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은 스타일이 패션을 이길 거야
- Posted at 2008/01/29 11:11
- Filed under 인생은 의외로 멋지다/남성여성인생가족
"여성이 좋은 점은 바지도 입고 치마도 입을 수 있다는 것”이라고 나는 정의한 적이 있다.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가.
“요새 여성들은 당당하게 치마를 입으며 여성성을 즐긴다.”는 요지의 기사를 얼마 전 본 적이 있는데, 십여 년 전에 “요새 여성들은 당당하게 바지를 입으며 통념적 여성성을 뛰어넘는다.”라는 현상에서 한 발 더 나간 것이라고 할까?
공개 석상, 예컨대 국회의사당 내에서 여성이 바지를 입어도 괜찮아진 것이 10여년 정도다. 바라기는, 치마만 입지 말고 또는 바지만 입지 말고, 상황과 분위기와 전략에 따라 치마와 바지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21세기 여성이 되기를 바란다.
그런데, 요즘 여성 패션 트렌드는 아무래도 좀 찜찜하기는 하다. 한동안의 ‘공주 패션’에서 더 올라가 ‘퀸 패션’ 수준이 되어가는 걸까. 장식도 많고, 무늬도 대담해지고, 색깔도 강렬해지고, 주름도 겹겹이고, 커트도 다채롭고, 투명과 반투명도 많고, 잘록하고 풍만한 몸의 선이 강조된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공이 더 들고 그만큼 엄청 더 비싸다.”
요즘의 패션 리더는 상류층, 부유층이라는 ‘계층’이라는 현상은 영 탐탁찮다. 예전 시대의 패션 리더는 예컨대 ‘저항 세대’, ‘자유 세대’, ‘평등 세대’, ‘워킹 우먼 세대’ 등, ‘어떤 사회적 가치를 지향하는 문화 그룹’이었다. 지금은? ‘돈’으로 대변되는 계층이 패션 리더다.
이것은 경제 양극화 현상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이른바 20% : 80%의 양극화 시대, 또는 5% : 95%의 초 양극화 시대에 20% 또는 5%의 부유층을 겨냥한 패션이 판을 친다. 전자제품과 초호화 아파트 인테리어 광고는 물론이고 ‘신데렐라’ 성 드라마는 물론이고, 스타들의 초호화 패션은 물론이고, 화장품 광고는 물론이고, 쏟아지는 명품 브랜드 잡지들이 계층 패션, 허영 패션, 비싼 패션을 주도한다.
‘비싼 패션’의 짐은 여성 모두가 지게 된다. 글쎄, 5%에 속하는 여성들은 즐기겠고, 20%에 속한 여성들은 웬만큼 따라갈 지도 모르겠지만, 나머지 80%의 여성들은 따라가기에 허덕허덕할 수밖에 없다. 깨끗이 잊어버릴 수도 없다. ‘그 놈의 돈’만 있으면 변신할 수 있다는 허상, 또한 그렇게 변신을 하여야 일자리라도 얻을 수 있는 현실과 얻을 수 있을 것 같은 기대, 이 시대 여성들은 양극화 현상에서 이중 삼중으로 피해를 받는다.
경제 양극화와 함께 떠오른 신보수주의적, 신자유주의적, 계층주의적 ‘비싼 패션’. 그 피해는 오히려 경제적으로 힘든 계층에게 더 떨어지게 되는 악순환이 벌어지는 것이다. 아파트 값 양극화와도 비슷하다고 할까?
비싼 패션 시대에 80 - 95% 여성이 살아남는 법은 무얼까? 그나마 다행인 것은 우리는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미니멀 패션, 도시 패션, 워킹 패션이 아직 건강하게 살아있다는 점이다. 단순하고 정갈하고 건강하고 스타일이 있다. 무엇보다도 값이 싸게 먹힌다. 소화만 잘 한다면 돈으로 감싼 허영의 패션 계층을 지그시 누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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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애, 명품, 스타일, 트렌드, 패션, 패션리더, 패션잡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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