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만남 세 가지, 다시 태어나다
- Posted at 2008/01/24 14:58
- Filed under 소통-블로깅-소셜미디어
이 드넓고 변화무쌍한 시대에는 언제 어디서 새로운 만남이 다가올지 모른다. 이 시대의 매력이다. 사람과의 직접 만남이란 첫눈에 반하는 사랑이 아니라면 즉각적으로 다가오지 않는 성향이 있는데, 이 시대에 가능해진 새로운 만남의 형식 덕분에 사람과의 만남이 새로운 차원으로 전개된다는 것이 아주 즐겁다. 이른바, 온라인을 통한 만남이다.
만남 하나. ‘야호’를 외치며 만난 인터넷
인터넷과의 만남은 한마디로 ‘야호!’였다. 새로운 기술에 열광하는 성향의 나는 남보다 빨리 인터넷을 만났다. 10여 년 전, 94년이다. 첫 전화, 첫 TV, 첫 비행기, 첫 컴퓨터, 첫 휴대폰과의 만남도 이렇게 감격적이지 않았다. 정말 신났고 정말 감탄했다. ‘야호! 야호!’를 부르짖었다. 시간제한이 없다는 것, 공간 제약이 없다는 것이 그렇게 신기했다. 언제 어디서나 대한민국 누구와도 세계 속의 누구와도 ‘통’할 수 있다는 것이 정말 맘에 들었다. “바로 이거야. 내 평생 기다렸던 거야!”
지금 돌이켜보면 아주 후진 인터넷 기술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1997년에 나는 ‘웹진’을 만들었다. “그동안 조용하시더니 이거 만들려고 그러셨군요. 역시!” 하는 네티즌 말에 나도 같이 신났다. 인터넷의 ‘말하듯 글쓰기’의 마력에 빠져들었다.
만남-둘. 유쾌해지는 ‘블로그’와의 만남
10년이 지나 이제 일상화된 인터넷 공간에서 네티즌들과의 뜨거운 공방 때로는 고집스런 싸움에 지칠 무렵에 드디어 ‘블로그’가 떴다. ‘디카’도 일상화 되었겠다, 인터넷 문서보다 훨씬 더 쉽게 자료를 만들 수 있겠다, 블로그 인기가 짐작이 간다. 그리고 그 인기에 편승해서 나도 이렇게 블로그질(?)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블로그가 좋은 점은 그 ‘긍정성’이다. 인터넷 사이트의 게시판에서 일어나는 온갖 댓글 쓰기에서 보이는 언어폭력이나 익명적 비난 같은 것이 별로 없다는 것이 좋다. 블로그를 통해 일부러 이미지 올리고 글 올리는 것이 개인의 정성이 들어가는 것이고 보면 아무래도 자기가 좋은 것, 즐거워하는 것을 올리게 되는 게 인지상정이기 때문일 것이다. 매력을 찾고 좋은 것을 찾아서 남들과 함께 즐기고자 하는 모습이 블로그를 통해 느껴진다.
블로그는 마치 하나하나가 ‘팬 사이트’처럼 보이기도 하고 하나의 ‘에세이 책’처럼 보이기도 한다. 누구나 기꺼운 마음으로 다른 사람의 팬이 될 수 있다면, 누구나 자신의 에세이를 쓸 수 있다면 세상은 훨씬 더 여유로워지지 않을까? 인터넷의 또 다른 세대인 블로그에서 나는 ‘긍정의 희망’을 본다. 블로거들이여, 우리 희망을 만들자!
만남- 셋. 메일로 만난 젊은 에디터
인터넷과 블로그를 통해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지만, 온라인의 만남이 오프라인까지 이어진다면 그처럼 즐거울 수가 없다. 그래서 생긴 아주 유쾌한 만남 하나.
갑자기 날아온 메일은 완전 형식 파괴였다. 내용인즉 ‘나의 책을 만들고 싶다’는 어느 에디터의 편지이고 보면 갖은 격식을 갖추어야 할 것 같은데, 스타일은 마치 친구에게 쓴 것처럼 ‘오버’의 연속이었다. 구어체는 물론이고, 유머와 문자 부호, 심심찮게 ‘헤헤, ㅎ ㅎ, ^^’ 같은 부호도 들어가는 등. 나는 실소를 금치 못했다. “도대체 이렇게 튀는 친구가 누구야?”
‘어디’ 하는 심정으로 갖고 있던 원고를 보내며 출판제안서를 보내보라고 했더니, 그야말로 ‘아주 멀쩡한 기획서’, 그러니까 내 맘을 당기는 제안서가 날라 와서 놀랐다. 드디어 만났다. 일부러 출판사를 찾아가 만났다.(첫 메일을 받았을 때, 솔직히 혹시 이름난 출판사 이름을 사칭하는 사람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 정도였으니 말이다.)
오프라인에서 보고 또 한 번 놀랐다. 마치 전지현처럼 팔등신의 미인일 뿐 아니라 초미니 스커트로 늘씬한 다리부터 내 눈에 잡혔으니 말이다. 아니 언제부터 책 만드는 에디터가 이런 패션을 하게 됐지?
메일 하나가 결국 오프라인 사업으로 연결되어 이 친구와 드디어 책을 하나 만들어서 막 세상에 나왔다. 그동안 오프라인 만남의 유쾌함도 유쾌함이려니와 계속 날아오는 그 친구의 메일은 내가 “어떻게 그런 멜을 띄우느냐?”고 ‘쫑코’를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형식 파괴라는 점이 유쾌하다. 사실 그런 유쾌함이 결국 책을 만들게 했는지도 모르겠다. 책을 내느냐 마느냐 어깨에 눌려진 짐을 그 젊은 유쾌함으로 날려 버려준 것 아닐까 싶다.
아마도 이 친구는 정통적인 ‘누리꾼’(네티즌의 우리말. 최근 새로 쓰게 된 말인데 아직은 좀 설다.)’ 세대일 텐데, 누리꾼 세대들은 경쾌한 스타일 속에 또 다른 속 깊음을 갖고 있는 것 아닐까? 인터넷 10년 후, 새로운 희망이 자란다.
사실, 인터넷-블로그-메일 등 온라인 만남은 나뿐만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을 변화시키고 있을 것이다. 새로운 인간형을 창조하는 것이다. 수 년 전 미국의 한 전원주택의 골방에서 인터넷으로 세계와 대화하며 신나 하시던 80대 할아버지 생각이 난다. 다리 힘은 비록 약해졌지만 그 할아버지는 마치 새로 태어난 사람처럼 싱싱했었다. 새로운 기술들은 어디까지 우리를 바꿀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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