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시장, 서울광장에 촛불집회를 허하라
- Posted at 2008/05/29 11:51
- Filed under 김진애의 좋은 새벽/서울시정
“제가 심혈을 기울여 복원한 바로 그 청계광장에 어린 학생들까지 나와 촛불집회에 참여하는 것을 보고는 참으로 가슴이 아팠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대국민담화의 이 구절에 국민들은 씁쓸해했다. ‘이 상황에도 청계광장 실적을 자랑하는가?’ 하는 심정이었으리라.
시청앞 광장(서울광장)에서 매일 밤 촛불집회가 열린다면 어떤 반응일까? 이명박 전 서울시장으로서 심혈을 기울여 만든 공간인데, 21회 촛불집회 중 서울광장에서는 단 한번 열렸을 뿐이다.
며칠 전 한 블로그에서 ‘청계광장은 촛불집회하기에도 별로 환경이 안 좋고, 경찰 체포가 떨어지면 너무 불리하다, 차라리 광화문 열린마당이나 시청앞 서울광장으로 해야 한다’라는 내용이 떴던 바 있다.
(무척 흥미롭게 보았는데,
다시 찾아보니 결국 주소를 찾지 못했습니다. 아시는 분은 알려주세요.
옆에 있는 그림입니다. 주인장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데... )
실제 청계광장은 좁고 긴 공간이라 주의가 분산되고, 자칫 차도를 점거했다는 비판을 듣기 쉽고, 그 국적불명의 ‘소라 조형물’ 때문에 시야도 좋지 않다. 게다가 그 블로거 지적마따나, 경찰과 전의경이 세종로 목만 딱 막아버리면 완전 포위되는 형국이다.
시청앞 잔디광장은 사방이 열려있는 공간이고 만여평의 충분히 넓은 공간이자 또 이미 많은 행사들이 열리고 있는 시민공간이므로 촛불집회하기에는 사실 딱이다. 물론 경찰과 전의경 입장에서는 주변을 에워싸려면 적어도 서너 배의 병력이 필요하겠지만.
(좌: 5월 14일 시청앞 광장 촛불집회. 우상: 청계광장 촛불 집회. 아래 사진: 지난 3월 ‘대학등록금 관련 집회’가 시청앞 광장에서 열렸을 때 닭장차가 완전히 에워쌌었다. 아래 노컷뉴스)
하지만 과연 시청앞 잔디광장에 촛불집회가 진출할 수 있을까?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서울광장에 잔디를 깜으로써 집회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억제해놓았던 바 있다. 잔디를 깔아놓음으로써 관리 문제를 핑계로 집회 허가에 좀 더 까다롭게 굴 수 있고, 사용 비용도 부과하게 만들어 놓았다. 비용이 발생하니 아무래도 자발적인 시민행사가 열리기도 쉽지 않다. 단 한 번 열렸던 잔디광장 촛불집회에서 사용비용을 모금했던 바도 있다.
이른바 잔디를 통해 시민활동을 억제하는, ‘잔디 독재’다.
오세훈 시장은 이제 서울광장에 아예 촛불집회를 이미 원천봉쇄해놓았다.
지난 5월초 1주일간 열린 하이서울페스티발에 이어서 이제 5월 27일부터 10월 까지는 매일 밤 8시에 문화예술행사를 열겠다고 한다. 시청을 배경으로 아예 상설무대까지 만들어 놓았다. 촛불집회를 허용하지 못할 완벽한 구실을 만든 셈이다.
이런 오세훈 시장의 행태를 뭐라 표현해야 할까? ‘문화행사 독재’?
“명품 좋아하는 오세훈 시장 하에서 서울시는 거의 이벤트 회사가 되어 버린 것같다.”
요새 서울시 관련 일하는 사람들이 하는 말이란다.
더 심하게 들은 말은 ‘오락부장, 오세훈 시장’이라는 말이다.
오죽하면 언론 기자들이 사석에서 하는 말이라고 한다.
물론 서울시가 문화예술을 적극 지원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도시의 여러 공간에서 다양한 행사, 하지만 그런 일에 서울시와 지자체가 지금처럼 나서는 것이 도에 맞는 일인가?
‘이벤트 회사’가 되어버린 서울시, ‘오락부장’이 되어버린 서울시장.
이것은 불건강한 메시지다.
서울시청앞 서울광장은 전형적인 ‘관에 의한 공공 공간의 사유화’다. 겉으로야 푸른 잔디로 시민들 쉴 공간을 만들어주고 문화예술행사로 시민을 즐겁게 해준다고 하지만, 속에는 이런 동기가 숨어있어 결코 건강하지 못하다.
이른바 선진도시들의 시청앞 광장에서 밤마다 문화예술행사가 시청의 기획하에 열리는 전례를 본 적이 없다. 특별한 날에 특별한 행사가 열릴 뿐, 평소에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거리예술이 열리고 시민들과 관광객이 자연스럽게 즐긴다.
‘공공공간의 상업화, 공공공간의 이벤트화’는 이명박 서울시장, 오세훈 서울시장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다. 당장이야 눈에 띄고, 당장 보기에야 좋을지 모르고, 당장 쌈박한 사진이 만들어지겠지만, 길게 보면 절대로 좋은 시민사회를 만들지도 못하거니와 절대로 좋은 문화예술의 뿌리를 내리게 하지 못한다. ‘돈으로 만드는 행사나 즐길 줄 아는 시민, 돈이 지원되어야 활동하는 문화예술활동’이라는 관성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민변’ 출신의 변호사다. 오히려 이 시점에 시민들이 평화로운 촛불집회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 무엇일까를 고민해야 하지 않나? 오세훈 시장은 서울시장으로 그렇게 잔디 관리비를 많이 들이지 않고도 서울광장을 더 자연스럽게 시민들이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하지 않나?
시청앞 서울광장에 평화로운 촛불집회가 열리고 낮밤을 가리지 않고 또 그렇게 꼭 기획하지 않더라도 다양한 방식으로 시민활동이 열릴 수 있는 방식을 고민하는 것, 광장의 공공성을 찾고자 노력하는 것이 진정 서울시장이 해야 할 일 아닐까? 특히 민주사회의 좋은 시민사회를 고민하는 법조인으로서 오세훈 시장에게 기대할 수 있는 일 아닐까?
하지만 과연 서울시가 광장의 공공성을 찾으려 할까?
오세훈 서울시장이 이명박 대통령 눈치 보느라 과연 할까?
(위 왼편: 시청앞 광장에서 열렸던 당선축하행사, 오른편: 시청앞 광장의 파크골프, 연합뉴스)
여하튼 비좁은 청계광장에서 차도 점거한다고 매일 연행 위협받는 촛불 시민들이 안 되어서
이미 있는 시청앞 서울광장을 어떻게 써 볼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는,
우리 시민의 처지도 참 한심하다.
*** 080529 김진애 생각
경찰과 전의경은 골치 꽤나 아프겠습니다.^^이건 목도 없고 에워쌓기도 힘들테니까요.
'거리의 정치'로 돌아가지 않도록 정치를 잘해야 하고 국정운영도 안정되어야 할 터인데요...
공공 공간이 공공성을 갖춘다는 뜻은, 평화로운 시민집회가 열리고, 공공 공간에서의 시민의 정치적 표현이 자유로워진다는 뜻입니다.
헌법적 자유가 공공 공간에서 실현된다는 뜻이지요.
우리 이런 공공 공간의 공공성에 대해서 눈떠야 합니다.
*** 080530 새벽 김진애 생각
이 글을 쓴 어제 공교롭게도 '미국쇠고기 장관고시'가 있었고, 시청앞광장에 4-5만이 모여 촛불집회를 했네요. 심란합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청계광장, 시청앞광장, 광화문까지, 그리고 종로 을지로 도심으로 촛불행진이 진행되었습니다. 서울 뿐 아니라 다른 도시들에서도 곳곳에서 촛불집회가 열렸다고 하는데, 거리의 정치에서 나오는 시민의 소리에 귀를 열어야 할 정부가 안 열고 있으니 참 답답하군요. 자칫 어떤 상황이 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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