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시대에 우리는 누구나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다. 국제외교를 담당하는 외교관뿐 아니라, 해외비즈니스, 유학, 여행 뿐 아니라 해외상품에 대한 구매를 하고 인터넷으로 접속하며, 스포츠 문화 행사에 참여하는 등 국제교류는 점점 다양해진다.

‘나라 망신시킨다’는 말은 우리나라 사람들은 특히 욕으로 받아들인다. 우리에겐 남다른 애국심이 깊이 배어있기 때문이다. 그런 애국심에도 불구하고 나라 망신시키는 일들이 그치지 않는 것은 정말 아이러니다. 그야말로 얼굴이 화끈 거릴 경우가 수없이 많기 때문이다. 떠오르는 대로 적어보자. '요령'이라는 역설적 제목 하에서.  

1. 유럽이나 미국 등 이른바 선진국 여행에서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공연히 잔뜩 주눅드는 것을 보면 얼굴이 화끈거린다. ‘영어’ 하는 사람들, 그리고 ‘백인’에 대해서 왜 그리 열등감이 있는가? 그렇게 주눅드는 자체가 얼굴을 화끈거리게 만든다.

2. 그러다가, 동남아시아, 중국 등 우리 보다 못사는 듯한 나라 여행에서는 거드름 피우고 시끄럽게 구는 것을 보면 얼굴이 더 화끈거린다. 무리하게 팁을 뿌려대고 못할 요구, 안할 요구를 하는 것을 보면 그야말로 졸부 티가 더덕더덕 난다. 솔직히 1번 보다 더 얼굴이 화끈거린다.

3. 다른 나라 앞에서 우리나라 사람들끼리 싸울 때 정말 얼굴 화끈거린다. 해외 수주할 때 우리 업체끼리 덤핑하는 것, 영화나 출판물 사올 때 과열 경쟁하는 것 같은 예들은 말할 것도 없고, 여행지에서 한국인들이 싱갱이 싸움할 때 등. 이것 뿐인가?

4. 외국 전문가들을 그야말로 맹신, 숭상하는 것을 보면 정말 얼굴이 화끈거린다. 나서서 '봉' 처신을 하는 것이다. 좀 유명한 외국 전문가라면 돈을 몇 배 주더라도 데려다 쓰고, 윗사람한테 보고 할 때 ‘유명한 외국 전문가 유치’라 거품을 내고, 소비자들에게 거품을 잔뜩 붙이는 것이다. 진짜 실력있는 외국 전문가들은 속으로 혀를 찬다. 그리고 사업 잘하는 외국 전문가들은 한국을 ‘봉’으로 본다.

5. 이른바 선진국에서 나오는 외신을 맹신하는 언론을 보면 정말 얼굴 화끈거린다. 다른 나라 언론에서도 항상 다양한 의견들이 존재하건만, 그 어느 하나, 특히 선진국에서 나오는 외신 하나를 자기 입맛에 맞춰 부풀려 보도하는 것을 보면 정말 얼굴 화끈거린다. 사대주의를 은근히 악용하는 것이다.

6. 글로벌 스탠더드에 준하는 외교 프로토콜을 제대로 안 지킬 때 정말 얼굴 화끈 거린다. 이런 일은 부지기수이고 특히 공공부문에서 더 자주 일어나니 한심하다. 정부는 그래도 좀 나을까? 국회의원, 시의원, 구의원들, 정치인들이 만든 수많은 사건들. ‘충분한 사전 약속 안하기, 증명사진만 찍고 오기, 유명인들과 사진찍기, 간 곳 가고 또 가서 그 쪽 사람들이 고개를 절레절래 짓게 하기’ 등 수없이 많다. 정식적이고 공식적인 외교수업이 필요한 것도 바로 이런 외교 프로토콜을 지키기 위해서이다. 이런 프로토콜을 특히 우리 정부 측에서 제대로 안 지킬 때, 특히 청와대가 제대로 못 지켜내면 이불 속으로 숨어버리고 싶을 정도다. (지난번 부시 대통령의 한국방문을 일방적으로 백악관이 발표할 때.)

위 6가지의 근본은, '열등의식'과 '졸부의식'의 기묘한 조합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훈련부족'이 더해진다.

ARF(아세안지역안보포럼) 의장성명서에서 ‘10.4 남북정상회담선언과 금강산 피살사건’이 동시에 빠져버렸다는 뉴스에 얼굴이 화끈거려 이 글을 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우리 정부는 ‘금강산 사건’에 국제외교를 가동하겠다고 했고, 어제만 하더라도 2가지 다 포함된다는 뉴스가 나왔고, 여러 신문들에서 2가지가 다 포함된다는 전제 하에 앞으로의 남북대화를 촉구하기도 했었는데, 마지막에 빠졌다니? 더구나 그 경위가 우리 정부가 ‘10.4 남북정상선언을 빼달라’ 했고, 북한이 ‘금강산 문제’를 빼달라 해서 결국 2가지 다 뺐다는 것이니도대체 ‘외교의 기본’이 있는지 알 수 없다. 불행한 금강산 피격 사건이지만, 대통령은 그 사실을 알고서도 국회에서 ‘6.17, 10.4 정상선언의 이행에 북한과 협의하겠다고 하지 않았는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조석변개에, 냄비처럼 이리저리 끓고, 외교 프로토콜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정말 요새 어느 외국 사람을 보나 얼굴이 공연히 화끈거린다. 경위를 보나, 결과를 보나, 결과가 나온 후의 정부의 태도를 보나 위의 1에서 6까지 모든 망신 요령을 담고 있는 것 같다. (사진은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 '뉴시스' 출처)

나라 망신시키는 것은 그나마 잠깐 얼굴 화끈거리고 넘어간다고 치자. 진정한 국익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외교도 내치와 똑같다. 잘사는 나라나 잘 못사는 나라나 똑같이 대해야 한다. 마치 인권을 존중하듯 다른 나라의 국권을 존중해야 우리의 국권도 존중받는 것이다. 정부 외교에서 신뢰가 쌓여야 비즈니스 교류에서도 신뢰가 높아지는 것이다.

요즘 거듭되는 외교 실수를 보면 얼굴이 화끈거리는 것은 차치하고서라도, 이러다 우리나라가 완전히 ‘따’ 당하지나 않을까, 이러다 ‘봉’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국제사회에서 ‘따’ 당하지 않고 ‘봉’이 되지 않으려면,
부디 당당하라. 그리고 담담하라.
사심을 버리고 항심을 가져보라
짧게 보고 가볍게 굴지 말고 길게 보고 진중하게 행동하라.

정말 겁난다.

*** 080726 토요일 오후 김진애 생각

억수처럼 퍼붓는 장대비에 전국에서 피해도 속출하고 있습니다.
부디 오늘부터는 개기 바랍니다. 내일까지 약간 더 온다는데요.
기상청에 외국전문가를 데려온다는 뉴스도 있더군요. 외국전문가 쓰는 것은 문제 없습니다. 다만 '내실있게' 써야 겠지요. 그저 이름난 한 사람 데려다 놓으면 되려니 하면 안되겠지요.

'나라 망신시키는 요령'이라는 역설적 제목하에 6가지를 썼지만, 이 보다 더 많겠지요. 서로 이해관계, 역사, 문화가 다른 국제 교류에서 나라망신 시키는 것 부지부식간에 저지를 수 있습니다. '나 하나, 이번 것 하나 정도야...' 하고 넘어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게 다 쌓여서 국가의 외교내공이 되고, 국력이 되는 거겠지요.  

가끔씩 제가 이명박 정부 비판을 너무 심하게 하는것 아니냐는 멜을 받고 있습니다.  
솔직히, 무지 참으면서 쓰고 있는 것이랍니다. 정말 매일매일 뉴스에 매일 매일 써도 모자라지만, 비판에 아예 귀를 닫고 있기 때문에 소통의 방식을 못찾고, 그러니 더 안쓰고 싶어지는데, 이 정부가 바라는 게 바로 '그렇게 포기하라'는게 아닌가 싶어서 다시 힘을 냅니다.

내치 관련 정책에 대해서도 그렇지만, 외교에 대한 것은 정말 답답해져서 썼습니다. 자존심 상하는 일이 계속 터지니까 외교에 대해서는 정말 화가 나네요. 미국쇠고기협상, 중국, 독도, 금강산... 화도 화지만 걱정이 더 많이 되고요.

폭염은 가셨지만 대신 물폭탄이네요.
안전 조심, 건강 조심하십시오.

 

☆ 읽으신 글이 마음에 드셨다면 잠시 스톱!☆ 김진애의 블로그가 맘에 드신다면 RSS버튼을 클릭해서 구독해주세요
, , , , , ,
받은 트랙백이 없고 , 27 Comments

Trackback URL : http://jkspace.net/trackback/159 관련글 쓰기

« Previous : 1 : ... 311 : 312 : 313 : 314 : 315 : 316 : 317 : 318 : 319 : ... 455 : Nex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