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다야?” 인사동의 북쪽 끝인 안국동 로터리의 작은 마당에 앉아있으면 가끔 듣는 말이다. 손잡은 남녀가 남쪽 종로에서부터 걸어와서 하는 말이다. 나는 그 때마다 얘기해주고 싶다.

“아니에요. 인사동의 진짜는 골목 안에 있어요. 골목을 탐험하세요.”


인사동길은 남북으로 800여 m 남짓하지만, 양쪽에 ‘열두 큰골목’과 ‘열두 작은골목’이 달려있다. 어떤 골목은 직선 어떤 골목은 구불구불, 어떤 골목은 통해있고 어떤 골목은 막다른 골목이다. 골목의 길이를 다 합치면 20 km쯤 된다. 이 깊고 깊은 골목을 따라 수많은 가게들이 달려있다. 한정식집, 찻집, 카페, 퓨전식당, 전시장, 한복집, 한과집, 아트셥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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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골목은 인사동 네거리를 지나자마자 첫 번째 오른쪽 골목이다. 코너의 한과집에서 유과를 즐겨 사고, 왼편의 전시장을 어깨너머 보고, 오른편 돌담 옆의 낮은 대나무를 즐기고, 골목 끝 찻집 앞의 오리와 닭도 재미있다. 조금 깊이 들어가면 맛있는 한정집이 줄을 잇고 손 뻗으면 닿을 듯 좁고 두 사람이 간신히 나란히 걸을 수 있는 골목. 

‘열두 가게’ 끝나는 부분에서 오른쪽으로 들어가는 골목은 또 색깔이 다르다. 한옥과 이국풍이 만나고 담쟁이와 박덩쿨이 만나는 골목이다. 약간 넓은 골목이라 그랬을까, 리노베이션 모습이 퓨전 냄새를 풍긴다.      

인사동 특유의 ‘골목의 미학’을 따라잡아 만들어진 <쌈지길>은 반갑다. 골목길을 따라 가게가 주렁주렁 열리는 인사동 특유의 문화생태에서 착안한 설계는 나름대로 워킹을 한다. 오래오래 시간의 때가 묻으면서 인사동에 쌓인 문화의 켜가 진화된 모습으로 나타나기를 바란다.

“전통은 진화한다.” 나의 소신이다. 진화해야 ‘살아있는 전통’이 된다.    

‘남인사마당’은 내가 설계한 공간 중에서 가장 활발하게 쓰이는 공간이다. 5년 전 준공 후 이것저것 붙인 플라스틱이 못마땅하고 전벽돌담에 담쟁이를 못 키우고 큰 느티나무를 없애버려 아쉽지만 잘 쓰이는 것만 해도 감사하다. 축제, 시위, 한바탕 시장, 패션쇼, 음악회 등이 열리고 사람 만나기 좋은 마당, 별로 크지 않은 공간이라 오히려 잘 쓰이는 것 아닐까. 한 편에 만든 ‘세 개의 물동이’에서 물이 넘쳐흐르면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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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동은 우리나라 골목문화의 대표 동네다. 살아남아야 할 전통, 진화되어야 할 전통, 복원되어야 할 전통이다. 내가 비유하는 ‘인사동 잎새’처럼, 수많은 골목이 뿌리를 이루며 전체가 하나의 잎새 모양을 이루는 곳, 인사동은 영원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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