망하다.

6. 건설업 본연의 기술력, 기획력이 높아져야 한다.

7. 우리나라 건설업이 ‘존경’까지는 아니더라도 ‘인정’은 받을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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