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하우스를 짓기보다는 공연 팀에 대한 지원을, 도서관을 짓기 보다는 도서 구입비 지원과 유통 서비스 강화 지원을, 새로운 대형 문화시설을 만들기 보다는 가기 쉬운 장소에 기존 공간을 임대 활용을 해서라도 작은 규모로 친밀하게 시민에게 파고들기를.”



나의 평소 소신인데, 이름 하여 ‘건축가’라는 명칭을 달고 있는 나는 동업자들에게 눈총을 받곤 한다. 아니, ‘짓겠다’는데, 일감이 생기는데, 왜 막느냐? 그런데 이건 약과이고 사실은 선출직 정치인, 특히 지방자치단체 선출직 정치인들에게 더 눈총을 받는다. 무언가 눈에 보이는 실적을 만들려면 건설만큼 효과적인 것이 없기 때문에 이들은 지금 당장, 어디에나, 크게 짓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기 십상이다. 그러한 사람들의 대표주자로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제 당선인 신분이다)를 들 수 있겠다.  



하지만 내 소신은 여전히 꿋꿋하다. 짓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 “아무 때나 지으려 들지 말 것, 아무데나 지으려 들지 말 것, 크게 지으려 하지 말 것”이라는, 이른바 “타이밍, 환경, 그리고 운영 효과”라는 세 가지 중요한 변수를 치밀하게 따져 보라는 뜻이다. 

우리 사회의 역동적인 발전 단계 상 짓는 것은 아직도 상당히 필요하다. 새로 짓는 것 도 필요하고 고쳐 짓는 것도 필요하다. 인프라 시설도 아직 상당히 미비하거니와, 부실하게 지은 것도 다시 제대로 지어야 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이끌어 내기 위해 새로운 시설 투자도 필요하고 피폐해져가는 지방의 경제와 환경을 살리는 것도 필요하다. 주택 보급률은 100%에 이르렀지만 아직도 질적 수준을 올리고 특히 소득불안정 계층에 대한 주거 안정을 만드는 주택 정책 운영도 필요하다. 필요한 곳에는 높이 짓고 밀도를 올리는 것도 필요하다. 다만, 신중해야 하는 것뿐이다.

그렇다면, 관건은 우선순위를 어떻게 두느냐 일 것이다. 투자 순위의 기준을 제대로 정해야 한다. 다음의 기준은 어떨까?

첫째 순위. 일자리를 만드는 투자에 집중한다. ‘상업 시설, 유통 시설, 관광 유치 시설’ 등이 첫 순위다. ‘생산 시설과 연구개발 시설’은 최우선 순위다. 대안적인 일자리를 마련하기 전에는 기존 일자리를 없애거나 줄이는 개발은 극구 자제한다. 

둘째, 향후 성장에 대비하는 일에 주력한다. 예컨대 상업지역에 대형 고급 주상복합(90%가 아파트)을 쉽게 짓게 만드는 일은 심사숙고할 일이다. 도심이나 부도심 등의 땅은 지극히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이른바 균형개발도 성장과 꼭 연결시켜야 하고 교육도 마찬가지다.    

셋째, 몸과 마음 편하게 살게 만드는 생활복지를 저비용으로 효과적으로 만드는 일에 주력한다. ‘소형다량’ 공급 정책도 이러한 차원이다. 문화환경도 포함되고, 복지 시설은 물론이고 ‘사람 서비스’가 이것이다. 부의 편중을 문화복지 평등으로 순화하는 일이다.  


  
이런 원칙은 우리 개인에게도 적용할 수 있다. 우리 각자도 아무 때나, 아무데나, 크게 지으려 들지 말아야 할 것이다.(‘짓는’ 대신 ‘사는’ 것으로 대입할 수도 있겠다.) 투기 열풍, 유행 열풍, 체면 세우기에 말려들지 말아야겠다. 대신 고민할 것. 나의 일자리는 튼튼한가, 길게 봐서 평생 일감을 잘 마련하고 있는가, 혹시 무리하게 대박을 꿈꾸는 건 아닌가, 나는 혹시 남들 하기 때문에 따라하는 것은 아닌가, 나는 혹시 나의 미래를 까먹고 있는 것은 아닌가, 나는 매일매일 ‘잘’ 생활하고 있는가, 나는 너무 일찍 샴페인을 터뜨리는 것은 아닌가. 짓기 전에, 사기 전에 심사숙고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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